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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나 해봄직한 쓸데 없는 일을 해보자.
한밤중 모니터에 "세계경제"를 띄워놓고 야매로 만든 칵테일을 마시며 세상을 관조하는 풍류다.
이 세계가 올해 또 어디로 흘러갈지 여기서는 짐작도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 출발점이 어딘지는 찍어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여행하는 동안 목적지만을 바라보다가 출발지가 어디였는지 쉽게 망각하니 말이다.
#첫 시선은 미국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과정을 한 단어로 '디레버리징'으로 규정하자면, 미국은 그 디레버리징을 성공적으로 완수해낸 유일한 나라다. 미국은 2013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림1. 분기별 미국 가계부채의 증감
(source : qz.com)
작년 3분기, 미국 가계는 5년만에 처음으로 의미있는 회복 시그널을 보냈다. 5년간의 지난했던 '빚갚기'를 끝내고 부채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래 그림2에서 보듯이 GDP대비 가계 부채 총량은 이미 2000년대 초반까지 감소했다.
그림2. 미국의 GDP대비 가계부채 추이
(source : St. Louise FED)
부채가 감소하는 동시에, 금융위기 진앙지였던 주택가격은 그림3에서 보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지역에서 2006년 고점을 돌파하고 지속상승 중이다.
그림3. 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의 전년대비 증가율 추이
(source : St. Louise FED)
회계에서 자본은 "자산 빼기 부채"이다. 자산가격은 2006년 고점을 회복했는데, 부채는 이전 수준보다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면 당연히 자본은 증가했을 것이고 이는 미국 가계의 재무구조가 지난 10년래 현 시점에서 가장 우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세계 모든 이코노미스트가 앞다투어 미국 경제의 지속성장을 전망하는 핵심이 이것이다.
미국이 강해진 것이 어디 가계의 재무건전성 회복만이겠는가. 쉐일가스 덕분에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의 위치를 넘보고 있다.
그림4. 주요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 추이
에너지의 혁신 덕분에 산업경쟁력이 확대된 미국은 전세계 교역량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와중에, 사상 최대의 수출액을 경신했다. 실업률은 아직 높지만 신규 일자리가 2년 넘게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실업 문제도 해결되고 있는 중이다. 오히려 높은 실업률은 미국 경제가 향후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증거로 해석되기도 한다. 경이롭게도 미국은 과거의 문제 대부분을 해결했다.
물론, 과거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미국 소비자들이 다시 2000년대 중반처럼 엄청난 빚을 내가면서 과소비에 몰두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체력이 좋아졌다고 해서 갑자기 앞으로 뛰어나가리란 보장은 없다. 디레버리징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동안 양극화는 심화됐고 미국의 지속 성장을 받쳐줄만큼 세계 경제의 체질은 좋아지지 않았다. 현재 미국의 상황은 앞으로 미국이 경기침체를 겪더라도 큰 피해없이 빠르게 회복되고 정상적인 성장궤적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음을 말해주긴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쉽게 얘기하는 것처럼 올해 미국이 작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임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출발지의 관점에서는 그렇다.
#미국은 이렇게 체질개선이 됐는데, 그럼 유럽은 어떤가?
유럽의 복잡한 상황에 대해서 유명한 폴 크루그먼은 어제 자신의 블로그에 "하나의 그래프로 보는 유럽의 상황"이라는 제목으로, 정말 제목만큼 적절한 그림을 하나 보여주었다.
그림5. 유럽 국가들의 국채 이자율과 GDP대비 국가부채의 변화
(source : New York Times, Paul Krugman)
2011년 11월,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었던 시점의 이자율과 부채부담을 보여주는 초록색 점과, 현 시점의 상황을 보여주는 주황색 점을 비교해보자. 재정위기를 겪었던 PIIGS 5개 국가의 국채 이자율은 2년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지만 이들 국가의 GDP의 국채규모는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 2년간 유럽의 긴축(Austerity, 재정긴축을 통한 국가 부채 축소)을 귀따갑게 들었지만 이들의 부채 문제는 악화된 것이다. 최근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프랑스까지 감안한다면 유럽은 ECB의 강력한 통화정책과 독일의 용인에 기대어 문제를 심화시키지 않고 끌고가고 있긴 하나, 체력을 회복한 미국과는 달리 문제의 근본원인은 전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PIIGS 국가들이 역성장에서 벗어나고, 유럽 전체 산업생산도 빠르게 개선되고, 주가가 연일 강세를 보이는 등 그 어느때보다 경기 회복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미국의 출발지가 올해 미국의 호황을 보장해주지 않듯이, 현재 유럽의 상황이 올해 지속적인 경기 회복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임시방편으로 연명하다가 경기 업사이클이 얻어걸리길 기다리고 있는 지금의 유럽으로는 향후 예상치 못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발생했을때 문제가 악화일로로 번질 수 있는 리스크를 배제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상당기간 완화된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하는 ECB 입장에선,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이 결코 반갑지 않을 것이다. 정황상, 올해 유럽이 글로벌 경에서 '문제의 원인' 혹은 '침체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은 거의 보인다.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국면에서 ECB가 독립적이고 결단력있는 모습을 계속 보일 수 있을 것인지,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할때 유럽 국채 금리가 안정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점진적인 유로화 약세가 가능할 것인지 등 여러가지 미묘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계속 신경을 써야할 것 같다.
