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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골든 하베스트와 이소룡, 그리고 허관문 - 홍콩 장르영화의 제국
1970년 '레이몬드 쵸우'(추문회)가 삼류 폭력영화와 외설 영화에 허덕이던 쇼 브러더즈에서 독
립해 나와 '골든 하베스트'를 세우면서 홍콩 영화는 새롭게 시작된다. 우리들에게 골든 하베스
트는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이며, 이때부터 홍콩영화가 '이소룡'이라는 스타와 '미스터 부'라는
코미디 시리즈를 통해 동남아 시장을 장악하고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길이 열리기 시작한다.
이소룡은 세계 각지에 퍼진 중국인들에게 민족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살아 있는 전설이자, 이전
의무협영화가 고전적인 중국의 정서를 북경어로 나타내 보여줄 때, 찢어지는 독특한 괴성과 함
께 중국 남부의 소림쿵후를 선보이며 스크린 속에 광동어를 복권시킨 장본인이다. 태국에서 혹
사당하는 화교형제들을 위해 악당을 물리치고(당산대형,71), 암울한 시대 일본에 굴복하지 않고
무술인의 자존심을 지키며(정무문,72), 지구를 한바퀴돌아 이탈리아의 콜로세움까지 가서 동포
를 위해복수를 하는(맹룡과강,72) 이소룡이라는 영웅은 고전 북경오페라의 계산된 안무와 명청
시대 무술인들의 의리와 복수가 아니라 바로 시대 감각을지닌 현실의 중국인의 모습을 한 홍콩
영화사상가장 현대화한 영웅의 이미지로 각인 되었다. 레이몬드 쵸우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홍
콩영화말입니까? 부르스 리가 모든 것을 뒤바꿔 놓았습니다. "
한편, 이소룡이 해외에서 악전고투하던 즈음현지에서 홍콩인들의 배꼽을 뻬던 사람이 있었으
니, 그가 바로 '허관문'이었다. 당시 경제적 불황과 이소룡의 죽음으로 가라앉아 있던 홍콩의
분위기에 <반근팔냥>(76) 등의 작품에서 평범한 소시민의 보습으로 등장해 홍콩의 자화상을 그
려내던 허씨 삼형제(허관문,허관영,허관걸)의 웃음 전략은 무협 영화로 일관되어오던 홍콩영화
계에 코미디 장르의 전통을 굳게 세워 놓는다. 70년대들어 세계로 뻗어나갈 기지개를 켜기 시작
하던홍콩영화계를 가부장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소룡이 돈벌기 위해 집떠난 아버지였다면 허
관문은집에 남아 가족을 돌보던 어머니 같은 존재였을것이며, 그 두 내외의 맞벌이로부터 아시
아 주변지역의 '홍콩장르영화 식민시대'가 시작된다.
(3) 홍콩영화의 뉴웨이브 - 장르로 장르를 잡는다.
허안화는 호금전 감독의 연출부일을 시작하면서관찰한 것을 토대로 처음부터 상업영화판에서살
아남는 나름의 방법론을 터득했던 것 같다. 서극처럼 파격적인 상상력과 도전은 없었지만 역사의
식을 바탕으로 멜로드라마에서부터 무협영화까지 모든 장르의 테크닉에 통달한 뉴웨이브의 진정한
기수였다. 홍콩의 뉴웨이브를 알린 <풍겁>(79)은 드릴러이고, <당도정>(80)은 코미디이자 80년대
초 귀신영화 유행의 시초였으며, <호월적 고사>(81)는 월남을 통해 정치적 위기감을 표현한 최
초의 영화로서 홍콩느와르의 전조로 인정받고 있다.
<서검은구록>(97)은 <향향공주> 2부작으로 이어지는, 호금전을 떠올리게 하는 장대한 무협 영화
이며 <극도추종>(90,비디오출시명:화룡만가.장견정 감독, 원표 주연의 또다른 '극도추종'조심)
은 홍콩 느와르의 거품이 걷힌 후 태어난 절망적인 만가이다.
