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지기 학교가 개강한 후로 목요일 저녁만 되면
아이와 잠재우기 전쟁이 벌어집니다
아이는 어떡하든 엄마와 좀더 같이 있고 싶어 잠을 안자려 하고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이를 얼른 재워놓고
등대지기 학교 강의를 듣고 싶어 하는 거죠
11시 가까이 되어서야 겨우 아들녀석을 재웠는데
오늘은 뜻하지 않게 남편이 방해를 합니다
강의를 듣는다고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으려니
볼륨 좀 줄이라고 잔소리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왜 이럴 때만 잠귀가 밝은 건지...원)
실종된 헤드폰을 찾느라 한참을 뒤적이다
겨우 한쪽 귀만 나오는 이어폰을 찾아 꽂고
컴컴한 방에서 불도 안 켠 채 열공했답니다
1강에서 너무 막강한 감동의 쓰나미를 경험한 터라
2강은 또 어떤 분이 저의 잠든 영혼을 깨우실까
자못 궁금하고 기대가 컸습니다
신을진 쌤은 칼럼으로만 접했던지라 실물이 몹시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젊고 아름다운 여성분이라 좀 놀랐습니다
상담학 전공하신 분답게 강의도 카운셀링 하시듯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과 사례를 짚어가며
조곤조곤 재미있게 풀어가시고
개별문제에서 전체문제로 객관화해가는 기술이
보통 내공이 아니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 아이가 어려서(4살, 2살)
'학습법'에 대한 강의가 절실한 시기도 아니고
저와는 다소 연관성이 없는 주제라고 생각했는데
강의를 듣다 보니 계속 귀 기울이게 하는 뭔가가 있더군요
그것은 아마도 신을진 쌤이 십수년간 진행하신
풍부하고 생생한 현장의 상담사례들이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나의 문제'로
유추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신을진 쌤이 누차 강조하신대로
오늘 배운 것을 '훑어보기'를 한다면
- 부모의 자세가 아이의 공부 태도를 결정한다 (허용/칭찬)
- 현재를 분석해야 방법이 나온다
- 못한다고 포기하지 말라. 능력이 아니라 방법이 문제다
- 공부에도 준비운동이 필요하다 (틀잡기, 개요파악)
- 기억의 원리에 기초하여 효과적으로 외워라 (분류/시각화,연상화)
- 공부의 주인은 부모가 아니라 자녀다
정도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강의 중에서 가장 저한테 와닿았던 말씀은
'능력은 고정되어 있다는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신쌤께서 예를 드셨던 그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저도 틈만 나면 제 아들 녀석의 능력이 무엇인지
하루 빨리 파악하려고 예의주시하고 있었거든요
그것이 아이의 능력을 섣불리 재단하는 짓인 줄도 모르고 말이죠
이제 겨우 네 살짜리에게 뭔 능력이 보인다고...-,,-;;;
제가 그런 잘못을 저지른 데에는
'잘 하는 것 하나를 찾아서 집중 투자하자!' 하는
얄팍한 계산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자식을 키우는데 왠 '투자'란 말입니까?
투자는 뭔가 이익을 바라고 하는 것인데
아들한테 투자해서 뭘 받아내려고 한 것인지
저 스스로가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저는 강의를 듣는 동안 줄곧
'학습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과외가 금지된 덕분에
학원에 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강제로 외우든 좋아서 배우든 어쨌거나 혼자 힘으로 공부해야했고
그때의 훈련이 살면서 알게 모르게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20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은 (직장 신입 후배)
자기가 모르는 무엇에 대한 호기심도 거의 없는 것 같고
무언가를 알아가는 재미나 배우는 재미,
깨달았을 때의 희열을 느끼는 경우도 거의 없는 듯 합니다
시키거나 지시하지 않으면 스스로 알려고 하는 경우가 없어서
요즘 제 주변의 동료나 선배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공부하는 법을 다시 처음부터 가르칠 수도 없으니 말이죠
아마 기업에서 인력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인재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그 해답이 바로 '스스로 학습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끝으로, 신을진 쌤의 강의를 통해
저 자신에 대해 재미있는 발견을 했습니다
저는 바로 '시각이 발달한 인간'이었던 것입니다
첫번째 문제 -.-...-..---..-- 는
한번 보고 바로 맞췄는데
두번째 문제 '사냥꾼, 숲, 화살, 오리떼, 울타리....'는
세 단어나 틀렸습니다
역시 저는 스토리를 이어가는 연상력보다는
사진 찍듯이 기억하는 시각화가 훨씬 쉬운 모양입니다
참고로, 첫번째 문제는
저처럼 이모티콘 자주 쓰는 사람에게는
아주 쉬운 문제랍니다
처음 그걸 봤을 때 문제일 거라고는 생각도 않고
'저 얼굴들을 왜 그려놓으셨지?' 했거든요
-.-... (요건 '침묵모드')
-..- (요건 '대략난감')
--..--(이건 본 적 없지만 눈이 하나씩 더 붙은 걸로 생각)
요렇게 세 얼굴로 나눠보면 1초도 안걸립니다 ㅎㅎㅎ
암튼 2강도 저에게는 무척 재미있고 흥미로운 강의였습니다
신을진 쌤의 강의 자료를 잘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아이가 크면 꼭 적용해보려고 작정하고 있습니다
혹 그때 아이가 공부 안해서 제 속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어도
"공부는 네가 하지, 내가 하냐?" 라며
쿨하게 한방 날려줘야지 하고 벼르고도 있습니다 ^^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많이들 올려주세요
첫댓글 우와~~ 베스트소감문 전관왕에 도전하시나봐요..^^ 글솜씨가 예사롭지않으시네요.. 게다가 성실하시기까지..^^
^^베스트는 뭔가라도 다르네요.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게 얼마나 힘든지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연습도 많이 해보지만 그래도 영 시원찮습니다. 이 댓글 한줄도 열심 머리 쮜어짜고 올립니다.
겨우 일강소감문 올리고 왔더니 님께선 벌써 맛깔스런 2강 소감문까지...님 글을 보고 겨우 맞아~ 그거 침묵모드 이모티콘같구나~이제 생각났습니다.
이번 글은 더 편하고 쉽고 그러네요. 진짜 글솜씨 좋습니다. 전 기억력 문제 또 틀리고 이제 나도 기억력이 갔구나, 싶어 약간 아쉬워했지요.
강의듣고 님의 소감문을 읽으면서 복습하게 되네요...
짝짝짝짝! 대단하십니다.
와우! 바로 훑어보기를 습관화하셨군요! ^^ 저두 이모티콘으로 님과 똑같이 생각했더랬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