#이제 아시아로 넘어와보자. 작년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일본부터 보자.
읽는 분도 마찬가지겠지만 긴 블로그 작성에 지쳐가고 있으므로, 일본 파트는 차트 없이 말로 때우도록 하자. 현재 BoJ(일본은행)는 일본 국채 거래물량의 거의 대부분을 인수하고 있다. (신규발행 기준으로 보면 작년 연말 이미 100%가 넘어갔다) 절대 규모 면에서 아직 미국의 양적완화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상대 규모면에서 BoJ의 통화공급은 이미 역사상 최대이다. 이런 BoJ의 통화정책은 사무라이의 검처럼 한번 뽑으면 돌이킬 수 없는 칼이기에 끝까지 갈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일본 국채 시장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일시 이탈하게 되면 총체적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 말하기도 하나, 현재 BoJ의 Commitment 수준을 감안했을 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유지해 경제내의 투자를 촉진하는 이 경제적 실험의 효과는 1,2년만 갖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위 아베노믹스의 성과라는 것은 적어도 내년말까지의 성적표를 갖고 말해야 한다. 이는 올해 일본에서 큰 정채적 방향성의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는 이야기고, 당분간 일본경제에서는 일본 정부가 타겟팅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가운데 민간의 투자가 증진되는 긍정적인 양상의 지속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일본경제의 한 가지 중대한 리스크는,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는 임금상승률이다. 연말에 임금상승률이 인플레이션의 1/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는 보도가 있다. 내수가 GDP의 85%를 구성하는 일본에서 '엔저'는 국내 실질 소득의 하락을 의미한다. 여기에 생필품과 에너지 분야에서 인플레가 발생하는데 임금이 묶여버린다면 아베노믹스의 화려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민의 평균적 삶은 오히려 더 피폐해질 뿐이다. 이러면, 안정성이 떨어지는 일본 정치지형의 특성상 아베정권의 기반이 흔들리고 '아베노믹스의 화살'은 끝이 무뎌지고 동력을 잃을 수 있다. BoJ의 폭발적 통화공급으로 대변되는 아베노믹스는 멈추기 시작하면 곧바로 재앙이 시작된다. 아베의 정치적 위상 약화는 그 재앙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아베가 왜 작년말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갔을까. 엄청난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신사참배를 감행했다는 것은 아베가 정치적으로 그만큼 자신감이 있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정치적인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의 지지율 하락을 감안하면, 아베는 정치적 위기감 속에서 극우 세력의 지지를 다지기 위해 신사참배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그냥 정치적인 문제만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이제 세계 경제의 최대 리스크 중국을 보자.
중국의 최대 문제는 끊이지 않는 부동산 경착륙에 대한 우려다. 그림6에서 보듯이 2013년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 부동산 가격은 작년 11월까지도 별다른 냉각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림6. 중국 70대도시 기존주택 매매가의 전월대비 평균 상승률
(source : 중국국가통계국, Kang.DK)
하지만, 작년의 부동산가격이 상승이 너무 가파랐고, 그것이 중국 제조업의 상대적인 침체 속에서 이루어졌고, 중국 정부가 하반기들어 확연한 부동산 가격 상승 억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갑작스런 부동산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설사 중국 부동산의 경착륙이 시작되더라도, 스마트하고 탄탄한 중국 정부가 위기의 확산을 조기 차단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정부가 위기를 막아낼 것이라는 이런 말은 더 바보스러운 말을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우스운 이야기다. 원래 모든 경제위기는 다 정부가 막는다. 대공황도 그렇고 08년 금융위기도 그렇고 과정은 험했지만 결국 그 위기의 끝에는 정부가 있었다. 중국은 97년도의 태국이나 한국이 아니다. G2에 속하는 세계 초강대국이 부동산 위기를 못막아서 나자빠질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massive한 경제에서 부동산 경착륙 같은 현상이 발생하면 그 모든 피해를 정부가 다 떠안고 통제하더라도 주변국에 큰 충격을 준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중국 정부의 능력이 아니라, 중국 부동산 버블의 절대적 규모이다.
