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과제> 빨간 머리 앤 을 읽고
어릴 때 한 번씩은 누구나 읽었을 빨간 머리 앤을 이번 달 과제로 정했다. 과제로 하려고 했던 책은 다른 책이었다. 그런데 함 선생님이 쓰신 책 중에서 나한테 없는 책들을 주문했었는데, 이 책도 주문하게 되었다.
빨간 머리 앤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을 함영연 선생님이 엮은 파랑새 출판사에서 펴낸 책이다.
<빨간 머리 앤>의 공간적 배경은 에이번리 마을인데 실제 배경은 프린스 에드워드섬이다. 그 섬은 현재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앤의 흔적을 느낄 수 있게 해 놓았다.
앤은 부모가 교사였는데 어릴 때 병으로 돌아가셔서 고아가 되었다. 유모네 집과 다른 집에서 아이 돌봐주는 일을 하다 고아원으로 가서 4개월 정도 있게 되었다.
그 때 초록지붕집에 사는 오빠인 매슈인의 제안으로 남자 아이를 데려 오려고 했는데 소개하는 사람의 실수로 여자 아이인 앤을 데려 오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앤은 주근깨투성이에다 빼빼 마르고 빨간 머리다. 앤 자신도 자기 머리가 빨간색이라는 것만큼은 정말 싫어했다. 학교에서 빨간 머리라고 놀림을 받자 결국 학교에 안 나가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그런 환경에서도 앤은 밝고 명랑하며 더군다나 상상력이 풍부하다.
앤은 말을 참 멋있게 잘 한다. 말하기를 좋아해서 잠시도 쉴 새 없이 말을 하지만, 솔직하고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한다.
매슈리와 마릴라 남매는 이런 앤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다.
<빨간 머리 앤>은 앤이 열한 살부터 대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시골마을을 무대로 순진한 소녀가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면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청소년 소설이면서 가정소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책이지만, 만약 지금 이렇게 쓴다면 아마도 아동학대라고 비난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쓴 연대가 1908년이니까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눈여겨 본 것은 먼저 등장인물의 구성이다. 내가 아이를 입양하는 내용을 썼다면 등장인물을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부모로 설정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특이하게도 아이를 길러 본 적이 없는 남매다.
다음은 복선 처리다. 앞부분에서 앤은 남의 집에서 아이를 돌보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후반에 가서 오해로 인해 친구 부모가 자기 딸과 놀지 못하게 했는데, 친구 부모님이 집을 비웠을 때 마침 어린 동생이 갑자기 아프게 되고 친구는 앤의 집에 와서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때 앤은 아이를 돌봤던 경험으로 증상에 알맞은 약을 먹여 목숨을 구하게 되는 데, 타당성이 있게 만든다. 또 앤의 장식이 없는 원피스에 대해서도 두 번 나오게 된다.
배울 점은 묘사와 대화법이다.
옮겨보면
* “접시가 세 개인 걸 보니 손님이 오기로 되어 있군. 그런데 귀한 손님은 아닌가 보네.”
식탁에는 손님용 접시가 아닌 늘 쓰던 그릇이 놓여 있었고, 사과 통조림과 케이크가 보였다.
오빠 매슈리가 입양할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것을 보고 궁금한 린드 부인이 마릴라네 집에 와서 한 말과 지문이다.
* “대합실에서 기다리라고 했더니, 상상하기에는 탁 트인 곳이 좋다고 하면서 밖에서 기다리겠다더군요.”
역장이 아이를 데리러간 매슈한테 한 말인데 여기서 그 아이는 뭔가 특별한 아이라는 것을 암시를 대화를 통해서 보여준다.
* “아저씨, 이저씨가 초록지붕집의 매슈 커스버트 씨죠? 반갑습니다. 전 아저씨가 데리러 오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만약에 아저씨가 오시지 않으면 저기 있는 커다란 벚나무 위에서 밤을 지낼 생각이었어요. 하얀 벚꽃과 달빛이 이불처럼 포근하게 감싸 주면 근사하겠죠? 전 아저씨가 오늘 안 오시면 내일은 꼭 오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대화에서 아이가 긍정적인 성격일 것이라는 것을 암시해 주었다.“학교는 다녔니?”
* “얼마 못 다녔어요. 계속 다닐 형편이 못 됐어요. 하지만 전 책도 잘 읽고, 시도 많이 외울 수 있어요.“
“그렇구나. 살았던 집에서는 네게 잘해 주었니?”
앤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그, 그럼요. 저에게 잘해 주려고 했어요. 전 잘해 주려고 했다고 믿고 있어요.”
마릴리는 앤이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쯧쯧, 어린 것이 얼마나 눈칫밥을 먹었을까? 그러다 살 집이 생겼다고 무척 좋아했을 텐데…. 어려운 환경에도 잘 자란 것 같아.“
대화를 통해서 앤이 바르게 자란 아이라는 것을 나타내 줌과 동시에 마릴라가 앤을 돌려 보내지 않고 다시 집으로 데려 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읽은 책으로는>
고래굴의 비밀 <박재형> 물결아줌마 치맛자락 <김정숙> 길 위의 코코 <박현숙>
약속의 땅을 향하여 <박숙희> 멋진 춤을 보여 줄게 <운수천> 장한철의 표해록 <장영주>
이상한 열쇠고리 <오주영> 하얀 야생마 <송재찬> 비밀 족보 <송재찬> 들키고 싶은 비밀<황선미> 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 <임정자> 이야기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임어진>
우리동네 마릴리 아줌마 <함영연> 빨간 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원작, 함영연 엮음>
이솝 이야기 <이솝 글, 함영연 엮음> 종교를 초월한 참사랑의 실천가 테레사 <함영연>
첫댓글 책을 많이 읽으셨군요.
배부릅니다.
전 빨간머리 앤 오리지널 본을 고등학교 1학년 때 읽었답니다.ㅋㅋ
초등시절엔 작은 문고판 수준으로 읽었는데
오리지널을 읽으니 너무 재밌어서 그 나이에도
폭 빠졌던 기억이~~~ㅋㅋㅋ
과거에 잠기게 해주신 청아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