또한 <아금적고사>(96,비디오출시명:양자경의 스턴트 우먼)에서는 실제 홍금보가 이끄는 무술
지도팀인 홍가반을 주인공들로 하여 다큐와 극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80년대 무술영화의 촬영
장 뒤편에서 공헌해온 장인들에게 공개적인 헌사를 바치면서 장편영화에 대한 경배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양자경이 부상당하는 장면을 N.G컷처럼 보여주며 "이 영화를 몸을
아끼지 않고 연기한 양자경에게 바친다"라는 자막도 삽입되어있다)게다가 서극과 허안화둘은 각
각 최근작 <신상해탄 >(96)과 <양자경 의 스턴트우먼>에 서는 쿠엔틴 타란티노의<저 수지 의 개
들>(92)처럼 인물별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내러티브구조를 도입하는 왕성한 영화적 식욕을 과시
하여, '타란티노 스타일'이 고유명사로 자리잡은 이즈음 또 한 번 그 작가적 역량이 장르의 범
주에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그리고 서극과 허안화는 출발점은 같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위
치에 서 있다. 서극은 뉴웨이브의 순결을 장사꾼들에게 바친 지 오래지만 허안화는 불러도 불러
도 대답 없는 둔한 작가이긴 해도 한 번도 나무에서 떨어진 적이 없다. 서극이 꿋꿋하게 서 있
다가 무참히 꺾여버린 큰 나무라면 허안화는 허허실실 흔들리면서도 끝까지 버티어낸 대나무라
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50년대의 많은 홍콩 영화들에서 뿌리 없는난민과도 같은 정서들이 종종 나타나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1970년대 들어 홍콩식의 교육을 받은 꿇은 세대들이 등장함과 더
불어 이후 경제적 발전, 현대적 개념의 도시화의확립, 대륙에서 넘어온 이민의식의 약화, 사상
적분파 해소 등 전반적인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영화에서도 그 영향이 나타난다. 사회적 조건이
변화함에 따라 장르 또한 전통적 관습과 신념에 도전하고, 혹은 그것들을 강화하면서 종종 사회
적조건과 함께 변화해 간다. 방육평, 엄호 등의 작가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사회에 대해 말하는
이는 사라졌고, 성룡, 홍금보, 원표 트리오의 현대적 코믹 쿵후물과 강시영화를 포함한 귀신영
화가 유행했으며, 홍콩영화 현대화의 선봉장인 맥가, 석천, 황백명이 만든 '시네마시티'의 <최
가박당> 시리즈 - 1편은 홍콩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작이다 -등의 일련의 작품들은 배경을 완전히
현대의 홍콩으로 하며 아시아 다른 세 마리 용들과 확실한산업적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 각각
성공은 현재까지도 '홍콩의 버스터 키튼'으로 지구상 마지
막 엔터테이너로 대접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고,귀신영화는 이후 SFX를 가미하여 <천녀유혼
>(87)을 거쳐 뉴웨이브 관금붕 감독의 <인지구>(88)까지 그 영향이 이어지고 있으며, <최가박당
>(82)은 3탄 <여황밀령>에서 서극, 4탄 <천리구차파>에서 임영동을 끌어들이면서 89년의 <신최
가박당>(5편)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분위기에따른 뚜렷한 명암의 희비곡선을 보여준다.
(4) 홍콩 느와르 - 강호의 의리가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획기적인 변화의 모습은 서극 기획, 오우삼 연출의 <영웅본색>(86)을 기점으로 하
는,한국의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명명된 서브장르인일련의 '홍콩느와르' 작품들에서 보여 진
다고 할것이다. 장철 감독의 연출부 출신인 오우삼은 샘페킨파, 마틴 스콜세지, 장 피에르
멜빌 등의 감독에게서 얻은 서구 폭력 미학의 영감을 홍콩 정통 무협 영화의 틀에 용해시켜
내놓아 흥행, 비평양쪽에서 대단한 성과를 이루어 내었으며, 이후10여 년 가까이 몇 글자
틀리지도 않은 제목의엄청난 양의 아류작들을양산해낸다. <영웅본색>에서 과거 무사들의 검
은 총으로 바뀌었고 홍콩은 더 이상 희망이 숨쉬는 공간이 아니었다.
낭만적이고 의리에 가득찬 인물로 그려진 주윤발이라는 인물은 흥콩인들의 불안 심리를 해
소시켜준 영웅이었고, 홍콩영화의 한국 판권을대폭 인상시킨 장본인이었으며, 특이하게도 홍
콩 코미디영화가 통하지 않았던 한국에서 무술을 하지 못하는최초의 홍콩스타였다.