그림7. 중국의 GDP대비 대출 추이
그림7에서 보듯이 중국에선 2008년 이후 미화로 8조달러에 가까운 신용이 창출됐다. 추정치만 난무하는 쉐도우뱅킹을 감안하면 원화로 따져서 1경원도 족히 넘는 천문학적 금융대출이 지난 5년간 중국 부동산시장에 퍼부어졌다. 이런 '규모감'을 생각했을 때 중국 정부의 능력과 관계없이 중국 부동산 경착륙은 재앙이 될 수 있다.
11월의 3중전회를 비롯해서 중국 정부의 경제개혁 방안은 투자와 제조업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에서 내수와 서비스 중심의 경제성장으로 중국 경제의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년 가파른 부동산 시장의 활황 속에서 중국 경제의 구조개혁은 오히려 후퇴했다.
그림8. 중국 분기별 GDP성장률 공헌도 Breakdown
그림8에서 보듯이, 중국 GDP성장에서 투자 대비 소비가 공헌하는 비중이 추세적 확대국면에 있다가 13년 2분기 들어 완전히 역전됐다. 아래표를 보더라도 3분기 누계로 중국 GDP성장 7.7%의 절반을 훨씬 넘는 4.3%가 소비가 아닌 투자에서 나왔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으로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가 둔화되면 중국의 GDP성장률은 단번에 4-5%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
작년말 중국 은행간 단기 대출 금리가 6월에 이어 다시 한번 급등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이는 중국 금융시스템의 내부적인 문제때문이기도 하지만, 부동산 버블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는 중국 정부의 위험한 시도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현상인 자산시장의 버블을 공산당이 효과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을까. 그것도 역사에 남을 거대하고 급진적인 버블을 말이다.
자의든 타의든, 중국 정부는 올해 작년보다 더 타이트하게 부동산 시장을 통제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처럼 중국 경제도 지난 5년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다만 미국은 터널을 빠져나오는 상황이고 중국은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상황이다. 정부의 통제가 성공하면 성장률이 소폭 내려가면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고 실패하면 세계경제는 중국이라는 성장 동력의 급속냉각을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주변국의 성장' 측면에선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다.
#중국 경제의 국면 전환에 따라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할 곳은 자원부국들이다.
호주, 브라질, 러시아 등 천연자원 부국들은 지난 5년간 중국의 투자중심의 고성장에 가장 큰 혜택을 봤다. 미국의 양적완화로 풀어진 돈 중 상당수가 중국으로 갔고, 중국 자국내의 급속한 통화팽창에 한번 더 뻥튀기된 이 돈의 상당수는 다시 자원부국으로 흘러들어갔다. 호주/브라질/러시아 모두가 넘치는 유동성과 무역흑자 속에서 경기활황을 경험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연준의 테이퍼링과 중국의 구조조정 노력 속에서 그러한 유동성의 흐름은 이제 완전히 반대로 바뀐다. 이미, 호주/브라질/러시아 모두가 통화절하 압력과 끝없는 주가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되긴 했지만, 이들 국가들의 상황은 올해가 작년보다 나을 것 같지는 않다. 미국/유럽을 중심으로한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상품가격 상승에 기대기에는 이들의 과거 영광이 너무 많이 나가 있었다.
#자원부국과 함께 비슷한 시기 부풀어 오른 이머징국가들도 문제다.
2011-2013년 세계 경제 침체기에서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주요 대국들이 일제히 유동성을 살포하기 시작했을때 최대 수혜를 본 지역은 동남아시아, 그리고 인도, 터키와 같은 이머징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들은 풍부한 인구수와 비교적 젊은 인구구조로 인해 고속성장하는 내수경제와 개방된 금융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며 급성장했다. 풍선을 꽉 누를때 어딘가 한 부분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세계경제가 침체됐을때 이머징 국가가 부풀어 오른 것이다. 자원부국들과 마찬가지로, 이들 국가들의 고성장을 가능케 했던 글로벌 유동성 흐름이 역전됐다. 이들 국가들은 97년 아시아금융위기 때에도 글로벌 유동성 흐름이 바뀔 때 급격한 위기로 빠져드는 경험을 해본적이 있다. 불행히도 이들 국가들은 15년전의 상황과 대비해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극심한 양극화와 불안한 정치구조가 이들 국가들이 과거의 실패로부터 학습과 반성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 라구람 라진이라는 세계 금융계의 스타를 중앙은행 수장으로 앉힌 인도는 비교적 빨리 외환위기 가능성에서 벗어나는 듯 하다. 하지만, 그 대가로 고금리 체제하에서 내부 구조조정으로 돌입할 수 밖에 없다. 인도네시아, 태국, 터키 등도 속도와 급진성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인도처럼 구조조정 단계로의 본격적 진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은?
