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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신부님은 탐정》
## 제26화 ― 「세탁소에 맡겨진 검은 수단」
은솔시 구도심에는 사십 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영업해 온 ‘햇살세탁소’가 있었다.
낡은 유리문에는 양복과 와이셔츠 그림이 붙어 있었고, 천장에 매달린 회전식 옷걸이는 움직일 때마다 끼익끼익 소리를 냈다.
어느 월요일 아침.
세탁소 주인 임금자 루치아는 검은 수단 한 벌을 들고 은솔성당을 찾아왔다.
“신부님, 세탁 끝났습니다.”
김맑음 프란치스코 신부는 수단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어머니, 저는 수단을 맡긴 적이 없습니다.”
“김맑음 신부님 이름으로 접수됐어요.”
“언제 맡겼습니까?”
“사흘 전 밤입니다. 제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접수대에 놓여 있었어요.”
수단에는 세탁소 접수표가 달려 있었다.
‘은솔성당 김맑음 신부님.’
최병철 베드로 사무장은 곧바로 사제관 세탁 기록을 확인했다.
“신부님께서 사용하시는 수단은 모두 사제관에 있습니다.”
복례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어제 다 확인했어요. 단추 하나 떨어진 것까지 꿰매놨습니다.”
김맑음 신부는 수단을 펼쳐보았다.
낡았지만 좋은 천으로 만든 옷이었다. 길이와 어깨너비는 김맑음 신부의 수단과 거의 같았다.
한서윤 세실리아 기자가 물었다.
“신부님, 다른 신부님의 수단을 잘못 맡긴 것 아닐까요?”
“한 기자님, 이 수단은 제 몸에 정확히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럼 신부님 것일 가능성도 있잖아요.”
“제 옷에는 안쪽 주머니가 두 개지만, 이 옷에는 세 개가 있습니다.”
오미자 안나가 감탄했다.
“신부님은 수단 주머니 개수까지 외우세요?”
복례가 대답했다.
“주머니에 안경 닦는 천하고 사탕을 자꾸 넣고 다니시니까 알죠.”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사탕은 가끔만 넣습니다.”
복례가 수단 주머니에서 사탕 포장지 하나를 꺼내 보였다.
“가끔이 어제도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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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수단의 안쪽 주머니에서는 오래된 열쇠 하나가 발견되었다.
열쇠 손잡이에는 ‘은솔성당’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최병철이 열쇠 관리대장을 펼쳤다.
“십칠 년 전에 분실된 옛 제의방 열쇠입니다.”
“십칠 년 전이라고요?”
“당시 보좌신부님께 지급되었는데, 전출 과정에서 반납되지 않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신부님 성함이 무엇입니까?”
최병철이 낡은 장부를 확인했다.
“박준호 가브리엘 신부님입니다.”
수단의 다른 주머니에서는 접힌 종이 한 장이 나왔다.
장례미사 안내문이었다.
‘고 박정숙 안나 자매 장례미사.’
날짜는 바로 다음 날 오전 열 시.
장소는 은솔성당.
그리고 집전 사제란에는 김맑음 프란치스코 신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그때 이도현 형사가 들어왔다.
사람들 앞이었으므로 그는 정중하게 말했다.
“신부님, 본인의 장례미사 안내문을 그렇게 차분히 보시면 제가 더 불안합니다.”
“이 형사님, 안내문에 제 이름은 없습니다.”
“그런데 집전 사제란에는 신부님 성함이 적혀 있습니다.”
“저도 오늘 처음 본 안내문입니다.”
“내일 장례미사를 집전하실 예정도 없으셨고요?”
“그렇습니다.”
오미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아직 연락만 안 온 것 아닐까요?”
최병철이 교적을 확인했다.
“박정숙 안나 자매는 현재 은솔성당 교적에 없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고인의 이름을 바라보았다.
“박준호 가브리엘 신부님과 성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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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현은 세탁소의 접수대 주변을 확인했다.
수단을 놓고 간 사람의 모습은 폐쇄회로 카메라에 찍히지 않았다. 하필 그날 밤 정전으로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세탁소에는 또 다른 이상한 일이 있었다.
최근 일주일 동안 밤마다 검은 옷 한 벌씩이 세탁소 문 앞에 놓였다.
첫날에는 검은 양복.
둘째 날에는 검은 치마.
셋째 날에는 검은 외투.
어젯밤에는 아무 옷도 없이 빈 옷걸이만 열두 개가 배달되었다.
임금자가 말했다.
“누가 맡긴 것인지 몰라도 옷마다 세탁비가 봉투에 정확히 들어 있었습니다.”
최병철이 물었다.
“영수증은 발급하셨습니까?”
