|
TV 사극드라마를 보다보면 ‘곤장’을 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궁금증이 난다. 자주 등장하는 곤장의 재료가 되는 나무는 무슨 나무일까? 판소리 춘향가 중 십장가 대목은 옥중에서 춘향이가 ‘장’ 한 대씩을 맞을 때마다 부르는, 고통을 참아내는 노래이다. 춘향이가 맞았던 장은 무슨 나무일까?
‘장’은 ‘태’와 비슷한 매다. 고서를 찾아보면 ‘태’는 가느다란 회초리로 길이는 1m가 조금 넘고 지름은 1cm가 안되는 매다. ‘장’은 태보다 지름이 약간 클 뿐 모양에서는 큰 차이가 없고 주로 싸리나무로 만들어 사용됐다.
‘곤장’은 조선시대에 사용된 형장의 일종. 곤장은 배를 젓는 노와 같이 길고 넓적하게 생겨서 맞는 강도가 태와 장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다. “곤장 잘못 맞았다가는 뼈도 추스르기 힘들다”라는 속된 말이 있을 정도로 맞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상을 입히곤 했기에 사용방법과 나무의 종류를 법으로 정해 엄격하게 관리를 했다.
선조시대 무렵부터 사용되던 곤장은 군영이나 포도청, 토포영 등 군법을 집행하거나 도적을 다스리는 기관들에 한해 사용을 할 수 있었다. 곤장을 만드는 나무는 선조시대에는 물푸레나무로 만들다가 나중에는 단단한 참나무 종류가 사용됐다. 현종4년(1663)에는 곤장의 재질을 버드나무로 정하였지만 잘 지켜지지가 않아서 숙종11년(1685)에는 아예 30대 이상을 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정조 2년(1778년)에는 ‘무릇 곤장은 모두 버드나무로 만들도록 하라’는 규정을 만들었을 정도로 엄격히 다루었다.
정조대왕은 관리들의 형벌 남용을 막기 위해 각종 형구의 크기를 통일한 《흠휼전칙》(1778)이라는 책자를 간행했다. 이 《흠휼전칙》의 규정에는 변방의 수령이나 군사권을 가진 일부를 제외한 고을 수령들은 곤장을 사용할 권한이 없다고 나와있다. 그런데도 요즘의 TV사극에서 지방 수령방백들이 곤장으로 백성들을 다스리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같은 행위는 당시 법적으론 허용되지 않은 불법 행위였던 것이다.
김세진 <무등산 생명숲학교 숲해설가>
첫댓글 싸리나무, 물푸레나무, 참나무, 버드나무... 매를 만들던 나무들이네요. 오늘같이 추운날, 눈을 감고 생각 '곤장 10대...' 상상만 해도 벌레처럼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