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나라 회왕은 제나라와 힘을 합해 진나라를 공격하려고 하던 중, 진나라를 위해 일하는 장의가 6백리의 땅을 주겠다는 제안에 속아서 제나라와의 관계를 끊고 6백리의 땅도 얻지 못하고 곤경에 처하게 된다. 장의는 6백리가 아니라 6리의 땅을 주겠다고 한 것이라고 흰소리를 한다. 회왕은 또한 진나라 소왕이 무관에서 동맹할 것을 제안하자, 무관으로 갔는데 회왕이 무관에 도착하자마자 무관의 문을 닫아버리고 회왕은 감금상태가 되고 결국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는 와중에 초나라는 회왕의 태자를 새로운 왕으로 세운다. 결국 회왕은 진나라에서 죽게 된다.
초나라 사람들을 부르는 이는 시조의 화자. ‘네 임금’이라고 부른다. ‘너희 임금’이나 ‘우리 임금’이 아니고 ‘네 임금’이라는 것은 화자와 상관이 없는 임금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네 임금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것은 완전히 단절하지는 못하고 있는 모양새. ‘네 임금 어디 가니’가 아니고 ‘네 임금이 어디 가니’라고 해서 ‘임금이’의 ‘이’는 임금을 강조하고 있다. 네가 세워놓은 임금인데 그 임금이 어디를 가느냐 혹은 어디를 갔느냐고 묻는다.
초나라 회왕이 진나라 왕을 위해 일하는 장의에게 속아서 얻고자 했던 육백리 땅이 아니고 장의가 비웃으며 주마고 했던 육리의 땅을 ‘六里 靑山’이라고 한다. ‘靑山’이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쓴 것. 어리석은 회왕을 비웃는 것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靑山은 예나 지금이나 이상향의 다른 이름인데, 장의가 주마고 했던 그 육리의 땅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그 육리의 땅이라도 받아야 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육리 청산은 묘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6리의 땅은 묘지를 조성할 수 있을 정도는 될 것이다. 6백리를 얻으려고 욕심을 낸 회왕은 자기 육신이 묻힐 6리의 땅도 갖지 못하고 적국 진나라에서 운명하게 될 것도 모르고 그리로 가고 있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우리’는 시조의 화자의 질문을 받은 이의 답으로 볼 수 있다. ‘네 임금’은 나와 직접 연관이 있는 임금이라면, ‘우리’ 임금은 그러한 일대일의 관계가 아니다. ‘내 임금’이었지만 이제는 ‘우리 임금’으로 되었고, 그 임금에 대해서는 무관이 닫힌 후로는 소식을 알 길이 없다. 체념이 느껴진다. 그 임금은 이제 ‘내 임금’이 아니게 되었다는 암시가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