“주인을 모르는데 어떻게 발급해요?”
“미수령 세탁물로 기록하셔야 합니다.”
오미자가 말했다.
“지금 중요한 건 검은 옷의 정체예요.”
“세탁소에서는 기록도 중요합니다.”
한서윤이 빈 옷걸이를 살펴보았다.
옷걸이 목 부분에는 작은 종이표가 묶여 있었다.
각 표에는 숫자가 하나씩 적혀 있었다.
1, 2, 3, 4…… 12.
그리고 열세 번째 옷걸이에만 숫자 대신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다.
오미자가 목소리를 낮췄다.
“열두 명과 신부님 한 명. 장례식 참석자 명단 아닐까요?”
김맑음 신부가 대답했다.
“그렇게 보기에는 옷의 크기가 모두 다릅니다.”
“사람마다 옷 크기는 다르잖아요.”
“검은 양복에는 이름표가 붙어 있습니다.”
양복 안쪽에는 ‘은솔요양원 공동의류’라는 천 조각이 달려 있었다.
다른 검은 옷들에도 같은 이름표가 있었다.
이도현이 말했다.
“요양원에서 맡긴 세탁물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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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솔요양원 원장에게 확인하자 검은 옷의 정체가 밝혀졌다.
박준호 가브리엘 신부가 요양원 어르신들을 위해 세탁을 맡긴 옷들이었다.
요양원에는 가족의 장례나 추모미사에 참석할 때 입을 단정한 옷이 없는 어르신이 많았다. 박준호 신부는 기증받은 검은 옷들을 모아 수선하고 세탁해 나누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박준호 신부님은 현재 어디 계십니까?”
김맑음 신부의 질문에 원장이 대답했다.
“정식 소임 없이 오랫동안 어머니를 돌보며 지내셨습니다. 최근에는 교구의 허락을 받아 요양원에서 봉사하고 계십니다.”
박준호 신부는 사제품을 받은 뒤 은솔성당 보좌신부로 사목했다.
그러나 어머니 박정숙 안나가 오랫동안 돌봄을 필요로 하게 되면서 교구의 허락을 받아 사목 일선에서 잠시 물러났다. 그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졌고, 사람들과 연락도 거의 끊겼다.
“박 신부님은 어머니가 계신 다른 도시와 은솔을 오가셨습니다. 다시 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사목할 준비를 하고 계셨어요.”
김맑음 신부가 장례미사 안내문을 내밀었다.
원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박정숙 안나 어르신께서 며칠 전 평화롭게 선종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안내문은 사실이군요.”
“네. 박 신부님께서는 어머니가 오랫동안 살았던 은솔에서 장례미사를 봉헌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하지만 성당에 직접 연락하는 일을 계속 망설이셨어요.”
“왜 망설이셨습니까?”
“십칠 년 전 은솔을 떠날 때 교우들에게 제대로 인사하지 못한 일을 미안해하셨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신부의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렵다고 하셨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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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맑음 신부는 낯선 수단의 소매를 뒤집어보았다.
안쪽에 붉은 실로 꿰맨 흔적이 있었다.
바느질은 능숙하지 않았지만 한 땀 한 땀 단단하게 이어져 있었다.
복례가 그 실밥을 보더니 말했다.
“옷을 수선한 분이 전문가는 아니네요.”
“수단이 찢어졌던 것입니까?”
“아니요. 소매 안쪽에 작은 천 조각을 덧댔어요. 일부러 표시를 남긴 것 같습니다.”
붉은 실 아래에는 작은 글씨가 수놓아져 있었다.
‘가브리엘, 기다리마.’
김맑음 신부는 한동안 그 글씨를 바라보았다.
“박정숙 안나 어르신께서 수선하신 것 같습니다.”
복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이 다시 수단을 입을 날을 기다리셨나 봐요.”
한서윤이 물었다.
“그럼 이 수단은 장례미사를 위해 준비된 것 아닐까요?”
김맑음 신부가 대답했다.
“이 옷은 죽은 사람을 위해 준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 누구를 위한 겁니까?”
“다시 사제로 살아가려는 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박준호는 사제직을 잃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교구의 허락 아래 오랫동안 가족을 돌보고 자신의 건강과 삶을 정리한 뒤, 다시 사목 소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수단은 그의 어머니가 생전에 깨끗이 손질해 두었던 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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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은솔성당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최병철이 전화를 받았다.
“찬미 예수님. 은솔성당입니다.”
수화기 너머의 말을 듣던 최병철이 김맑음 신부를 바라보았다.
“신부님, 박준호 가브리엘 신부님입니다.”
김맑음 신부가 전화를 받았다.
