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날입니다.
이번달 함께 읽을 책은 『공간이 만든 공간』입니다.
이 책의 저자 유현준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건축가이자 대학교수입니다. 책 제목 『공간이 만든 공간』에서 공간을 건축 공간에 대한 설명으로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부제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보듯이 생각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인류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건축을 소재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건축을 중심으로 각 문화의 태동, 문화 간의 교류, 융합 그로 인한 변종이 만들어 낸 문화의 진화 과정을 저자의 식견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마다 지리적·기후적인 환경 제약이나 특징이 있고, 인간의 환경적 제약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지역적 특성에 맞는 생활양식과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건축물은 그런 문화의 물리적 결정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이 구축되는 형식과 모양을 보면 만든 사람의 생각과 문화를 비춰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공간을 분석하고 이해하면 사람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서로 다른 생각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융합되고 어떻게 새로운 생각이 만들어지는지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저자의 추리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건축에 대해, 공간과 생각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생각은 서로 다른 것의 융합에서 만들어진다는 것 또한 알게 됩니다.
우리가 함께 할 이 책의 요약은 건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기보다 저자가 말하는 ‘공간은 생각을 만들고, 생각은 공간을 만든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정리하였습니다. 이점 참고하여 같이 읽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동서양의 건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많은 사진과 그림, 그리고 그에 대한 비교 설명을 담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책 전체를 읽어보면 또 다른 묘미를 느끼지 않을까 합니다.
저자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유현준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및 (주)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하버드 대학교, MIT, 연세대학교에서 건축 공부를 했고, 하버드 대학교를 우등으로 졸업 후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하였다. 또한 MIT 건축연구소 연구원 및 MIT 교환교수(2010)로 있었다. 2010 건축문화공간대상 대통령상, CNN이 선정한 15 Seoul’s Architectural Wonders 등 많은 상과 국제 현상 설계에서 다섯 차례 수상하였고, 2011 한국현대건축작가 16인 아시아전 요코하마 전시 등의 전시를 가졌다. 주요 저서로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등 다수가 있다.
책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여는 글: 기후, 문화, 변종
1장. 왜 건축물의 빈 공간을 보아야 하는가
2장. 문명을 탄생시킨 기후 변화
3장. 농업이 만든 두 개의 세계
4장. 두 개의 다른 문화 유전자
5장. 도자기는 어떻게 서양의 문화를 바꾸었는가
6장. 동양의 공간을 닮아 가는 서양의 공간
7장. 공간의 이종 교배 2세대
8장. 학문 간 이종 교배의 시대
9장. 가상 신대륙의 시대
닫는 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주차별 책 읽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1주차 1장 왜 건축물의 빈 공간을 보아야 하는가, 2장 문명을 탄생시킨 기후 변화, 3장 농업이 만든 두 개의 세계 - 일부
2주차 3장 농업이 만든 두 개의 세계 - 나머지, 4장 두 개의 다른 문화 유전자
3주차 5장 도자기는 어떻게 서양의 문화를 바꾸었는가, 6장 동양의 공간을 닮아 가는 서양의 공간 - 일부
4주차 6장. 동양의 공간을 닮아 가는 서양의 공간 - 나머지, 7장 공간의 이종 교배 2세대
5주차 8장 학문 간 이종 교배의 시대, 9장 가상 신대륙의 시대
그럼 이제 1주차 책 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1장. 왜 건축물의 빈 공간을 보아야 하는가
2장. 문명을 탄생시킨 기후 변화
3장. 농업이 만든 두 개의 세계
벼농사냐 밀 농사냐
강수량이 결정한 건축 공간의 특징
〈 생각 나눔 〉
사실 저는 건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건축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새날과 함께하는 책 읽기〉와 같이 하는 많은 분들 중에 건축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도 있기도 해서 건축을 소재로 이야기하기는 더욱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건축의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기 보다 건축을 소재로 하여 인류사를 이야기하는 인문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와 관련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으려고 합니다.
