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교수라면 뭘 가르칠까? / 이남호 교수
부처님 오신 날 아침에 교육 문제와 관련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해 본다.
부처님을 인류의 가장 큰 스승이라고 한다면,
그 말은 곧 가장 훌륭한 교육자라는 뜻이기도 하다.
부처님은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것,
즉 중생의 제도(濟度)를 교육 목표로 설정했다.
어떤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상락(常樂․항상 즐거움)과
대안(大安․큰 편안함)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살아 있는 부처로 추앙받는 달라이 라마도
행복을 구하고 고통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현재 우리 학교 교육의 실질은 이런 교육 목표로부터
사뭇 멀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교육 방법의 측면에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은 흥미롭다.
교육 방법이란 불가에서 말하는 방편(方便)과 유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불교에는 진리에 이르는 수많은 방편이 있다.
부처님이 32개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거나,
상징과 비유를 사용한다거나,
참선 수행을 한다거나, 선문답을 한다거나,
염불을 한다거나, 3000배를 하는 등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그것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기보다는
2500여 년의 불교 역사가 만들어낸 실천적 교육 방법들이다.
불교 전통 속에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교수-학습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일화들도 많다. 오늘날 새로운 교육방법을 연구함에 있어
불교의 방편들이 시사 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한편 교육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문제다. 즉 교육 내용의 문제다.
교육 내용은 시대와 입장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대학 교육의 내용을 규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실용성이다.
실용적인 직업교육의 내용이 교육 과정을 점거하고 있다.
위대한 영문학 작품보다는 실용영어가 더욱 중시된다.
철학보다는 경영학이, 순수미술보다는 상업디자인이 선호된다.
그런가 하면 중등학교의 교육 내용 역시 입시 경쟁에서의 승리라는
현실적 목적에 얽매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문학의 쇠퇴,
인성교육의 빈곤은 당연한 현상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오늘날 학교 교육의 내용과 전혀 다르다.
부처님 공부는 한마디로 마음공부다.
그것은 지식을 구하고 기능을 연마하는 공부가 아니라
마음을 닦는 공부다. 자기 본래 마음을 되찾는 것,
마음을 깨끗이 닦는 것이 곧 교육의 내용이다.
마음이 혼미하면, 아무리 많은 공부를 하고 지식을 쌓아도
상락과 대안은 불가능하다.
자기도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세상도 혼란스럽다.
처세 능력이나 지식은 뛰어나지만 마음공부가 모자라
자신도 낭패를 당하고 세상도 시끄럽게 만드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꼭 불교가 아니더라도 옛날의 교육 내용에는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은 현자(賢者)로서,
인격자로서 존경을 받았다.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교육 내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마음공부는 학교 교육에서 사라져 버렸다.
물론 마음공부만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가 될 수는 없는 세상이다.
그러나 마음공부가 배제된 교육 내용으로
어떻게 훌륭한 인재나 지도자를 길러낼 수 있겠는가?
부처님은 마음공부를 가장 중시하셨던 분이다.
부처님이 모든 인간의 행복을 위해 마음공부로
교육 내용을 채웠던 깊은 뜻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남호 고려대 교수․문학평론가
2007. 5. 23.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