“찬미 예수님. 김맑음 프란치스코 신부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수단을 받으셨습니까?”
낮고 조심스러운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제 이름으로 접수되어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세탁소에 ‘은솔성당 신부님께’라고 적어두었는데 세탁소 사장님이 현 주임신부님 성함을 쓰신 모양입니다.”
“장례미사 안내문도 발견했습니다.”
“그것도 죄송합니다. 성당에 먼저 부탁드렸어야 했습니다.”
“지금 어디 계십니까?”
“성당 근처에 있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성당 마당 끝에 검은 셔츠를 입은 중년 남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는 성당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오래된 종탑만 바라보고 있었다.
“신부님, 들어오십시오.”
“제가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김맑음 신부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신부님께서 돌아오시기를 기다리는 분들이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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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가브리엘 신부는 쉰 살이 조금 넘은 사제였다.
그는 수단을 받아 들고 붉은 실밥을 발견하자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가 수선하신 겁니다.”
“‘가브리엘, 기다리마’라고 적혀 있습니다.”
“제가 다시 수단을 입겠다고 말씀드릴 때마다 어머니는 서두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옷만은 늘 깨끗이 보관하셨습니다.”
복례가 말했다.
“어머니들은 말로는 기다리지 않는다고 하셔도 늘 기다려요.”
박준호 신부가 붉은 실밥을 손끝으로 만졌다.
“어머니의 장례미사를 제 손으로 봉헌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혼자 집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함께하겠습니다.”
“제가 다시 제대 앞에 서도 되겠습니까?”
“교구에서도 신부님의 사목 복귀를 허락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다음 달부터 요양병원 사목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머니께서 기다리시던 날이 온 것입니다.”
박준호 신부는 성당 제대를 바라보았다.
“두렵습니다.”
“두려움이 사라진 뒤에 시작하려고 하면 너무 오래 기다리게 됩니다. 함께 시작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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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솔성당의 옛 열쇠는 박준호 신부가 일부러 가지고 간 것이 아니었다.
십칠 년 전 은솔을 떠나는 날, 박정숙 안나가 아들의 짐을 정리하다 수단 주머니에 넣어둔 채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다.
최병철은 열쇠를 관리대장에 다시 등록했다.
“분실 열쇠 회수. 십칠 년 만입니다.”
장태식이 물었다.
“오래된 자물쇠는 이미 바꿨는데 쓸 곳이 있습니까?”
“사용 여부와 회수 기록은 별개입니다.”
오미자가 말했다.
“그 열쇠를 박 신부님께 기념으로 드리면 안 될까요?”
최병철은 잠시 고민하다가 장부에 한 줄을 더 적었다.
‘옛 제의방 열쇠―박준호 가브리엘 신부 기념 보관.’
“이번에는 정식으로 대여 처리하겠습니다.”
박준호 신부가 웃었다.
“반납 기한은 언제입니까?”
“기한 없음으로 적겠습니다.”
장태식이 감탄했다.
“최 사무장님께서 기한 없는 대여도 해주시네요.”
“십칠 년을 기다렸으니 충분히 예외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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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전 열 시.
은솔성당에서 박정숙 안나의 장례미사가 봉헌되었다.
김맑음 신부와 박준호 신부가 함께 제대 앞에 섰다.
박준호 신부는 어머니가 붉은 실로 수선해 둔 수단을 입고 있었다.
미사에 참석한 교우들 가운데에는 십칠 년 전 박준호 신부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브리엘 신부님 맞으시죠?”
“돌아오셨군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교우들은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제를 조용히 맞아주었다.
김맑음 신부는 강론에서 말했다.
“우리는 돌아오는 사람에게 왜 이렇게 늦었느냐고 묻기 쉽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먼저 ‘잘 돌아오셨습니다’라고 말하면 좋겠습니다.”
박준호 신부는 어머니의 영정 앞에서 잠시 고개를 숙였다.
“하느님께서는 멀리 떠난 사람뿐 아니라 잠시 멈춰 있던 사람도 다시 부르십니다. 돌아오는 길이 늦었다고 해서 그 부르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미사가 끝난 뒤 박준호 신부는 제의방에서 수단 소매 안쪽의 붉은 글씨를 다시 바라보았다.
‘가브리엘, 기다리마.’
그는 조용히 말했다.
“어머니, 이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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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미사에 참석한 요양원 어르신들은 깨끗하게 세탁된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빈 옷걸이 열두 개는 세탁할 옷의 수를 표시하기 위해 박준호 신부가 먼저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십자가가 그려진 열세 번째 옷걸이는 자신의 수단을 걸기 위한 것이었다.
오미자가 말했다.
