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쌈채소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를 머금는다. 쌈채소 모종 이식이라는 말만 들어도 왠지 신난다. 비닐하우스에 이랑을 만들어 다섯 종류의 쌈채소 모종을 옮겨 심는 교육이다. 장화를 신고 흙을 밟을 수 있다. 장화를 신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시작이 반이라고 장화만 신으면 농부가 된 듯하다.
감자 파종 하나로도 행복할 수 있다. 일주일 전에 감자 재배 기술을 배웠고, 교육생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씨감자를 파종했다. 흔히 말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이다. 그 일주일이 아주 재미있었다. 이이도 저이도 어설픈 지식으로 긴가민가하면서도 자기의 주장을 말한다. 모두가 의구심으로 가득하다. 다들 잘 모르기에 더 재미있다.
소재가 감자에서 쌈채소로 바뀌었다. 익숙하기로 따지면 도긴개긴이지만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는 건 무엇 때문일까? 감자 한 알과 상추 한 잎의 가치 차이일 수도 있다. 감자보다 쌈채소는 훨씬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무게가 문제가 아니라 실패의 두려움이 적은 탓이기도 하다. 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이런 것쯤이야!”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같이 쌈채소를 얕잡아 보는 용기가 생긴다.
아는 게 쉽고 한 번 해본 것이면 더 쉽다. 삽자루에 힘주어 땅도 파 봤고 삽괭이로 흙도 덮어 봤다는 하찮은 경험이 지식으로 변모하는 과정이다. 장화 바닥에 눌리는 흙의 탄력과 장화 바닥을 도장 찍은 듯한 흙의 모양들이 눈에 익숙하다. 한 줌 흙을 힘주어 쥐었다 던지는 시늉조차 오랜 농부의 일상으로 와 닿는다.
쌈채소를 수확하면 누구에게 자랑하지. 삽괭이 자루에 턱을 바치고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실없는 웃음은 오늘도 슬그머니 나를 찾아온다. 내가 아무리 어쭙잖은 초보라 할지도 나눠 먹을 정도의 수확은 하겠지? 대구 누님에게 비트 한 상자 포장해서 보내고 울산 동생에게도 청경채 한 상자, 서울 누님에게는 적겨자 한 상자쯤은 보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살아오면서 현재까지는 전혀 없다. 쌈채소를 재배하거나 친환경 농업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처음이니까 다르다. 쌈채소 이파리가 하나씩 돋을 때마다 첫사랑의 설렘이 함께 하기를….
첫댓글 청경채 한상자 받을 날을 손 꼽아기다려 봅니다
글세, 그래 될라?
딸은 왜 없노??ㅋㅋㅋㅋㅋㅋ한상자는 아니라도 한봉지는 줘야지~
우악~ 골고루 다 담아 한상자 보낼께. ㅋㅋㅋ
이러다가 내 먹을꺼 없는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