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으로 사무치라. / 대우 거사
질문
여몽환포영"의 가르침 앞에서 악이라도 쓰고 싶은 심정입니다.
넘어야 할 "무생법인"의 태산 같은 준령 앞에서
가슴이 미어져, 혼절이라도 할 마음입니다.
자비로 이끄신다면 기필코 넘어서겠습니다.
- 무지,
답 : (대우 거사)
<'마음' 뿐이요>, 진실로 마음밖엔 한 법도 없습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어떻게 알겠으며,
지금 누구와 더불어 이 일을 의논하고 있는 걸까요?
흔히 <생사가 그대로 열반이요>,(生死卽涅槃)
<번뇌가 그대로 '보리'라>(煩惱卽菩提)고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그 말의 참뜻을 깊이 사무친 사람을 만나긴 참으로 어렵습니다.
연기법(緣起法)의 뜻을 조금만 깊이 알아들으면,
곧 <만법이 빈 이름 뿐이요, 전혀 실체가 없는 것임>을 금방 알 텐데,
사람들이 말만 배우고 그 뜻을 사무치지 않기 때문에
늘 현세의 허망한 형상(形相)에 현혹되어,
생멸상(生滅相) 거래상(去來相)을 실체화하여
이를 분별하고 집착하는 바람에
무시이래의 진로환망(塵勞幻網)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겁니다.
참된 구도자라면, <'나'라는 생각> <'남'이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실체가 있다는 생각>
등에서 지금 당장 벗어나야 합니다.
또 만법의 성품 없음을 철저히 사무쳐서,
그 마음속에 선·악(善惡)의 견해가 다한다면
그것이 바로 당신 마음에 신성(神性)이 깃드는 시절이요,
만약 그렇지 않고 밖에 드러난 모양으로 하나님의 사랑이나
부처님의 자비를 말하는 것은 성현들을 헐어 내리는 짓일 뿐이니,
초심자들은 모름지기 삼가야 할 일입니다.
출처 : 무진장 - 행운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