“결국 검은 옷이 매일 늘어난 것도 장례식 괴담이 아니었네요.”
한서윤이 물었다.
“회장님께서는 어떤 괴담을 생각하셨어요?”
“옷만 먼저 도착하고 사람들이 하나씩 나타나는 이야기요.”
최병철이 말했다.
“그것은 상당히 무섭습니다.”
“사무장님도 가끔은 상상력이 있으시네요.”
“무서운 것과 비품 기록은 별개입니다.”
복례는 박준호 신부에게 도시락을 건넸다.
“길에서 드세요.”
“괜찮습니다. 요양원에 가면 식사가 있습니다.”
“요양원 식사 전까지 배고프실 수 있잖아요.”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받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복례 어머니께서는 거절을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복례가 김맑음 신부에게도 도시락을 내밀었다.
“신부님 것도 있어요.”
“저는 사제관에서 먹겠습니다.”
“사건 해결하느라 점심시간 놓칠까 봐 따로 싸는 거예요.”
박준호 신부가 웃었다.
“은솔성당은 여전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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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뒤 이도현과 김맑음 신부는 세탁소 앞을 걸었다.
둘만 있었기에 이도현이 물었다.
“맑음아, 처음부터 수단 주인이 다른 신부라는 걸 알았어?”
“내 수단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
“몸에 정확히 맞을 것 같다며?”
“사제들 수단이 다 비슷해 보여도 각자 고치는 부분이 달라. 나는 오른쪽 소매가 조금 짧고, 그 수단은 왼쪽 어깨를 넓혀놨어.”
“그런 것도 보는구나.”
“매일 입는 옷이니까.”
이도현이 웃었다.
“그런데 세탁소 사장님은 왜 네 이름을 접수표에 쓴 거야?”
“은솔성당 신부님이라고만 적혀 있으니 지금 주임인 내 이름을 쓴 거지.”
“결국 사건의 시작은 친절한 세탁소 사장님의 정확한 접수였네.”
“너무 정확해서 다른 사람의 옷이 내게 왔지만.”
“그래도 진짜 주인을 찾았잖아.”
김맑음 신부는 박준호 신부가 떠난 길을 바라보았다.
“옷의 주인만 찾은 것은 아니야.”
“그럼?”
“오랫동안 멈춰 있던 사제의 자리를 다시 찾은 거지.”
이도현이 잠시 말없이 걷다가 물었다.
“도시락에는 뭐가 들었냐?”
“왜 묻지?”
“친구가 제대로 먹는지 확인하려고.”
“도현아, 네 몫은 없어.”
세탁소 문이 열리며 임금자가 작은 봉투를 내밀었다.
“형사님, 주머니에서 단추 하나가 나왔어요.”
이도현이 단추를 받아 들었다.
“제 옷을 맡긴 적이 없는데요?”
“어제 수사하시다가 외투 단추가 떨어졌잖아요.”
김맑음 신부가 웃었다.
“도현아, 이제 네 옷 사건이 시작됐네.”
“이건 그냥 단추야.”
“모든 사건은 작은 것에서 시작되지.”
햇살세탁소의 회전식 옷걸이가 천천히 움직였다.
빈 옷걸이 하나에 박준호 신부가 입고 떠난 수단의 접수표만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날 제자리로 돌아간 것은 검은 수단 한 벌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두려움 앞에 멈춰 있던 한 사제의 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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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회 예고
### 제27화 ― 「빵집에 남겨진 열세 번째 촛불」
은솔시장 새벽빵집.
매일 아침 첫 빵이 나오기 전에 불이 켜진 촛불 열세 개가 진열대에 놓인다.
하지만 빵집 주인은 촛불을 켠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열두 개는 흰색.
마지막 하나만 검은색이다.
촛불 아래에서는 은솔성당 세례식 사진과 숫자가 적힌 밀가루 봉투가 발견된다.
한서윤 기자가 묻는다.
“신부님, 생일 케이크도 없는데 촛불만 켜는 이유가 뭘까요?”
“한 기자님,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려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이도현 형사가 정중하게 말한다.
“신부님, 빵집 화덕 가까이 가시면 위험합니다.”
“이 형사님, 저는 빵을 사러 왔습니다.”
“그런데 왜 밀가루 창고 안에 계십니까?”
“계산할 분을 찾고 있었습니다.”
매일 사라지는 빵 한 개.
새벽 네 시에 울리는 성당 종.
그리고 세례명 없이 기록된 열세 번째 아이.
김맑음 신부가 검은 촛불의 밑면을 살펴본다.
“이 촛불은 죽은 사람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 누구를 위한 겁니까?”
“아직 자기 이름을 선택하지 못한 사람을 기다리는 불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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