아호(적 룡) "너는 신을 믿니?"
소마(주윤발) "바로 내가 신이야,신도 사람이니까"
"자기 운명을 잡을 수 있는 자가 바로
신이야"
<영웅본색> 중에서
홍콩느와르의 일련의 성공뒤에는 기획의 귀재인 서극의 존재를 무시할 수없을 것이다. 실제로
홍콩느와르의 현란한 총격전과 특수효과들은 그가 84년에 설립한 '전영공작실'이 마련한 기술적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또한 그는 홍롱느와르가 식상해져 갈 즈음 전영공작실을 거
느리고 <촉산>(83)의 실패를 떠올리며 진일보한 SFX를 무기로 하여 <소오강호>(90)로 탐색전을
거친 후 <황비홍>(91)으로역사의 공간으로 들어가 몸을 풀더니 <동방불패>(92)로 결정타를 날리
게 된다. SFX무협영화라는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인해 무협영화의 전통은복권되었고 언제나 홍콩
장르영화의 흐름을 주도해 온 것은 바로 서극이라는 것을 또 한 번 증명해 보인 것이며, 바꿔
말해 오우삼과 서극은 80년대의 장철과 호금전인 것이다.
(5)'POST 천안문' 시대 - 차이니즈 홍콩
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막연한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오며 모든 것은 비밀이 되고 거짓말이 되
었다.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던 시절, 역사를 통해 현실을 보던 일련의 사회파 영화들 중에서 허
안화의 <호월적고사>(81)와 <투분노해>(82)는 흥행에 큰 성공을 했지만, 서극의 <영웅본색
3>(89)와 오우삼의 <첩혈가두>(89)는 쓴 맛을 보았다. 드디어 미래에 대한 불안이 영혼을 잠식
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그리고 이후 서극은 전술한 대로 지긋지긋한 현실을 도피하여 장르
를다시 처음부터 사유하며 <소오강호>와 <황비홍> 등의 SFX무협 영화들을 만들었고, 오우삼은
실망스런 미술품 도둑 이야기 <종횡사해)(91)로 전락한다.
홍콩인들의 현실도피적인 경향이 극도로 나타나고 금전 만능주의의 도박영화가 범람하며 진품
과 모조품을 구별하기도 힘들 정도로 닥치는 대로 영화를 양산한다. 그 선봉장인 '왕정'이 제작
자 향화승과 함께 만든 <지존무상>(89)이 홍콩느와르와 도박영화의 가교 역할을 해내며 접점을
찾아낸 후 '주성치'라고 하는, 한동안 고수들과 암흑가 조직원들의 무용담에 가려 잠시 잊고 지
내왔던 인간적이고 평범한 모습의 스타가 등장하게 된다. 실제로 90년대 이후의 홍콩영화산업은
왕정과 주성치 콤비가 이끌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코미디는 운명을 얼마 남겨 놓지 않
은홍콩영화 최후의 인기 장르가 된다. 그리고 '홍콩최후일개태감' 장정에 이르러 모방과 반복을
그
속성으로 하는 장르적 상업성은 극에 달한다. 코믹쿵후물에 대한 모방과 헐리우드식 혹은 <용형
호제>식의 축제적 보물 쟁탈전 <마비취>(86), 자신이 일궈낸 장르에의 접근금지 영역표시 <정전
자>(89), 무혈영화 혹은 SFX무협 <녹정기>(91),<황비홍>의 아류작이면서 주인공 이연걸을 뻔뻔
하게 그대로 캐스팅한 <황비홍 철계투오공>(93),임청하의 중성적 이미지 갈취 <추남자>(93), 히
트만화에 대한 약삭빠른 제스춰 <시티헌터>(93),어이없는 홍콩느와르의 부활시도 <신영웅본색
>(94), 상급무비에 대한 감수성 <연애적천공>(94), 포청천의 인기에 편승한 <구품지마관 백면포
청천)(94) 등 작가의식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고 상업적 성공을 위해서라면 과거 홍콩영
화들과 각종의 히트문화상품들을 닥치는 대로카피하는 왕정은 비록 홍콩반환전야의 패륜아로낙
인찍혔지만 그의 일련의 영화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박스오피스의 상위를 언제나 차지하며홍
콩인들의 사랑(?)을 받아 왔음을 볼 때 산업을꽤뚫는 넓은 시야와 탁월한 영화 기술적 잔재주는
90년대 홍콩 장르영화의 주류였음을 부인할수 없다.
