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동요를 찾아서 26]
과꽃 (1957년)
작사·어효선 / 작곡·권길상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 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과꽃 예쁜 꽃을 들여다보면
꽃 속에 누나 얼굴 떠오릅니다
시집 간지 온 삼년 소식이 없는
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나요
해마다 과꽃은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곱게도 피었습니다
나 또한 과꽃을 좋아하지요
꽃이 피는 꽃밭에서 꽃과 살지요
https://youtu.be/kNySyo0CInk
들어가는 글
과꽃의 꽃말은 ‘유쾌한 기억, 추억’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시가 쓰여진 당시 작사자에게는 어쩌면 누나와의 유쾌한 기억이 가득한 동생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 여겨진다.
동요작곡가인 권길상은 1950년대초 전쟁의 상처로 그늘진 동심에 꿈과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작곡한 ‘과꽃’이 수록된 음반이 ‘유니버어살 레코오드 동요 제1집’이다.
그때 그 시절엔 국민학교 5-6학년 시절에 이 노래를 배웠다.
보통은 2절로 된 노래를 부르나 여가서는 3절까지의 가사를 수집하여 정리했다.
과꽃에 실려있는 따뜻한 감성의 노랫말에 부드러운 선율이 조화되는 이 아름다운 동요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1950년대에 발표된 곡이다.
피폐한 세상을 아름다운 선율로 채워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듯한 동요였다.
그것이 아마 당시 아동문학가들과 작곡가들이 추구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반면에 부드럽고 아름다운 이 동요는 쓸쓸한 그리움이 담겨있기도 하다.
다정한 누나, 과꽃을 좋아했던 누나, 시집가고 소식 하나 없는 그리운 누나를 그리는 마음이 담겨있는 노래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노래를 부르는 아이는 매년 피어나는 과꽃에 누나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담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들은 명랑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기억 속의 노래보다 그건 훨씬 빠른 노래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그저 노래에 빠져 씩씩하기만 하다.
거기에 어디 시집간 지 삼 년이 다 돼도 소식이 없는 누나에 대한 근심 따위가 개재될 여지가 없다.
그렇다.
아이들 노래가 쓸데없는 애조를 띨 일은 없다.
그건 노래를 부르면서 삶과 그 회한의 세월을 되돌아보기 일쑤인 어른들의 몫일 뿐이다.
아이들의 청아한 목소리로 동요 ‘과꽃’을 들으면서 그 노래를 만든 시대의 어린 시절 추억을 생각한다.
https://youtu.be/yY0Z8jQrSBU
작사자·어효선 (魚孝善, 1925~2004)
대한민국의 아동문학가 및 시인이며 교육자 겸 수필가이며 아동문학사학자이다.
어효선은 1925년 서울에서 태어나, 1948년 <어린이>지에서 작품을 발표했다.
그러다가 1949년 <소년>지의 소년시 현상 모집에 동시 ‘봄날’이 당선되어 동요와 동시, 동화를 적극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는 20세 시절부터 초등교원을 지내다가 1949년 3월 아동문학가로 첫 입문하였고 이듬해 1950년 2월 시인으로 첫 입문하였으며 1960년 수필가로 첫 입문하였다.
이후 초등교원과 중등교원을 겸하며 대한민국 아동문학의 역사를 정리하는 것에 집대성하는 업적에도 공헌한 그는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이라는 동요의 작사자로도 널리 잘 알려져 있다.
어효선의 대표 동요인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외에도 ‘꽃밭에서’, ‘과꽃’이 많이 불려지고 있다.
<봄 오는 소리>, <우리 집>, <인형 아기 잠>, <고 조끄만 꽃씨 속에> 등의 동요·동시집과, <도깨비 나오는 집>, <인형의 눈물>, <종소리>, <이상한 일기책> 등의 동화책을 내었다.
제19회 소천 아동 문학상, <용아의 일기>로 1986년 대한민국 문학상 본상, 1992년 KBS 동요 대상, 1994년 옥관 문화훈장, 1996년 반달 동요 대상을 받았다.
그는 2002년 3월을 기하여 은퇴함으로써 1949년 첫 등단 이후 53년간 계속된 문학가로서의 활동을 마감하였다.
https://youtu.be/NVH_zWKiZDE
작곡자·권길상 (權吉相, 1927~2015)
권길상은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예술대학 음악부 1회 졸업생으로 서울에서 ‘봉선화 동요회’를 만들어 활동한 아동음악가이다.
1948년 서울 무학여중고를 시작으로 이화여자중고, 서울예고 등에서 10년 넘게 음악을 가르쳤고, 35세 때인 1961년 미국으로 건너가 한글을 가르치는 한국학교를 처음으로 시작하는 등 동요 보급에 힘썼다.
그는 ‘과꽃’ 외에도 ‘꽃밭에서’, ‘모래성’, ‘푸르다’, ‘둥근달’ 등의 동요와 스승의 날 노래인 ‘스승의 은혜’와 가곡 ‘그리움’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한국아동음악상, 31회 소파상, KBS동요대상, 대한민국 동요대상을 수상했으니 아동 음악계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과꽃
과꽃은 우리나라 북부지방과 중국 동북부에 자생하는 한해살이풀꽃이다.
