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벼락부자 되다
아이슬란드는 기존의 3대 주력산업인 어업, 제련업, 관광업을 제치고 금융업이 급성장하더니 마침내 세계적인 금융 강국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별명도 생겼다. 미국의 대표적 금융기업 골드만삭스의 이름을 딴 '북극의 골드만삭스'.
도대체 아이슬란드의 금융 팽창이 어느 정도였는지 살펴보자. 2003~2007년 인류 역사상 최고의 금융 팽창을 가져온 아이슬란드의 주식은 4년 동안 무려 아홉 배나 올랐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던 우리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미처 상상하기 힘들다면 우리나라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 주가가 지금 2,200포인트라고 하자. 아홉배가 뛰면 무려 2만 포인트가 넘는다. 아이슬란드의 주식이 그렇게 아홉 배가 뛰었다.
여기에 부동산은 세 배 뛰었다. 부동산 강국인 우리나라도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4년 만에 재건축도 아닌데 아파트 값이 세 배가 뛰었다.
게다가 북극의 골드만삭스라고 불리는 아이슬란드에 은행이 딱 세 개라는 사실이다. 신림동 은행 세 개의 자산 확장을 보면, 30억 달러였던 자산이 4년간 무려 1,400억 달러에 육박했다. 거의 50배에 이르는 셈이다. 1,400억 달러라면 우리 돈으로 200조, 우리나라 1년 예산이다. 30만명이 사는 나라의 금융 자산이 200조원이라는 말이다.
나라가 이렇게 되니 전 국민이 금융전문가가 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어부들이 정어리 그물을 올리면서 선물 옵션을 주고 받는다. "오늘 SMP지수 숏을 치고 롱으로 갈까?" 이러면서 우리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말을 서로 주고받고 난리를 친다. "오늘 선물 옵션 시장에서 헷징을 걸까, 말까?"
이러니 젊은 사람들은 정어리를 잡거나 제련업 같은 제조업에서 일할 생각은 안 하게 되고 5억, 6억짜리 집을 사서 그것을 담보로 수십억을 대출받아 배팅한다. 제조업은 나몰라라 하고 국가 전체가 헤지펀드를 만든 셈이다.
북극의 골드만삭스, 붕괴하다
제조업의 기반이 무너지는 줄도 모르고 금융업을 한없이 부풀리던 아이슬란드는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터지고 세계 경제가 흔들리면서 처참하게 붕괴되기 시작했다. 자산은 자본과 부채로 이루어지는데, 아이슬란드의 자산 1,400억 달러의 대부분이 부채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돈이란 본래 불안한 것을 제일 싫어한다. 차라리 앞으로 30원 손실 나는 것을 좋아하지, 앞으로 10원 손실 날지 40원 손실 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것은 싫어한다. 100억을 가진 사람은 90%의 확률로 200억이 된다 해도 0원이 될 확률이 10% 있다면 배팅을 하지 않는다. 그만큼 리스크를 싫어한다는 소리다. 이제 아이슬란드는 믿을 만한가? 절대 아니다. 세계가 금융위기에 휘청거리자 아이슬란드에 몰렸던 돈은 썰물 빠지듯이 빠져나가고 아이슬란드의 경제는 그야말로 급전직하 대추락을 맞이한다.
환율은 급등하고 주가는 그야말로 절벽의 곡선을 그렸다. 우리나라로 치면 2,200포인트였던 지수가 하루아침에 200포인트가 된꼴이다. 은행 자산 1,400억 달러에서 1,000억 달러가 빠져나가고 대외채무가 1,200억 달러에 육박했으니, 아이슬란드 국민 30만명은 1인당 5억씩, 4인 가족으로 치면 20억의 부채를 안게 되었다. 금리가 5%면 1년에 갚아야 할 이자만 1억이다. 이것이 제조업의 가치를 잊고 금융업만 거품으로 한없이 키운 아이슬란드의 지금 모습이다.
3,4년 동안 남의 돈을 빌려다가 그것이 남의 돈인지 모르고 벤츠 사고 건물 짓고 빚잔치하다 그야말로 쪽박을 찬 셈이다. 온 가족이 곡기를 끊을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