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P세대'의 뜨는 여름행사
전 국민을 상대로 하는 방송국은 새 철만 되면 방송 프로그램을 개편하기 바쁘다. 봄철 프로그램 대 개편, 가을철 프로그램 대 개편. 뚜껑을 열어보면 대(大) 개편이 되는 경우도 있고 소(小) 개편으로 끝내면서도 변죽만 요란하게 울리고 마는 경우도 있다. 개편을 통해서 살아남는 프로그램이 있고 사라져 버리는 프로그램이 있다.
한국 방송의 경우, 양질의 프로그램이 살아남고 좋지 않는 프로그램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은 살아남고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은 사라진다.
살아남는 프로그램, 퇴출 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잣대는 시청자들의 손에 있다. 그런 면에서만 본다면 시청자들은 왕이다. 안을 들여다보면 사실 시청자들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지만 텔레비전 방송은 이처럼 살아남기 위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프로그램 개편이라는 '요령'을 부린다.
교회는 어떤가?
여름성경학교-지금까지의 프로그램들은 학생들이 좋아하는가, 학생들에게 유익한가? 계속 끌고 가야 하는 프로그램인가에 관계없이 오랜 세월 동안 꼭 같은 프로그램으로 살아남았다. 그 결과는 학생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여름성경학교의 프로그램들을 개편할 때가 되었다. 소폭 개편이 아니라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몇몇 프로그램만 바꾸는 개편이 아니라 확 뜯어고치는 프로그램 개편이 있어야 한다.
뜯어고쳐야 할 프로그램 개편은 성경학교만이 아니라 그 이전에 기존의 주일학교에서부터 프로그램 개편 작업이 시작되어야 한다. 교계신문에 게재되었던 기사를 읽어보자.
참여적인, 공동체적인, 체험적인 프로그램 있어야
《순천 천보교회 정 집사(38)는 요새 마음이 분주하다. 교회에서 열리는 여름성경학교의 소년부 교사를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교사를 맡게 되어 여러 가지가 어리둥절한 정 집사. 답답한 마음에 여름성경학교 자료들을 모아놓은 책을 구해보거나 인터넷 사이트를 서핑 해보지만, 딱히 '이거야'할 만한 자료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 예수님을 영접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 직접적인 체험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산도 좀 늘었으면 좋겠구요."
정 집사의 교회는 장년 출석 천여 명 규모의 교회지만 1년 동안 주일학교에 배당되는 예산은 80만원에 불과, 나머지는 자체 충당하도록 되어 있다. 80만원은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서울 영광교회에 출석하는 백 (24)씨도 힘겨움을 호소한다.
현재 교육전도사님도 계시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10여명의 아이들이 출석하는 주일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백씨는 교회교육에 대한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했다.
"프로그램의 질적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는 재미 위주의 레크리에이션을 많이 하는 편인데, 아이들의 신앙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리고, 저희 교회의 경우에는 그것을 추진할 수 있는 교육전도사님이 꼭 한 분 계셔야 할 것입니다."
이 같은 상황은 부산 서부교회도 마찬가지다.
오래 전, 만 명도 넘는 주일학생들을 출석시켜 주일학교 부흥을 소망하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었던 부산 서부교회지만,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열었던 여름성경학교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예배만 드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서부교회에서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이 목사(53)는 현재 천 오백 명의 아이들이 출석하고 있어 타 교회에 비해 굉장히 많은 편이지만, 그 증가 수치는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한다.
서부교회에서 분리되어 나간 독립 교회들이 많이 생긴 것과 부산지역의 인원 자체가 줄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선생님들의 열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 마이너스의 성장에 대한 그의 분석결과이다.
학원이나 과외활동에 쉴 틈 없이 바쁜 아이들, 최첨단 프로그램을 사용한 쾌락적인 오락과 게임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있는 아이들. 이러한 '요새 아이들'의 관심을 잡아끌기엔 교회학교의 프로그램은 구태의연하기만 하다.
교회학교 학생들이 매년 10%씩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와 교회학교 프로그램이 20∼30년 전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는 현장 교사들의 탄식은 계속해서 교회학교 교육에 대한 적신호를 보내왔지만, 대부분의 교회 당국은 그 신호를 무시해왔다.