그렇다면 왕정과 주성치의 이면에서는 진가신,증지위가 중심이 된 멜러영화를 표방하는 U.F.0
와 작년 깐느로 전세계를 향해 커밍아웃한 왕가위가 홍콩영화를 떠받치고 있다. 멜러영화는 홍
콩영화사를 통틀어 장르를 가릴 것 없이 꾸준히사랑 받은 장르였고 작년의 <첨밀밀>을 통해 현
대적인 스타일자 높은 완성도를 증명해 보였으며앞으로 U.F.0가 90년대의 '시네마시티'가 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저주받'았던' 작가 왕가위는 홍콩영화계의 아웃사이더로서 영화
사의 - 한국의 수입사를 포함하여 - 미운오리새끼였으나 어느새 마법을 풀어버리고 스텝프린트
의 융단폭격으로 관객들을 휘어잡으며 97년과는아무 상관없다는 듯 바야흐로 세계로 도약하고있
다. (이미 그의 스케줄은 헐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지원을 포함하여 2000년대까지 곽 잡혀있
다) U.F.0는 말할 것도 없이 왕가위의 영화도 <아비정전>(91)을 제외하고는 기존 장르의 틀에
깊쑥이 발을 담그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홍콩느와르 계열의 수많은 영화들의 시나리오 작가
로 시작했고 데뷔작인 <열혈남아>(88)는 홍콩느와르의 규칙을 답습하면서 진보된 스타일을 보여
주며, <동사서독>(94)은 김용의 무협 소설의 공간으로 들어가 재창조해낸 역사이자 SFX를 최대
한 자제하면서 찍어낸 호금전에 대한 오마쥬 - 호금전이 왜 서극의 <소오강호>(90) 프로젝트에
서 낙오(!)되었는지 생각해보자 - 이며, <중경삼림>(94)에서 왕정문이 양조위의 집에 몰래 들어
가들키지 않게 숨어 다니는 '슬랩스틱스런' 장면은 서극의 <상하이 블루>를 연상시키고, 킬러
임청하의 중성적 매력은 철저하게 <동방불패><신용문객잔>등의 성과에 기대고 있으며, <타락천
사>(95)에서 쌍권총을 든 여명은 오우삼 영화의 주인공을 연상시 킨다.
1국 양체제의 실험은 본궤도에 올랐고 홍콩의운명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홍콩의 영화산업은 94년 이후로 내리막길이었고 한국의 극장가에서 홍콩영화 간판을 보기란 어
느덧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는 현실이다. 이미 홍콩영화의 자수성가 스토리는 세계에 귀감이
되고있고 헐리우드를 카피했던 홍콩을 이제는 역으로 헐리우드가 카피하며 인력을 모셔 가는 시
대가되었다 이제 홍콩영화는 반환과 함께 영영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접을 것인가? 장르영화든
작가영화든 분명한 것은 또 한 번 관객들은 홍콩영화에게서 새로운 조류의 장르를 기대하고 있
다는것이다. 예전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III. 홍콩느와르의 숨겨진 걸작 네편
<천라지망>(89) : 오우삼이 홍콩느와르의 지존이라면 좌청룡은 임영동이고 우백호는 황지강
이다. '까이에 뒤 시네마'는 "황지강이야말로 지금당대 제일의 테크니션"이라고 불렀고, 오우삼
도인정했듯이 액션연출에 관한 한 최고이며 현재는 캘리포니아에서 또다른 영화인생을 준비중이
다.현란하고 속도감있는 편집, 끊임없이 공간을 이동
하고 프레임을 분할하면서도 액션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홍콩판 언터처블'인 <천라지망>은 6주
만에 촬영에서 편집까지 끝낸 다작감독 황지강의 최고 걸작이다 <중안조>(93)에서는 성룡에게
처음으로 심각한 얼굴을 지어보이게 했으며(<홍번구>나 <폴리스스토리4>를 보고 아무도 '당계
례'의 영화라고 생각지 않는 것과 비교해보면!), 임
영동의 <용호풍운>의 원형이판본같은 <폴리스맨2>(91)에서는 사막(시가지)에 내던져진 범죄자들
의 도주극을 롱테이크와 롱숏, 장총 액션으로잡아내며 그의 액션실험은 아직 현재진행형임을 확
인시켜 주었다.
