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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그룹 소속인 이마트는 범 삼성가(家)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일체의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삼성의 노조탄압이 얼마나 악랄한지는 이미 여러 차례 알려진 바가 있다. 지난 10월 29일 이마트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이마트는 삼성가(家)라는 이름에 걸맞게 노동조합 핵심간부들을 노동조합 설립 이전부터 미행해왔다. 노조가 설립되기 일주일 전에 노동조합 위원장을 원거리 발령을 내고, 회계감사를 해고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또한 얼마 전 언론을 통해 공개 된 '1인 시위 대응 매뉴얼'은 많은 이들에게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였다. 이에 센터에서는 어려운 조건이지만 힘차게 투쟁하고 있는 이마트 노동조합의 전수창 위원장을 만나 이마트 노조 설립부터 이후 이어졌던 탄압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10월 29일에 노조설립증을 받으셨지요. 노동조합을 만드시게 된 계기부터 들어보겠습니다.
노동조합에 대한 고민은 수년전부터 해왔어요. 그리고 그 전부터 회사의 행동들이 불법적이고, 부당하다는 메일을 회장을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에게 보냈었지요. 특히 노사협의회가 문제가 많은 조직이기에 바뀌어야 한다고 메일을 보냈었는데요. 2010년에는 5월부터 12월까지 7차례에 거쳐 회사에다가 노사협의회가 정상적인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요청을 했지요.
이제까지 노사협의회 운영은 문제가 많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캐셔들에 대한 투표권 문제였어요. 회사에서는 2007년도에 캐셔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2008년도에 노사협의회 대표를 뽑을 때 이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았어요. 이마트 정규직 16,000명 중에서 캐셔들은 6~7천명에 달했거든요. 이들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지요. 이 문제는 2010년까지도 해결되지 않았고, 저는 사측에서 이렇게 나온다면 더 이상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외부를 통해 알려내겠다고 회사에 이야기 했어요. 결국 회사에서 2010년 막바지가 되서야 캐셔들에게 투표권을 준다고 하더라구요.
이외에도 문제가 많아요. 노사대표를 뽑을 때 후보를 회사에서 지정을 해줘요. 그럼 그 사람 단독으로 나가서 찬반투표 하는거에요. 이건 말도 안 되잖아요. 회사의 개입에 의해 노동자들의 대표가 뽑히면 직원들의 의사를 전혀 대변할 수 없어요. 그래서 더 이상 노사협의회 체제로는 직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노사협의회가 노동자들의 권익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던 것이 문제였군요.
올해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이마트 관리자 조직 중에 가장 말단 조직인 PM(비신선파트 담당자)이라는 것이 있어요. 전국적으로 1,500명 정도 있는 직책이고, 영업부서 관리자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2012년 1월에 인사제도 개선이라는 명문 하에 그 PM이라는 직책을 아예 없애버렸어요. 그 1500명 중에서 500명을 AM(신선파트 담당자)으로 전환하고, 1000명을 사원으로 강등됐지요. 그러면서 직책수당으로 받던 PM수당이 없어진거에요. 저희 직원들 급여가 상당이 적어요. 월 평균으로 보면 200만원도 안되요. 당시 직책수당이 5~10만원 이었으니 되게 큰 돈이잖아요. 이렇게 PM이 없어지고, 그러면서 직책수당도 없어졌는데 노사협의회에서 아무런 대응을 못하는거에요.
다른 문제도 있었어요. 명절 즈음해서 현장 말단들에게 까지 권고사직이 들어갔어요. 원래 권고사직은 관리자들을 대상으로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에 대해서도 노사협의회에서는 대응을 하지 못했죠. 그래서 올해 10월 26일을 설립예정일로 잡고, 1월부터 준비를 해서 노조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노조를 만들기까지 많은 어려움들이 있으셨을텐데요.
제가 수 년 동안 회사에 메일을 보냈었기에 회사에서는 저를 문제사원으로 분류해 놓고 있었을꺼에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회사에서는 저를 미행하고, 감시했다고 하더라구요. 쉬는 날 제가 어디에 가고, 누구와 무엇을 하는지 파악을 했더라구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은 회사가 눈치를 채고 있었어요. 그런데 정확한 노조설립일은 모르잖아요. 그래서 회사에서 10월 초에 저희들한테 프락치를 투입했어요. 그래서 노조설립일을 파악했구요.
이렇게 노조 설립일을 파악한 회사는 노조설립예정일이었던 10월 26일 바로 전 주에 인사위원회 열었어요. 그리고 회계감사를 해고조치 했지요. 저는 동인천점에서 전라도 광주로 원거리 발령이 났구요.
