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 공동대책위원회의 청탁으로 작성해 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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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부교육감 교체의 문제점
정태욱(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부교육감 권한대행의 성격
부교육감은 현재 교육감의 직무 정지 사태로 말미암아 ‘권한대행’의 지위에 있다. 권한대행의 권한범위에 대한 문언상의 제한은 없지만, 논리적으로 ‘대행’에 따른 내재적 한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교육감은 주민에 의한 선출직이므로 부교육감 권한대행의 범위는 민주적 대표성의 원리를 넘어설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부교육감은 교육감이 기존에 정해 놓은 주요 정책이나 주요 인사를 특별한 사유가 없이 바꾸는 일은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교육감이 확정적 궐위(闕位)가 아니라 단지 구속수감되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구속재판 중이라고 하지만,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됨은 물론, 제1심 판결 후에 석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부교육감이 사퇴하면서 후임 부교육감을 임명제청하는 행위가 권한대행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부교육감의 권한대행의 임무는 법에 규정된 고유한 책임으로서 이는 임의로 포기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만약 구 부교육감이 특별한 이유 없이 사퇴하고 후임 부교육감을 임명제청하였다면, 이는 법률 위반의 위법한 행정작용이다.
만약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부교육감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직을 사퇴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후임 부교육감의 임명을 제청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은 지방자치법 제111조를 준용하고 있으며, 동 조항은 “권한을 대행하거나 직무를 대리할 부단체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그 지방자치단체의 규칙에 정하여진 직제 순서에 따른 공무원이 그 권한을 대행하거나 직무를 대리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신임 권한대행을 추천하는 행위는 권한대행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새로운 부교육감을 선임함이 없이, 직제의 순서에 따른 권한대행직을 이양토록한 법의 취지는 교육감 주민직선제의 민주적 대표성의 원리를 존중하여 교육행정권의 주체를 교육감의 인사권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2. 부교육감의 강제교체의 위법성
만약에 부교육감의 사퇴와 후임 부교육감의 제청행위가 교과부장관이나 청와대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면 그 위법성은 더욱 심하다.
이미 본 바와 같이 부교육감의 권한대행은 법적으로 규정된 책임이자 권한이며, 이는 교육감 주민직선제의 민주적 대표성의 헌법원리에 기초한 것이다. 따라서 교과부장관이나 대통령이 상급 관청으로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사퇴 압력을 행사하였다면, 이는 재량권의 남용으로 불법적인 행정작용임은 물론 형법상 공무집행방해 혹은 강요의 범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혹시 부교육감직의 궐위를 방치할 수 없는 ‘특단의 사유’가 있어 위 법률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그 임명권자로서 부교육감을 다시 임명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 교육감의 부교육감 임명제청권도 역시 다시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교육감은 다만 직무정지 상태일 뿐 직위해제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만약 대통령이 그와 같이 특별한 사정을 주장한다면, 교육감의 직무정지도 예외적으로 중단되어 그 고유한 인사권이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부교육감 인선은 법률로 규정되어 있다. 즉 교육감 제청, 교과부장관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토록 되어 있다. 이와 같이 부교육감직 인선절차를 까다롭게 한 것은 민선 교육감 시대가 시작되면서 교육 자치의 순조로운 정착을 위하여 중앙 교육행정과 지방교육행정 간의 보완과 협력 그리고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 교육감이 단지 구금상태에 있다는 이유로 확정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부교육감 교체를 대통령이 임의로 할 수 있다고 하면, 이는 그러한 법 원리에 위배되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교육자치를 부정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3. 합헌적 해석의 필요성
따라서 이번 부교육감 임명은 그것이 부교육감의 자의에 따른 추천에 의한 것이라면, 이는 권한이 없는 자의 추천이라는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는 무효인 임용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며, 그것이 단지 교과부장관의 추천과 대통령의 임명에 의한 인사라면, 이 역시 법률에 반하여 교육감의 고유한 인사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임용행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해석하지 않고,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과 지방자치법이 부교육감의 권한대행의 양도 혹은 대통령 등의 부교육감 교체행위를 정당화하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 이는 교육자치의 근본정신을 훼손하고, 민선 교육감의 민주적 대표성을 형해화하는 것으로, 그 부분에 있어서 헌법불합치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신임 부교육감의 법적 책무
이처럼 신임 부교육감의 임명은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행정처분이다. 따라서 그 임명 무효를 주장하거나 적어도 취소를 청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교육감이 신임 부교육감 임명을 추인하고, 부교육감이 교육감 권한대행의 역할에 맞게 원래의 교육정책을 성실히 집행해 나간다면, 그 흠결이 치유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곽노현 교육감 사태는 교육감 개인의 선거 범죄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 교육 전체의 문제이며, 교육자치라는 헌정질서 상의 중대 문제이다. 재판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곽노현으로 대변되는 서울 교육 변화와 혁신에 대한 시민들의 희망과 지지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부교육감이 비록 불법부당하게도 현 교육감의 의사와 관계없이 임명되었지만, 부교육감은 여전히 ‘교육감’ 권한대행의 지위에 있는 것이며, 그것은 바로 위와 같은 민의에 충실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