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전쟁?
정부가 마약과 전쟁을 선포한지 1년이 넘었죠.
현재 상황은 어떨까?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2023년 01월부터 09월까지 적발된 국내 마약류 사범은 2만 230명을 돌파했습니다.
2022년 01월부터 09월까지 적발된 인원이 1만 3708명이었으니 윤석열 대통령이 마약과 전쟁을 선포한 지난 1년 동안 마약 사범은 47.6% 정도 증가한 것으로 봐야겠죠. 지난 2017년 1만 4123명인 마약 사범은 매년 조금씩 증가해 작년 2022년 총 1만 8395명 수준이었죠. 과연 이것이 대통령이 나서서 마치 박정희 대통령이 전국가적으로 전개했던 새마을운동처럼 똑같이 전국가적으로 전쟁을 선포할 일이었을까.
그렇다면 마약류 사범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2023년 01월부터 09월까지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10대 988명, 20대 5817명(28.8%), 30대 4634명(22.9%), 40대 2886명, 50대 2120명, 그리고 60대 이상이 3451명(17.1%)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10대 청소년 마약류 사범은 총 988명으로 세부 연령을 살펴보면 15세 미만 68명(0.3%), 15~18세 665명(3.3%) 19세(20세 미만)가 255명(1.3%)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전쟁을 선포하고 정부, 특히 검찰과 경찰이 전국적으로 검거계획을 수립하고 정부여당 국민의힘과 전국 자생단체들까지 나서서 마약과 전쟁을 치루고 있는데 과연 이런 결과를 긍정적으로 봐야 할지 아닐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그러나 한가지 명확한 사실이 있습니다.
지난 2022년 가을 법무부가 기획재정부와 협의 아래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자료를 살펴보면 법무부가 마약 사범 검거에는 관심 있으나 그 치료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이미 차기년도 예산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으니 예산을 증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약 관련 예산은 거의 증액되지 않은데반해 다른 용도의 법무부 예산은 증액된 상태로 반영되었다는 것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023년 예산에서 교정시설 노후개선과 처우개선을 위한 약속을 사실상 이행했습니다.
자, 그럼 마약중독자 치료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주무부처는 보건복지부라고 할 수 있으며 마약 중독자 치료기관은
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지정한 전국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은 24곳입니다.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규정 제3조에 따라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은 첫째 혈청분석기 둘째 뇌파검사기 셋째 정신과 전문의 넷째 심리검사요원 다섯째 그 밖의 부대시설 및 장비를 필수적으로 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최소 기준을 미충족한 의료기관은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정해 버리는 형식인 마약 중독자 치료기관 중 서울특별시립은평병원, 부산의료원, 대구의료원, 광주시립정신병원, 대전 참다남병원, 경기도의료원의정부병원, 경기도 계요병원, 국립공주병원, 원광대학교병원, 전라북도마음사랑병원, 국립부곡병원, 경남 양산병원, 제주 연강병원 13곳은 기준을 충족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조건 미비 상황에서도 다수 의료기관은 지정·운영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실에 따르면 ‘그 밖의 부대시설 및 장비’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어 의료기관마다 구비한 부대시설 및 장비가 병원 자율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실제 판별검사 시 현행 기준에 따른 장비 외에 소변검사, 간이키트, 외주위탁 등을 이용하고 있고, 심리검사요원(정신건강 임상심리사)이 없는 경우 정신과 전문의가 심리검사를 대신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올 해 7월 “기본적인 지정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는데, 복지부가 안이한 태도로 이를 방치하고 기준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으니 치료보호 실적까지 미비한 것 아닌가.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간한 가이드라인을 보면 중증도별로 대응 치료기관을 분류하고, 이에 따라 요구되는 교육, 자격 등을 다르게 두고 있는 등 보다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현행 규정은 33년 전인 1990년 만들어진 것으로, 현실에 맞춰 전문가 및 현장 종사자 자문, 해외 사례 분석 등 철저한 검토를 통해 지정 기준을 조속히 점검하고 개정해야 합니다. 마약 문제는 ‘징벌’뿐만 아니라 ‘치료’적 접근이 핵심이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지금보다 비중있게 다뤄져야 합니다”라고 어이없는 현실을 지적했었죠.
지난 6월 현황을 보면
전국 마약 치료 지정병원 24곳 중에서 16곳은 아예 환자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 3년 동안 치료 실적이 아예 없는 병원이 12곳에 달하는 상황으로 나타났습니다.
왜 그럴까요? 투약자가 당국 심의를 거쳐 치료자로 지정되면 병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1년 동안 무상치료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지정 환자보다 마약 환자수가 훨씬 더 많을 뿐 아니라 마약 중독환자는 치료·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 데 비해 수가가 적어 마약 환자를 볼수록 병원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서울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환자를 보는 인천참사랑병원의 경우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재정난이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이 사태는 더 심각해 지고 있는데요.
2023년 10월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실에 따르면
2024년도 '마약 중독자 치료 관련 사업 예산'의 복지부 요구안과 책정안을 비교 분석한 결과, 내년 정부 예산안에 편성된 해당 예산은 올해와 같은 4억1,600만원으로 당초 복지부가 요청한 28억600만원보다 85%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당초 복지부는 2023년 4억1,000만원인 '중독자 치료비 지원 사업' 예산을 2024년 12억원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치료 대상 환자는 현행 350명에서 500명으로 늘리고 치료비 지원 단가는 234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한것이죠. 그러나 증액 요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을 뿐더러 올해 마약중독자 치료 예산은 이미 소진되어 다른 사업 예산을 2억원 가량 전용해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복지부가 마약 중독자에 대한 국가 관리를 강화하자는 취지로 조금만 올려달라고 한 예산마저 삭감된거죠.
또한 환자 재활을 담당하는
마약 치료 지정병원 지원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마약치료 병원 운영 지원 예산 11억원, 전문인력 양성 개발 2억원, 치료보호·재활 연계 3억원 등 총 16억원의 예산을 신청했는데 이는 전액 삭감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2023년 식약처가 편성한 마약 관련 예산을 보면
약 200억원이 증액되어 총 377억원의 예산을 편성 보고했는데
마약류 중독재활센터 73억원, 맞춤형 예방교육 확대 예산 47억원, 예방교재 및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 개발·보급 24억원, 마약예방 홍보 캠페인 31억원, 24시간 마약류 중독 예방·재활 전화 상담센터 신규 설치 14억원 정도가 편성되어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같은 복지부에서 예산을 배분했다 내지는 주무부서를 옮기거나 다각화하고 있다는 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단순한 상황은 아닌걸로 보입니다.
첫댓글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