한번 심어 놓으면 씨앗이 떨어져 매년 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흔히 과꽃을 여러해살이풀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큼지막한 꽃을 열 송이 내외 피우는, 수더분한 포기 모양이 지금의 우리 눈에는 다소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꽃 색이 제법 화려하다.
과꽃은 늦여름에서 초가을까지 오랫동안 진분홍이나 보라색으로 피어난다.
햇빛을 좋아해 볕이 잘 드는 곳에 심어 길렀는데 예전에는 과꽃을 장독대 주변에 많이 심었다.
줄기가 너무 웃자라면 꽃이 엉성하게 피어 예쁘지가 않다.
이럴 때는 초여름 줄기가 막 올라올 때 순지르기를 하면 줄기를 잘라낸 부분에서 좀 더 작은 줄기가 여러 대 올라와 아담하게 꽃을 피운다.
최근에는 앙증맞은 작은 꽃을 피우는 품종들이 개발되어 여름철 꽃다발로 이용되기도 한다.
과꽃은 옛적에는 한자로 秋牡丹(추목단=추모란) 또는 唐菊(당국)이라 하였다.
秋牡丹(추목단)은 가을에 꽃이 피는데 모란의 잎과 비슷하다는 것에서, 唐菊(당국)은 중국(唐)에서 전래된 국화라는 뜻을 가졌으니 국화와 유사하다는 의미에서 불리워진 이름이다.
실제로 남쪽에서는 재배하는 식물이지만, 한반도 북부와 중국의 동북부를 거쳐 내몽골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라고 하니, 唐菊(당국)이라 불리워질만 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1820년대 경에 저술된 유희의 물명고에서는 '당구화'(당국화라는 의미)라는 한글명이, 1870년에 저술된 황필수의 명물기략에는 '당국'이라는 한글명이 보인다.
19세기 중반경에 완당(추사) 김정희가 지은 한시 하나를 살펴보자.
왜 秋牡丹(추목단)인지가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秋牡丹(추모란)
紅紫年年迭變更(홍색 자색 바꿔가며 해마다 꽃이 피니)
牡丹之葉菊之英(모란의 잎에 국화의 꽃봉오리일세)
秋來富貴無如汝(가을 오면 너처럼 부귀로운 것이 또 있으리)
橫冒東籬處士名(동쪽 울타리 처사라는 그 이름은 아무래도 맞지 않네)
그런데 과꽃은 무슨 뜻에서 유래된 말일까?
과꽃이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村田懋麿(ムラタ シゲマロ)이 지은 '토명대조선만식물자휘'(1932)에 '과ㅅ곳'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하고, 이것이 조선식물향명집(1937)에 '과꽃'으로 기록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조선식물향명집의 저자 중의 한명인 이덕봉 선생이 과꽃은 황해도 해주의 방언에서 채록된 이름이라는 것을 기록해 놓은 것외에는 달리 설명자료가 없다
그래서 학자들은 과꽃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미상이라고 적어 놓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말에 국화 모양을 새긴 쇠 혹은 나무의 판이나, 여자 머리에 꽂은 국화 모양의 꽃 장식을 ‘과판’이라 하였다.
이 과판은 국화(菊花)+판(板)의 합성어로 국화의 옛말이 구화이므로 구화판으로 발음되었고 축약되어 과판이 된 것으로 이해된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과꽃은 국화+꽃의 합성어로 국화를 닮은 식물이라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인 것으로 보인다.
국화를 닮았다는 뜻의 옛이름 당국(또는 당구화)과도 뜻이 통하는 이름이 아닌가 싶다.
과꽃 예쁜 꽃을 보면서 완당 김정희가 국화 꽃봉오리를 떠 올렸듯이 과꽃이라는 이름을 붙였던 옛사람들은 국화 꽃을 연상하였나 보다.
지나가는 덧 없는 세월에 옛삶들이 잊혀지고 새 삶들이 나타나듯이 꽃들도 그렇게 잊혀지고 새 꽃들로 채워지나 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
https://youtu.be/1LOTs_O6ISE
첫댓글 서은경: 🍒🍒🍒🍒🍒
제가 또 좋아하는 동요
저는 동요라기 보다도
그냥 남녀노소 구별없이
좋아하고 부르는 곡.
.
그립네요.
저희 마당가운데
큰 꽃밭이 있었거든요.
.
아~~~💦💦
이 글로 인해
참 오래 전 추억을
소환시켜봅니다.
감사합니다
박순희: 제일 좋아하는 노래!!!!!
장덕상: 누나 생각이 납니다. ㅠㅠ
저도 과꽃을 부르면 천국 먼저 가신 누님 생각이 나곤 했더랬습니다.
홍호석: 과꽃 국화처럼 보이네요
노랫말도 꽃도 이쁘네요^^
그렇게 얘길하는분들이 많더구요.
혹시 국화과가 아니냐고. ..
홍석진: 권길상 선생님에 대해서는 설교 시간에 언급한 적이 있네요 이렇게 같은 관심을 가진 동지가 계셔서 참 좋습니다!^^
박영주: 저도 이 노래 무척 좋아하는데, 동요인데도 왠지 슬픈 느낌이 들어요. 습관적으로 부르면서도 과꽃이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건지 몰랐는데 이 글을 보며 비로소 과꽃이 어떻게 생긴 건지 찾아보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최정미: 아름답고도 애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