1장의 제목에서 ‘왜 건축물의 빈 공간을 보아야 하는가’라고 묻습니다. 이 물음에 저자는 건축은 한 시대와 그 사회를 대변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합니다. 이러한 건축물은 시간을 뛰어넘어 후세까지 전달되는 데 이때 소통의 도구는 비어 있는 공간, 즉 보이드Void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이 빈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했느냐가 문화적 성격의 특징을 규정하는 잣대가 될 수 있고, 또 그 빈 공간이 구축되는 형식과 모양을 보면 만든 사람의 생각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건축물의 빈 공간을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언급은 저자가 건축가로서의 관점으로 바라보았다면,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행복의 건축』에서는 조금은 다르게 말합니다(아래 출처1).
집은 물리적인 형태를 넘은 심리적인 성소다.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을 방문하면 그 사람의 여러가지 면모를 짧은 시간에 파악할 수 있다. 집은 거주자의 경제적, 사회적 위치를 알려줄 뿐 아니라, 그 사람의 규율, 취향, 성향, 세세한 버릇까지도 낱낱이 기록하기 때문이다. 집은 거주자들을 품으며 같이 나이 들어가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인 승효상 지음의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에서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아래 출처2).
건축에 시간의 때가 묻어 윤기가 날 때, 그때의 건축이 가장 아름답다고 나는 즐겨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남루했어도, 거주인의 삶을 덧대어 인문의 향기가 배어나는 건축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경이롭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건축은 건축가가 완성하는 게 아니라 거주인이 시간과 더불어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세 사람 모두가 말하는 바는 약간씩 톤은 다르지만 사람을 중심에 두고 보면 맥락적으로는 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든 사람의 입장에 보느냐 또는 그 속에 사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느냐의 차이일 뿐, 결국은 사람의 공간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2장부터는 태초로 거슬러 올라가 문명이 만들어지는 시작점부터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빙하기가 끝나고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빙하가 녹으면서 어느 시점에선가 상승하기 시작한 해수면이 멈추었습니다. 수렵, 채집을 하면서 살던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하고, 강가에 고밀화된 도시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환경은 문명을 만들었습니다. 인류 최초의 도시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만들어진 ‘우루크Uruk’라는 도시입니다. 왜 최초의 문명은 다른 지역이 아닌,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만들어졌을까요? 이에 대해 저자는 지리적 조건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루크 같은 곳은 전염병이 돌지 않는 건조기후대이고, 남북으로 흐르는 강의 하구라서 인간이 모여 살기에 적합한 지역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 지역에서 문명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서술합니다.
태초부터의 역사적 흐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글의 소재가 다르기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에 대해 논하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살짝 들기도 합니다. 유발 하라리는 이 책에서 역사의 진로를 형성한 것은 세 개의 혁명이었다고 합니다.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은 역사의 시작을 알렸고, 약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은 역사의 진전 속도를 빠르게 했으며, 5백 년 전에는 과학혁명이 시작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중 농업 혁명에 대해서는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고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시작하면서 수렵채집인과 농부를 비교하며 설명하기도 합니다(이상 출처3). 이 책도 곁들여 읽어보면 농업 혁명에 대해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면 관계상 위의 요약문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책에서는 농업 문명의 전파에 대해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의 내용을 빌려 설명하고 있습니다. 농업은 같은 위도상의 동서 방향으로 빠르게 전파되었다는 주장인데 위도가 달라지면 기후가 바뀌게 되어 농사 가능한 종자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 예로 우루크가 북위 33도에 위치하고, 그리스 아테네는 북위 37.5도, 중국 시안은 북위 34도에 위치합니다. 이렇게 비슷한 위도의 두 도시로의 농업 확산이 결국 문명을 이루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참에 『총, 균, 쇠』를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3장은 ‘농업이 만든 두 개의 세계’에 대한 내용입니다. 여기서 2개의 세계는 동양과 서양을 말합니다. 엘빈 토플러는 문명의 첫 번째 혁명이 농업이라고 하였습니다. 인간이 수렵 채집의 흩어져 살던 시기를 지나 농사를 통해 집단을 이루며 살기 시작하였습니다. 농업의 시작은 셀 수 없이 많은 식물 중에서 열매의 생산성이 가장 높은 품종을 선택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때 선택된 식물 종은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의 기후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그중 강수량이 가장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벼는 밀보다 재배하는 데 더 많은 물이 필요한 품종입니다. 그래서 일 년에 비가 1천 밀리미터 이상 내리면 벼를, 1천 밀리미터 이하 내리면 밀을 재배합니다. 보통 대륙의 동쪽 지역은 계절풍의 영향으로 특정 시기에 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에 벼농사를 합니다. 반대로 대륙의 서쪽 지역은 집중 호우식의 장마철 없이 비가 일 년 내내 고루 내리는 편이고 강수량도 동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서 밀을 재배합니다.