지구를 돌고 돌아 마지막으로 한국경제의 출발지를 간단하게 생각해 본다.
한국은 수출이 내수보다 더 규모가 큰 기형적인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다. 그리고 그 수출의 절반(실제로는 절반보다 좀더 많은 양)이 중국/자원부국/이머징국가를 향한다. 미국이라는 희망에 땅에서 시작한 이 블로그는 중국/자원부국/이머징국가들에 대해서 짧고 비관적인 코멘트를 했다. 따라서, 한국 수출의 절반은 일단 올해 동력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나머지 반은 미국/유럽/일본을 향한다. 물자가 풍부한 선진국 내수 시장을 대상으로 한국이 수출하는 물건은 딱 3가지 유형 밖에 없다. 자동차/스마트폰/TV이다. 오늘 1월2일, 올해 첫 주식거래일에 KOSPI는 2008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2%가 넘은 급락세를 보였는데, 이 하락은 지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주도했다. 이 두 기업의 주가 벨류에이션 수준이 이미 낮음에도 불구하고 추가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시장이 삼성의 스마트폰과 현대차그룹 자동차 판매의 성장에 의문을 날리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한국의 수출은 선진국과 이머징 양족의 영역에서 물음표를 안고 시작한다.
내수는 어떨까. 주식시장에선 수출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니, 내수기업으로 자금이 도망가면서 수출-내수간의 주가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 내수가 올해 나라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일단 조짐은 좋다. 내수 디플레이션을 촉발하던 부동산 시장이 13년 하반기 들어 좋은 시그널을 보였다. 묵혔던 분양물건들이 해소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여기에, 이유는 도통 알 수 없지만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지향하는 신임 정부가 내수 가격규제를 화끈하게 걷어버리는 바람에 내수기업들은 작년 연말에 일제히 판매가를 올렸다. 내수에 봄이 올까? 기대감은 솔솔 피어오르고 있진 하지만 현실은 아직 냉혹하다.
지인이 얼마전에 실거래가 4억2천짜리 아파트를 전세시세 3억8천을 기준으로 반전세 계약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임대료가 매매가의 95%를 넘어섰지만 집을 사지 않고 임대 계약을 했다. 주택 매매에 대한 불신이 이 정도다. 매매가 아닌 임대 측면에서 보더라도, 현재 임대 수익률이 높게 나오는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들의 임대수익률은 세전 연 4.0-4.5%정도로 추산되는데, 제수수료를 납부하기전 3.5% 정도의 주택담보대출금리를 감안시 가장 수익률이 좋은 아파트로도 매력적인 임대수익을 얻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다. 단편적인 예겠지만, 이 사례만 놓고 봐도 지금의 가격대와 지금의 수요기반을 갖고 섣불리 부동산 매매시장의 반등을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2009년 130조원으로 피크를 쳤던 국내 건설수주액이 작년 90조를 턱걸이하고 올해 90조원을 하회할 전망이다. 주요 요인은 관급공사 감소이다. 현 정부는 공공기간과 정부부채의 구조조정을 대대적으로 부상시키고, 공공요금을 인상하면서 공공투자는 줄이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원칙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스타일때문에 이런 경제정책은 매우 신속하게 처리되고 있다. 이렇게 정부지출 감소를 대놓고 추진하는 정부 아래에서 수출의 물음표를 떠안고 있는 한국 경제가 내수 활황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미국의 성공적인 디레버리징에는 정부셧다운까지 불러일으킬정도로 치열했던 정부 지출의 확대가 있었다. 미국과 유럽을 비교해보면 민간의 레버리지 부담을 정부가 일부 떠안아주지 않으면 민간의 디레버리징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MB정부 5년간 허송세월하고 엄한데서 정력을 낭비한 탓에 한국의 가계부채는 매년 상상최대치를 돌파했고 끝내 천조시대를 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민간 보다는 "정부의 디레버리징"을 우선시하고 있다. 내수라? 나는 도저히 모르겠다.
#이제 맺음말..
선진국 경기 호조세에 힘입어 부푼 희망을 안고 시작한 2014년은 올해 첫 거래일 주식시장의 무자비한 하락 탓에 하루만에 분위기가 약간 가라 앉은듯 하다. 어차피 맞지도 않을 전망과 예상에는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출발지는 명확히할 필요가 있다. 지구본을 돌려보면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거대 담론을 생각해보는건 실무적으로 별 쓸모있는 일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단순히 그냥 풍류로 그칠 일만은 아닐 것이다. 안정된 미국, 아직 불안한 유럽, 불안을 키워가는 중국과 일본, 이미 불안한 이머징국가들의 틈바구니에 있는 한국의 올해 출발지는 그닥 안락해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