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정읍사문학상 심사평
전북특별자치도를 대표하는 문학상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고 한국문학의 메카인 곳이 정읍이 아닌가 싶다. 한글로 내려오는 최초의 시가 ‘정읍사’이고, 우리나라 최초의 정격가사인 불우헌 정극인의 ‘상춘곡’이 탄생 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정읍사문학상이 주는 권위와 의미는 한국에서 으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에 응모한 작품들 모두가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졌다. 심혈을 기울인 작품들이 많아 대상 한 작품과 우수상 한 작품을 선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정도로 수작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몇 작품을 최종심에 올려놓고 오랜 고심 끝에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선정하게 되었다.
먼저 대상을 받은 작품은 시 ‘정읍’이었다
기다림이 한계를 넘어서면 시간이 멈춘다 / 천년이 오늘이다.
라고 시작되는 이 시는 고요하고 잔잔하면서도 그 내면에서 느껴지는 간절한 소망이 두드려졌다. 요즘처럼 초고속! 빠르게! 가 아닌, 요란하게 내세우지 않아도 언어의 절제력은 물론, 예부터 내려오는 우리 것을 지키려는 정읍의 마음을 천천히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이런 게 바로 천기(天氣)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작품이 눈에 띄어 심사자로서 참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수필이 시보다 시적인 감동을 줄 때가 많다. ‘바람개비’가 그 한 예이다. 어린 시절의 바람개비를 떠올리며 이야기는 누군가를 웃게 만들 수 있는 / 언제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어린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그려낸 ‘바람개비’를 최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이 말하고 싶은 것은 뒷부분에서 찾아진다. 웃지 않는 아이와 뛰지 않는 아이를 바람개비가 연결하면서 따뜻함을 전달해 준다. 척박하고 개인주의가 난무하는 이 시대에 천년의 노래를 간직하고 있는 정읍의 전통성과 정읍이 가진 문학적 소재들하고 일치한다고 본다. 이 수필은 중수필적인 느낌을 준다. 작품을 서술하는 일인칭 화자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표면에 ‘나’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면 현장감과 사실성이 추가되어 더욱 독자에게 친근감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심사자 모두는 만장일치로 시 ‘정읍’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최우수상으로 수필 ‘바람개비’가 선정되었고. 우수상으로는 ‘박쥐’가 선정되었다. 세 작가 모두 투고한 나머지 작품에서도 높은 수준의 작품성을 보여줘 더욱 신뢰감을갖게 하였다. 정읍사문학상의 공모 취지에 잘 어울리는 작품이 선정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작가들의 당선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 윤재석, 이광원, 김정임, 정량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