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용버섯] 다이어트와 면역력 강화의 종결자
글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고대 이집트에선 파라오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고, 고대 로마에선 전사들에게 싸울 힘을 주는 것으로 믿어졌던 음식이 있다. 바로 '대지의 음식’ 버섯이다. 영조대왕, 네로황제, 진시황, 나폴레옹이 즐긴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폭군으로 유명한 네로는 버섯을 따오는 사람에게 버섯 무게만큼의 황금을 줬다. 그래서 폭정과는 어울리지 않게 ‘버섯 황제’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진시황은 영지를 불로초로 여겼다. 영지의 다른 이름이 ‘신선 불로초’인 것은 이래서다. 나폴레옹은 서너 시간만 자고도 낮에는 활력이 넘치는 인물이었다. 그의 넘치는 스태미나의 비결은 버섯일지도 모른다. 조선의 최장수왕인 영조는 송이의 ‘광(狂)팬’이었다.
‘산속의 쇠고기’, ‘채소 스테이크’
버섯은 동서양 어디에서나 음식 재료로 인기가 높다. 서양에선 ‘산속의 쇠고기’, ‘채소 스테이크’라고 부른다. ‘버섯 장수는 장수한다’는 속담도 있다. 동양에선 요리의 ‘감초’격이다. 최근 버섯은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비만, 변비를 막아주며 암을 예방하는 웰빙∙장수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같은 효능의 중심엔 베타글루칸이 있다. 다당류(단당류인 포도당이 수십 개 이상 연결된 것)이자 수용성(물에 녹는) 식이섬유인 베타글루칸을 빼고는 버섯을 논할 수 없을 정도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는 실험적으로 증명돼 있다. 일본학자들은 생표고 100g(마른 것은 50g)을 1주일간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10%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다이어트에도 유용하다. 열량이 100g당 30㎉ 안팎이다. 녹색 채소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버섯은 수분이 90% 이상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해먹으면 포만감이 금세 느껴진다. 버섯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변비예방과 치료에 유효한 것도 식이섬유 때문이다.
암에 효과가 있느냐에 대해선 양론이 있다. 영지, 운지, 상황,아가리쿠스, 차가버섯 등 수많은 버섯들이 암 예방을 표방한다. 이 버섯들의 항암 성분으로 기대되는 것도 베타글루칸이다. 베타글루칸이 대식세포(암세포 등을 잡아먹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는 연구결과는 여럿 있다.
일본에선 30년 전부터 버섯에서 베타글루칸을 추출한 뒤 이를 항암제로 사용해왔다. 베타글루칸이주성분인 ‘버섯 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죽이지는 못한다. 암환자의 면역력을 높여 암세포의 활동을 억제한다. 자연살해(NK)세포, T세포 등 면역 기능과 관련된 세포의 수와 활성을 높여주는 일종의 면역요법제다. 그러나 사람을 대상으로 버섯의 항암 효과를 분명하게 증명한 연구는 아직 없다. 그래서 고가의 약용 버섯을 굳이 사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전문가도 많다.
약용버섯7종의효능과복용법
능이
한방에선 흔히 ‘일능이송삼표’라고한다. 약성으로만 보면 능이가 1위, 송이가 2위, 표고가 3위라는 뜻이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두꺼비같이 생겼다. 식감이나 맛도 괜찮다. 베타글루칸과 콜레스테롤 저하를 돕는 테르펜 성분이 주된 약효 성분이다. 인공재배가 되지 않으므로 시판중인 것은 자연산이다. 갓은 절반 이하만 펴져있고 고유의 다갈색외엔 검은 얼룩이 없는 것이 상품이다. 대는 탄력 있고 부드러운 것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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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석이(石耳)버섯의 일종으로 높은 산의 벼랑에서 발견된다. 활엽수의 그루터기에서 자라는 영지는‘진시황의 불로초’로 유명하다. ‘본초강목’에선 인삼과 함께 상약(上藥)으로 분류됐다‘. 동의보감’엔 “장수하게 하고, 얼굴빛을 좋게하는 버섯”으로 소개됐다. 이 버섯은 혈압,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혈압, 심장병, 동맥경화, 고지혈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 항암 효과도 나타낸다. 기침, 기관지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에도 이롭다. 평소 기관지에 문제가 있거나 날씨가 건조할 때엔 영지를 넣고 끓인 물을 하루 3번 식전 공복에 마시면 효과적이다. 피로, 어지럼증, 불면증이 있으면 영지 12g을 물 100㎖에 달여 하루 2번에 나눠 마신다.
