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동화책을 보다가 늦잠을 자고 있는데 유팽이 성이 전화를 했다.
"오늘 초하룬데 절에 가야지. 지금 출발하니 다리 쪽으로 나와" 그랬다.
나는 10분 만에 후닥닥 번개같이 세수를 하고 다리 끝으로 나갔다.
조금 있으니 유팽이 성네 차가 도착했다.
유팽이 성 옆에는 키가 작고 귀엽게 생긴 여자가 타고 있었다.
늘 보았던 형수님하고 닮았는데 눈에 쌍꺼풀진 것이 조금 달랐다.
나는 금탑사 입구 금사마을에서 내려 달라고 했다.
나는 생각 좀 하면서 걷고 싶었다.
사실은 고민이 되었다.
유팽이 성하고 같이 탄 그 여자가 형수인가 아닌가
형수는 쌍꺼풀이 없었는데 이 여자는 쌍꺼풀이 있는 걸 보니
유팽이 성은 그새 새장가를 가버린 것이 분명했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왜 유팽이성 걱정까지 해야 한단 말인가?
금탑사 올라가는 길.
바람 맞은 산딸나무 열매가 땅에 많이 떨어져 있었다.
왼쪽 키 큰 나무가 산딸나무다.
산딸나무 밑둥에는 굴이 있었고 그 열매가 고인 물에 떠 있었다.
유팽이 성은 나빠. 산딸나무도 자기 열매를 버리지 않고 이렇게 밑둥에 품고 있는데.
나는 쌍꺼풀 없는 형수가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산딸나무 열매를 주워 모아 보았다.
함께 모여 있으니 참 예뻤다.
작아도 함께 모이니 눈에 띄고 예쁜 것이 또 있었다.
달개비꽃이다.
망초꽃도 쪼그려 앉아 보니 참 이쁘다.
낮에 땅으로 내려온 별 같다.
누각에서 점심 공양 후 말차를 마시고 나서도 유팽이 성 고민이 끝나지 않았다.
주지스님께는 천장의 서까래를 세겠다고 말씀드리고 나서 누워버렸다.
천장에 핀 연꽃을 보았다.
연꽃을 아래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 연꽃처럼 유팽이 성도 뒤집어져버린 것 같았다.
오줌 누러 해우소 가다가
오늘 처음 꽃무릇을 보았다.
그래, 오늘부터 가을이다.
꽃무릇이 금탑사를 덮으면 가을이 익는다고 스님은 말씀하셨다.
해우소는 걱정 근심을 푸는 곳이라는데
오줌 싸고 나서도 유팽이 성 걱정 뿐이었다.
저녁 먹고 함께 금사 저수지둑까지 걸었다.
둑을 쌓은 돌들이 참 예뻤다.
산 그림자가 물위에 그대로 깔렸다.
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
쌍꺼풀 없는 형수를 버리고 쌍꺼풀 있는 여자로 마누라를 바꿔버린 유팽이 성.
사진을 찍어 그 뻔뻔스런 얼굴을 공개해불까 하다가
그래도 맛있는 과자 얻어먹은 것이 마음에 걸려 뒷모습만 찍었다.
유팽이 성은 쌍꺼풀이 있는 여자가 그렇게 좋을까?
첫댓글 유팽이 성 처제인갑소. 글고 꽃무릇허고 상사화는 어떻게 다르오? 좀 갤차 주시오. 또 사진의 산딸은 꼭 구지뽕나무 열매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