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연구팀, 20여가지 성분 측정해 처음 증명
"편백나무는 일본이 원산지… 소나무도 휴양림으로 충분"
스트레스 없애는 피톤치드, 면역력 높이고 혈압 안정화
- 박범진 교수
우리나라 자생 소나무 숲에서도 편백나무 숲 못지않게 많은 '피톤치드'가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이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면 스트레스와 긴장이 풀리고, 혈압이 안정되며, 면역 기능이 강화되는 것으로 최근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일본이 원산지인 편백나무(히노키)에서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온다고 알려져 왔다.
충남대 산림환경자원학과 박범진 교수팀은 지난 7월 27일∼8월 20일 전남 장성군 축령산 편백나무 숲과,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 제왕산 소나무 숲에서 각각 3회에 걸쳐 피톤치드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편백나무 숲에서 나온 피톤치드 총량은 평균 4.93ng(나노그램)/㎥였고, 소나무 숲에서는 5.29ng/㎥로, 소나무 숲에서 오히려 더 높게 나왔다. 박 교수팀은 한번 측정할 때마다 해 뜰 때, 한낮(남중), 해질 때 세 번에 걸쳐, 등산로로부터 10m 이상 벗어난 숲 속 세 군데에서 측정했다. 박 교수팀은 이러한 결과를 지난 5일 열린 한국산림휴양복지학회 추계 학술 대회에서 발표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균·곰팡이·해충을 쫓고 자신의 바로 옆에서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도록 내뿜는 다양한 휘발성 물질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독특한 나무 향기도 피톤치드에서 나온다. 피톤치드에 속하는 성분은 수백 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데, 주로 피넨·캄펜 등 20여가지 성분을 사람이 들이마시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줄고, 혈압이 떨어지며, 면역 세포가 활성화되는 등의 건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교수는 "이 20가지 성분들을 중심으로 측정한 결과 실제 16개 성분이 측정됐고, 10개 성분은 편백나무 숲에서, 6개 성분은 소나무 숲에서 다소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량은 소나무 숲에서 나오는 양이 더 많았다.
박 교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름철 숲 속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양을 비교한 결과, 국내 자생 소나무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 양이 오히려 더 많거나, 성분별로도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면서 "휴양림으로 소나무 숲도 손색이 없음이 밝혀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소나무 숲도 '치유의 숲'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는 동북지방산림청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박 교수는 "편백나무에서 피톤치드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주로 일본에서 한 연구를 통해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1982년 당시 일본의 임야청장이 '산림욕'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쓰면서 숲의 치유 효과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일본의 대표 수종인 편백나무에 대한 연구가 집중됐다. 이후 측정 기술이 발달하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확대되면서 2000년대 들어 피톤치드를 중심으로 한 숲의 치유 효과가 많이 증명됐다고 한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고유 수종에서 얼마나 나오는지는 제대로 연구해 봐야 한다"며 "내년에는 경기도 가평의 잣나무 숲, 그리고 오대산의 전나무 숲에 대해서도 같은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편백나무는 온난한 기후에서 자라는 나무여서 전남 장성 지역이 사실상 북방 한계"라며 "피톤치드 때문에 편백나무에만 집착하지 말고, 전국에 우리 고유의 나무 숲을 만드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피톤치드(phytoncide)
식물이 여러 균·해충은 물론 다른 식물이 주변에 자라지 못하도록 내뿜는 휘발성 물질이다. 식물을 뜻하는 피톤(phyton)과 죽이다는 뜻의 치드(cide)를 합성해 만든 용어다. 수백 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졌고, 사람이 들이마실 경우 스트레스가 풀리고 면역 기능이 강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