<CC, Reserved: Eric Steinert>
운지
운지(구름)는 상황이나 영지보다 채취하기 쉽다는 이유로 가격이 훨씬 싸지만 약효는 영지 못지않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을 강화해 암을 억제한다. 특히 간(肝)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간염, 만성 간질환자에게 권장된다. 약으로 복용할 때는 물1ℓ에 운지20개 가량을 함께 넣어 달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 성질이 차서 몸이 냉한 사람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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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충하초
중국의 등소평과 1993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마(馬)군단이 애용한 버섯이다. 중국에 선주나라 때부터 약선 요리로 만들어 먹었고 황실에선 동충하초 오리수프 요리를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동충하초(冬蟲夏草)는 겨울엔 벌레 상태로 있다가 여름이 되면 버섯이 된다는 뜻이다. 겨울엔 벌레에 기생하다 벌레가 죽으면 여름에 그 자리에 생기는 색다른 버섯이다. 이 버섯은 노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유해(활성)산소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피로를 푸는 데도 유익하다. 항암 효과(특히 폐암)도 기대된다. 버섯에 든 코디세핀이 면역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당뇨병, 백혈병, 기관지염, 간염, 성기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있으나 아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감기 초기나 몸에 열기가 많은 사람은 함부로 먹어선 안된다. 국내에선 눈꽃 동충하초와 밀리타리스 동충하초만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CC, Reserved: Eric Steinert>
상황
상이(桑耳, 뽕나무)라고도 불린다. 신체의 면역력을 높여 항암 작용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여러버섯 중 하나다. 원래는 버섯 중 가장 고가였지만 요즘은 인공재배가 가능해져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국내에서 공식허가 된 것은 ‘펠리누스린테우스’와 ‘펠리누스 바우미’두 종 뿐이다. 다른 것은 아직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살 때 어떤 종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갓의 색깔은 황갈색이나 담황갈색이다. 검은 빛이 도는 것은 질이 떨어질 수 있다. ‘동의보감’, ‘신농본초경’, ‘향약집성방’에선 “신과 같은 효험이있다”며 애찬됐다.‘ 본초강목’엔 “여성의 자궁출혈, 생리불순에도움이 된다”고 기술돼있다. 이 증상으로 고생하는 여성은 볶은 상황 가루를 공복에 1회 8g씩 술과 함께 복용하면 좋다. 스트레스, 숙취가 심하면 상황10g에 물1ℓ를 넣고 달인 물을 마시는 것도 괜찮다. 달일 때는 약한 불로 물이 반쯤 줄 때까지 달여 식후 3번 복용하는 것이 좋다. 위를 튼튼하게 하는 효험도 있지만 약간의 독이 있어 복용 시 주의를 요한다.
<CC, Reserved: caspar s>
아가리쿠스
브라질 피아다테 지방에서 자생하는 버섯이다. 요즘은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 인공재배된다. 주성분은 암 예방 효과가 기대되는 베타글루칸, 알파글루칸, 갈락토글루칸 등 다당류와 뼈를 튼튼히 하는 에르고스테롤(햇볕을 받으면 비타민D로 전환)이다. 살 때는 갓이 펴져 있지 않고 둥근 것을 고른다. 건조제품은 손으로 만졌을때 물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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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북위 45도 이상인 시베리아, 북미, 북유럽의 자작나무, 오리나무, 단풍나무, 버드나무에서 발견되는 버섯이다. 이중자작나무에 기생하는 것만 약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와 동유럽에선 오래 전부터 난치병 치료제로 이용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 버섯의 추출물을 암과 당뇨병 치료 성분으로 허가했다. 대부분의 버섯이 죽은 나무에서 기생하는 것과는 달리 살아있는 나무에서 발견되는 것이 특징이다. 유해산소를 없애는 효소인 SOD의 활성이 높다는 게 장점이다. 자연살해 세포와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성을 높여(베타글루칸의효과) 신체의 면역력을 강화하고 암예방을 도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CC, Reserved: Distant Hill Gardens>
국내 유일의 식품의약전문기자. 중앙대학교 의약식품대학원 겸임교수, 서울대학교 초빙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한국 기자상, 올해의 의과학 기자상,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 언론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음식과 건강』, 『100% 신종플루 예방법』, 『아이의 완벽한 식생활』 등이 있다.
[2011-06-01]
<출처: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첫댓글 얼마전 남편에 대장암 소식에 놀랜가슴쓸어 내리고 요즈음 버섯 매일 식탁에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