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적으로 산업용가스 관련기업들의 대규모 인수합병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독일 린데가 지난 2004년에 이어 다시한번 BOC그룹의 인수를 공식 제안하면서 산업용가스 역사상 최대규모의 M&A가 성사될지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BOC는 아시아 산업용가스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국내에서도 4대 액메이커의 지위를 누리고 있어 만일 린데로의 매각이 이루어질 경우 한국시장에 적지않은 영향이 미쳐질 것이 자명해 국내 업계관계자들도 양사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린데의 이번 제의가 외부에 알려진 것은 지난달 24일.
린데는 이날 “총액 75억4천만파운드(약 1백34억달러, 12조8천억원)에 BOC그룹의 주식 5억2백50만주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BOC의 인수를 제안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BOC그룹의 주식 1주당 15파운드의 가치를 상정한 것으로 전날 이 회사의 종가(주당 11.25 파운드)보다 30%가량 높은 금액이며 린데는 이를 전액 현금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과연 그만한 현금동원이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린데는 BOC와 합의에 도달하면 30억유로의 가치를 지닌 지게차(fork-lift trucks) 사업부문 등 비핵심사업들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인수금액을 확보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린데는 “양사는 주력아이템이나 주력사업지역에 있어 상호보완적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고 에어리퀴드, 에어프로덕트 등과 달리 독점금지법의 준수에도 잇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BOC그룹은 지난 2000년 ‘에어리퀴드-에어프로덕트 컨소시엄’과 1백29억달러에 그룹을 매각키로 합의했지만 시장독점을 우려한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의 반대로 무산된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린데의 적극적인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BOC는 “린데의 이번 제안은 BOC그룹의 미래성장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분매각 제안을 거절한다”고 즉각 선언했다.
한편 BOC의 거부발표 이후 에어리퀴드가 린데보다 6.6% 많은 주당 16파운드(총액 80억4천만파운드)에 매각을 제안했다는 소문이 주식시장에 떠돌면서 BOC주가가 14.84파운드까지 치솟았지만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루머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매각 가능성 놓고 논란 지속]
이처럼 BOC가 매각거부를 공식 천명한 상태지만 아직 이번 사태의 파장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린데가 작금의 산업논리를 앞세워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불가피함을 공식·비공식 루트로 지속 피력하고 있어 금명간 인수금액을 상향조정한 후 BOC에 매각의사를 재차 타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BOC본사가 위치한 영국 현지에서도 양사간 협상재개 및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놓고 업계전문가들 사이에 치열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 협상재개론자측 주장
BOC가 결국 매각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인사들의 대부분은 에어리퀴드, BOC, 프렉스에어, 에어프로덕트, 린데 등 5대 산업용가스 기업 중에서 BOC만이 유일하게 기업매각의사를 갖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은 BOC가 이번 린데의 제안을 거부한 이유를 '매각의사 없음'이 아닌 '미래가치에 대한 저평가'라고 표현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곧 미래가치에 대해 만족할 만한 평가, 즉 인수가격을 좀더 높여준다면 협상에 응할 용의가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BOC그룹의 Tony Isaac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29일 영국의 유명 일간지인 가디언誌와의 인터뷰에서 "린데가 재협상을 요청할지는 알 수 없지만 양사간 협상이 이루어지려면 반드시 미래가치의 재평가와 매각대금 확보의 확실성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혀 협상재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가디언誌는 이와관련 "Tony Isaac CEO가 구체적인 금액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BOC를 협상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린데는 1차 제안보다 약 30% 정도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을 곁들였다.
세계최대 통신사인 로이터도 지난 9일 "우리는 어떠한 가능성도 배재하지 않고 있다"는 Tony Isaac CEO의 발언과 함께 "린데가 구체적인 자금확보방안 등 BOC측이 지적한 내용들을 포함한 최종인수안을 마련중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더해 이번 린데의 매각제의가 지금까지 BOC를 둘러싸고 벌어진 매각설들과 달리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들이 공식루트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는 부분도 협상재개론자들의 의견에 힘을 보태주고 있는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린데, 2005년 BASF와의 매각설이 불거졌을 당시 각 당사자들은 이를 주식시장에 떠도는 소문으로 치부하며 노코멘트(no comment) 또는 부인(否認)으로 일관했던 반면 이번에는 BOC와 린데 모두 언론을 통해 활발한 의사표현을 하는 등 전에 없는 적극성을 나타내고 있다.
만일 이들의 주장처럼 양사의 협상이 재개되어 전격 합의에 이르게 되면 린데는 매출규모면에서 에어리퀴드를 넘어서는 세계최대 산업용가스 기업으로 부상하게돼 전세계 산업용가스 시장의 판도변화는 물론 국내 산업용가스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 협상무산론자측 주장
그러나 양사간의 협상이 결국 무산될 것이며 하나의 헤프닝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협상무산론자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전세계 산업용가스업계의 상황과 BOC의 움직임 등을 감안할 때 5대 다국적 산업용가스 기업 중 BOC의 매각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점에는 일부 동의를 표시하고 있지만 최소한 린데에 의해 인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논지로 협상결렬 쪽에 무게를 싫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BOC가 지난 2004년 린데와의 매각설이 처음 대두된 이래 지금까지 '린데와의 인수·합병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수차례 일관되게 강조해 왔고 BOC의 경영실적상승과 비례해 경영진의 매각욕구는 매년 반감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기인한다.
또한 이번 논의가 시장가치 95억달러의 세계 5위 기업이 시장가치 1백25억달러의 2위 기업을 인수하려는 다소 기형적 M&A라는 사실은 차치(且置)하고라도 이미 거절당한 75억4천만파운드의 자금동원력조차 의심받고 있는 린데가 BOC의 주주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2차 제안을 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은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개최된 BOC의 주주총회에서 Rob Margetts 회장은 "BOC는 현재 아시아와 미국지역에 건설중인 10개의 신규 플랜트를 통해 2006회계년도에 3천만파운드의 이익증가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히고 "현시점에서 린데의 제안은 주주들에게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다수 주주들도 2006회계년도 1/4분기 경영실적(매출 12억2천만파운드, 순이익 1억2천8백만파운드)을 확인한 후 거부결정을 내린 경영진에 지지를 표명했으며 일부 주주들의 경우 오히려 BOC가 린데에게 역매각을 제안해야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개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무산론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또 독점금지법 준수를 위해 린데가 최적의 대안이라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에어리퀴드에 비해서는 상황이 낮지만 린데 역시 미국,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특히 중국) 등지에서 문제발생의 소지가 매우 높아 이에대한 명확한 해결방안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과거 에어리퀴드와 메싸의 인수합병과정이 그러했듯 거의 모든 대형 M&A는 극비리에 추진되는 것이 상례라는 점, 린데가 지분매수를 통한 적대적 M&A 능력이 없다는 점, BASF·에어프로덕트 등 린데 보다 낳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경쟁자들이 존재한다는 점, BOC가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진행중인 총 5억달러규모의 신규투자효과가 2007년부터 본격화된다는 점 등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04년 현재 전세계 산업용가스 시장점유율은 에어리퀴드 18%, BOC 13%, 프렉스에어 11%, 에어프로덕트 10%, 린데 9% 순으로 조사됐다. |
첫댓글 BOC그룹의 주식 1주당 16파운드 인수
내가 살려고 했는데 아깝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