<복수의 만가> (89):임영동의 <감옥풍운>(97)의 리얼리즘을 고스란히 이어 받으면서 황당무
계한 총격전과 과장된 감상주의에 종지부를 찍는이 영화는 원제가 망중정으로, 감옥에서 벌어지
는 지옥같은 일상사 속에서 피어나는 죄수들의 우정을 통해 홍콩을 그물(망) 혹은 감옥으로 표
현하고 있다. 암흑가에 잠입했다가 죽임을 당한 경찰 애인의 복수를 하고 감옥에 들어온 여자는
도저히 석방될 기미가 없고, 출소를 앞두고 희망에 부풀어 있던 임산부 여죄수는 난동으로 죽어
버렸으며, 애인의 죄를 감춰주기 위해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왔던 여자는 석방되자마자 바로
그 애인의 차에 치여죽고, 어디에도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세련된 연출과 거친 사실주의적 시
각
으로 홍콩의 현재를 투영해낸,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도 읽힐 수 있는 '양본희' 감독의 걸작이
며 '오가려'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용의 가족> (89) : 홍콩느와르가 <영웅본색>으로 시작을 알린 이후 수도 없이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온 가운데 간혹 오우삼, 임영동, 황지강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유려한 스타일파 '어
색하지 않게 흉내내는' 뛰어난 연출력을 보여주면서 강박과도 같은 홍콩반환에 대해 언급한 몇
몇 '마이너리그 장인'들이 있었으니, 주목할만한 작품들로는 '맥당웅사단'이 키워낸 여대위의 <
혈전영웅>과 역시 맥당웅사단의 일원인 반문걸의 <과호>, 그리고 황비홍의 직계제자이자 무술영
화 일가로 유명한 유씨패밀리의 일원인 유가영의<용의가족>이 그것이다. 영국으로 유학 간 막소
총(화교), 살인하고 타이페이로 도망간 알란탐(대만),살아남아 홍콩에서 갖은 고생을 한 유덕화
(홍콩)이 3명이 가족의 복수를 위해 다시 만난다. 장례식 장면에서 유덕화의 탈출까지의 10여분
의 액션씬은 오우삼의 풀빵이며 휠체어를 타고 벌어지는,<전함포템킨>의 오뎃사 계단의 패러디
까지 보여진다.
<홍콩탈출> (89) : <최가박당> 5부작이 80년대홍콩의 양지라면 맥당웅, 맥당걸 형제의 <
성함기병>5부작은 음지의 영화이다.대륙에서 쫓아온경찰과 홍콩의 흑사회로부터 함께 쫓기
는 운명에 처한 주인공의 탈출기를 통해, 불법 이민자들의 홍콩적응기를 역으로 97년 이후 홍
콩인들의 대륙적응기로 치환하면 사회주의정권과 식민지 홍콩과의 접점을 모색한다. 5부작
중 3탄인 <홍콩탈출>은 유덕화와 막소총이라는 스타를 기용했고 여배우와의 로맨스가 강화되
었으며 이례적으로 주인공들이 탈출에 성공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그러나 4탄 <사자후>
에서는 천안문 사태를 직접언급함에도 불구하고 내용의 밀도가 떨어지면서다시 탈출 일보직
전 처참하게 몰살당한다.
1편에도 나왔던 황지강이 악당 보스로 출연하여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며, 맥당웅은 선이 굵고
박력있는 액션연출에서 황지강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창작과 제작을 훌륭히 조화시키는 1급
제작자이기도 하여 성룡이 나오면 무조건 '성룡영화'가되듯 그가 손댄 모든 영화는 '맥당웅영
화'라 불러도 좋다. 그러나 <성항기병>시리즈는 1탄 이후로 완성도면에서 내리막길이었고 <파호
> 이후 <옥보단>시리즈로 연명하는 것에서 홍콩영화의 암울한 미래의 전주를 엿보는 것 같아 안
타깝다.최근'맥'사단은 미묘한 정치적 문제를 건드린 유덕화,양가휘 주연의 <흑금> (98)을 내놓
기도 했다.
첫댓글 옛날를 돌이켜봐도 <미스터 부>와 <최가박당>은 극장에서 본 최고의 홍콩 코메디 영화였지. 맥가의 <성항기병> 역시 꼭 봐야 할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