버지니아대학 토머스 탈헬름 교수의 논문 『벼농사와 밀 농사에 따른 문화적 차이의 증거』에서는 밀과 벼는 재배 방식에 차이가 가치관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벼농사는 공동체 의식과 집단의식을 가져왔고, 밀농사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의 가치관이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동양은 ‘나보다 우리’, 서양은 ‘우리보다 나’를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동양은 각 개체 간의 관계와 그 사이의 상호 관계속에 전체적인 사고를 하는 경향이 짙고, 서양인은 개체 간의 상호 관계를 따지기보다는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특징이 있습니다(출처4). 결국 강수량의 차이가 농사의 재배 품종을 달리하고 이것이 서로 다른 가치관과 문화, 사고방식까지 차이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강수량에 따른 기후는 건축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밀 농사 지역은 강수량이 적어 땅이 단단하여 벽 중심의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벽에 창문을 크게 내면 집이 무너지기 때문에 창문의 크기가 모두 작습니다. 그래서 집 안에서 창문으로 바깥 경치를 볼 수 없으니, 밖에서 건물을 바라보는 데 중점을 두어 3인칭 시점으로 디자인하여 건축의 입면이 화려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벼 농사 지역은 땅이 물러 벽을 세우면 옆으로 넘어져 집이 무너집니다. 따라서 건축 재료로 가벼운 목재를 사용하되 나무가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닥에 주춧돌을 놓아 기둥을 세우고 처마를 길게 하여 비를 맞지 않게 경사진 지붕으로 디자인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둥과 기둥 사이는 뻥 뚫린 개방감을 갖기 쉽습니다. 그래서 안에서 밖을 보는 일이 일상이었고, 집의 내부와 바깥 경치의 관계가 중요했기 때문에 사람과 건축과 주변 자연환경과의 관계에 무게를 두어 1인칭 시점의 디자인관이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강수량이 동·서양의 건축 공간의 특징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책을 읽어가다보니 강수량의 차이로 인해 동서양의 가치관, 문화, 건축 등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가 바라보는 시각에 따른 이야기 전개가 왜 그렇게 동서양이 다른지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다음 주에도 사고방식, 건축, 그림 등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그럼 다음 주에는 3장 농업이 만든 두 개의 세계 - 나머지, 4장 두 개의 다른 문화 유전자를 같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참조글 〉
O 출처4: [인문학]쌀농사와 밀농사, 집단주의와 개인주의를 낳다!
〈 참고 도서 〉
O 출처1: 『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청미래 출판, 2011.08.10 출간, 312쪽, 교보문고 사이트 - 행복의 건축(양장본 HardCover)
O 출처2: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도시와 건축을 성찰하다』, 승효상 지음, 돌베개, 2016.10.10, 220쪽, 교보문고 사이트 -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
O 출처3: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김영사 출판, 2015.11.24 출간, 636쪽, 교보문고 사이트 - 사피엔스
O 『총 균 쇠(무기 병균 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 출판, 2005.12.19 출간, 751쪽, 교보문고 사이트 - 총균쇠
〈 마인드 맵으로 한 장에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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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해가 뜨고 지는 일이 늘 반복되지만
그래도, 어제보다 좀 더 나은 내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더불어 함께, 새로운 오늘을 충실히 잘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남과의 비교가 아닌,
어제 나와의 비교를 통해 하루하루 성장하는 나를 만나고 싶습니다.
-새날 드림/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