세계가 놀랐던 70∼80년대 한국 교회의 폭발적인 부흥의 원동력은 교회학교의 부흥에 기인한 것이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리고 교회학교 부흥을 일으켜냈던 한국 교회 초기의 여름성경학교는 체육, 음악, 성서, 위인전, 수공(공작), 사회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일반사회의 교육을 앞서나가는 수준 높은 교육이었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다시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주일학교는 프로그램은 서서히 개편해 나가야 할 대상이지만 여름성경학교 프로그램들은 대대적인 수술이 당장 필요하다. 간식 주기, 그림 그리기, 글짓기, 인형극 보여주고… 천편일률적인 성경학교의 프로그램들은 식상해 있을 정도이다. 프로그램을 짤 때 전통적으로 해 오던 것이니까, 강습회에 참석해서 얻어온 것이니까… 이런 식의 안일한 프로그램 작성은 사양해야 한다. 우리 교회에 맞는 프로그램, 요즈음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들을 찾아야 한다. 꼼꼼히 살피면서 좋은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내 아이들은 내가 책임지고 내가 만든 프로그램들로 아이들의 영혼을 살찌게 하고 신심(信心)을 높여 가는 데 쓰임 받고자 하는 책임의식과 창조 정신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성경학교는 살아남는다.
여름성경학교 전략을 짜라
《"여름성경학교를 통해서는 아이들 신앙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습니다. 양적 성장은 여름성경학교보다는 전도주일을 통해 이룰 계획입니다."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여름성경학교를 열었던 수정교회(조일래 목사)는 이번 여름성경학교를 어린이들의 신앙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계기로 삼았다.
어른들이 참석하는 주일 저녁예배를 여름성경학교 개막식으로 삼아 '아이들을 위한' 행사를 '모두의' 행사로 각인시키면서 시작했던 올 여름성경학교. 비록, 눈에 띄는 실적은 없지만, 찬양시간이나 설교 시간에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몇몇 아이들의 마음속에 복음의 씨앗이 깊이 뿌려졌기를 바라는 것이다.
장년 출석 천명 대비 어린이 출석 육백 명을 기록하고 있는 이 교회가 여름성경학교 전략을 배워온 곳은 바로 어린이전도협회. 어린이전도협회는 성경학교의 전략으로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들을 권장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문화 수준에 맞는 축제의 장이 되는 개막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정적인 내용을 전하는 예배 설교와 그것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적용의 방법을 찾는 분반공부, 활동을 통해 주제를 더욱 더 심화시키는 이동학습 프로그램들이어야 한다.
▶경쟁심에 불을 붙이며 최후의 승자를 뽑으면서 진리를 배우게 해주는 추적 게임으로 한 판 승부를 벌려라.
▶여름성경학교를 마무리하고 아이들의 결단을 이끌어내는 폐막식은 멋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올 들어서는 개막식 어린이 뮤지컬 공연과 시작 전 게임을 새로 도입해 성경학교에서 아이들이 쉽게 마음을 열도록 하고 있다.
한국어린이전도협회의 운영 총무 조정환 목사(40)는 "예배는 은혜롭고, 경건하며, 흥미 있는 순서로 진행되어야 한다"며 이 같은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교회영어연구원은 지속적으로 교회학교에 영어교육을 도입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름, 겨울 캠프나 주일학교 공과시간을 이용해 영어찬양 배우기나 영어성경 배우기를 하면, 언어와 성경을 동시에 배울 수 있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전략이다. 세계인의 공통언어인 영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지대한 만큼 영어교육으로 인한 교회학교 부흥을 꿈꿔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밖에 미술이나 음악, 연극 등을 통해 아이들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게 해서 그들의 상한 마음을 치유하며 자연스럽게 그들에게로 다가서는 프로그램 등이 여러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이상《 》안의 글은 크리스천 투데이 제71호에 게재된 이아현 기자의 글임)
여름성경학교의 프로그램 개편,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개편을 미루다가는 다른 방송에 시청자들을 빼앗기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의 프로그램 개편은 방송국의 사활을 건 일이다.
교회는 어떤가? 교회의 경쟁은 이웃교회와의 경쟁이 아니다. 여름방학이 되면 어린이들을 끌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학교는 강권적이라는 대단한 무기가 있다. 학교의 여름철 프로그램 행사는 반 강제로라도 참석해야 한다. 학교와의 경쟁은 힘겹다. 여기에 각 사회단체, 지자체 단체, 어린이 단체 등에서도 어린이들을 손짓한다. 교회보다 훨씬 더 좋은 여름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끌어 모은다.
교회는 입학금(수련회비)도 많지 않다. 일반 단체에서는 그보다 몇 배 더 많은 참가비를 받는데도 참가자들이 몰린다. 왜? 프로그램이 좋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성경' '성경' 하고 있을 것인가? '성경학교'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성경이 어떻게 어린이들의 일상에 능력을 나타낼 것인가? 성경을 담아낼 수 있는 성경학교가 되어야 한다. 그럴 때에 아이들은 다시 몰릴 것이다. 성경학교 프로그램 개편, 서둘러야 한다. 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