노조를 만들고 나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노조설립 후 저희가 노조를 홍보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1인시위를 했어요. 처음 1인시위를 제가 일하던 동인천점에서 했는데요. 제가 5년 동안 근무를 하던 점포다보니까 사원들과 친분이 있어서인지 1인시위를 방해하지 않더라구요. 그 다음날에는 1인시위를 성수에 있는 이마트 본사에 가서 했거든요. 그런데 7일에 본사 앞에 갔더니 용역 같은 사람들 7~8명이 등산복을 입고 저희 앞에 오는거에요. 그리고 저와 함께간 회계감사 분을 둘러싸고, 저희를 욕하고, 밀치고, 얼굴에 담배연기 뿜고, 모욕적인 발언들을 했지요. 그렇게 1시간 정도 1인시위를 방해를 했어요.
이후 회사에서 11월 12일에 저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한다고 동광주점으로 오라고 했어요. 당일 시간에 맞춰 동광주점에 도착을 하니까 본사에서 봤던 그 7~8명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11월 7일에 저희를 폭행했던 점포 사원들까지요. 이들은 저희가 차에 내리자마자 욕설하고, 밀치고 폭행을 휘둘렀어요. 그래서 인사위원회 내려가서 제가 인사위원회 위원장한테 ‘이 사람들 뭐하고 있는거냐.’, ‘이거 지금 회사에서 시킨거냐.’라며 항의했지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답변도 없고, 그냥 인사위원회를 개최하더라구요.
얼마 전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1인시위 대응 매뉴얼'이 논란이 되기도 했었잖아요.
이곳 저곳에서 1인시위를 했는데 사원들이나 용역들이 사용하는 멘트가 다 똑같은 거에요. 멘트자체가 똑같기 에 이들이 교육을 받은 거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던 중 저희가 1인시위 방해 매뉴얼을 입수했죠. 회사에서는 세부 대응멘트 16가지를 준비해 놨더라구요. ‘자극적인 단어를 모두 동원해서 도발하고, 상황을 만들어라.’, ‘모욕 주는 말을 해라.’ 등의 내용이 담겨있는 대응 매뉴얼이었어요.
이외에도 점포에서는 저희와 관련되었던 모든 사람들을 면담하고 있어요. 저희한테서 연락이 오고 있는지, 혹은 노조가 요즘 어떻게 되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회사에서 이런 조치들을 취하다보니 내부에 있는 직원들은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많이 위축되어 있을텐데요.
일단 현장의 직원들은 노동조합이 버텨낼 수 있을지를 궁금해 하는 것 같아요. 일단 회사에서는 노동조합을 하는 조합원들을 다 해고시켰다고 판단을 했는지 무대응으로 나오고 있구요. 현장의 직원들은 노동조합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얼마 전 기자회견을 하고, 통합진보당이 전국 70여개 점포에서 1인시위를 하는 것을 보면서 ‘노동조합이 아직 해체되지 않았구나.’라는 것을 알아가고 계세요. 저희 까페에 지지하는 목소리를 남겨주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다만 현장에서는 삼성가의 노조탄압이 얼마나 심한지 알기 때문에 아직은 두려워하고 있어요. 저희가 얼마나 버틸 수 있고,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을 과연 지켜줄 수 있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거겠지요.
이번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들도 많은데요.
원래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이 생겼다고 언론에서 관심을 갖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언론을 통해서 주목을 받고 있지요. 또한 정당이나 사회단체, 노동단체에서 연대와 지지를 하겠다는 요청들도 많이 와요. 아무래도 신세계라는 기업이 상징적인 의미도 크고, 대기업이다 보니까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것 같은데요. 서비스연맹, 변호사나 노무사를 비롯한 다양한 분들이 저희를 지원해주고 있기에 저희가 다른 노동조합에 비해서 활동영역이 넓고, 투쟁하기 쉬운 조건들이 있는 것 같아요.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우선은 통상임금부분에 있어서 못 받은 부분들이 있어요. 직책수당같은 것들. 이에 대한 진정을 하려고 하고 있구요. 1인시위 대응 매뉴얼과 관련해서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와는 다른 다양한 방법을 통한 노동조합 조직화 방식을 고민하고 있어요. 서비스연맹이나 주변 단체들에서 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시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조직확대사업에 주력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투쟁을 지켜보는 많은 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삼성에서 노동조합은 안된다고 이야기 하잖아요. 노동조합이 없어도 회사에서 잘 돌아간다고. 그런데 노동조합이 없이 노동자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거든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결하는 것을 헌법에서 기본권으로 정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서지요. 저는 노동조합이 단결권을 제대로 가지고 있을 때만 사측과 동일한 위치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거에요.
크게 봤을 때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보장 없이 무슨 경제민주화가 있을 수 있느냐는 생각도 있어요. 대기업 제재하는 몇 가지 법안을 만드는 것이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가장 중요하면서 기본적인 권리인 노동조합을 제대로 보장하는 것이 바로 경제민주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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