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주군 금사면에 사는 권혁진입니다. 제 고향은 바로 이곳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서울로 가서 36년간 살다가 7년 전 이곳에 내려와 농사도 짓고 산도 가꾸며 근린생활 시설을 하면서 정착했습니다. 잠시 왔다 가려니 하고 반신반의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모텔을 지을까도 생각해봤습니다만 모텔은 농촌정서에 안 맞을 뿐더러 고향에 와서 그런 혐오시설을 한다는 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볼거리가 있거나 관광지가 있거나 뛰어난 소재가 있는 곳이 아닙니다. 다만 아늑한 산과 들, 윈시림이 우거져 자연환경을 감상할 수 있는 단조로운 곳일 뿐입니다. 수도권에서 60km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입니다.
처음에는 군으로부터 민박 허가를 획득했습니다. 작년부터는 농협중앙회에서 교육도 시키고 ‘내고향 쉼터’를 통해 홍보도 해주고 인터넷에서 소개도 되고 있습니다. 또 여름에는 각 신문에 기사화되어 팜스테이가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냥 자고가는 것이 아니라 농사체험을 하면서 쉬어 머무는 곳이라고 해서 이름지어준 ‘팜스테이‘ 타이틀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가족끼리 친지, 회사, 학교, 종교단체, 외국인들도 다녀갔습니다.
저는 팜스테이를 운영하면서 이런 얘기를 자주 합니다. ’연인을 만나려는 젊은이처럼 마음이 설렌다’라고. 왜냐하면 팜스테이는 건전하고 유익할 뿐만 아니라 사랑과 테마가 있고, 또 도시민에게는 저렴한 휴식처가 되기 때문입니다. 도시민들에게는 옛 향수를 느끼게 해주고 심신의 피로와 정신적인 건강을 위한 활력소를 듬뿍 담아가게 합니다. 또한 농촌경제에 도움을 주는 등 도시와 농촌간의 화해를 도모할 수도 있습니다.
팜스테이를 하는 이유는 단지 금전적인 매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팜스테이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기에 마음이 항상 든든합니다. 농사 체험도 하고 주변에서 나는 농산물을 직접 구입해 우리 농산물지키기에 한몫도 하면서 주변지역의 볼거리도 찾아다녀가는 등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됩니다.
저는 늘 오시는 분들께 마음의 고향이 되려 하고 시골 외가집 같은 인상을 물씬 풍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렴하고 정이 듬뿍 담긴 만남이 되도록 그들과 어우러져 한식구처럼 지냅니다. 때론 숙박하지 않고 아이들을 데리고와서 농사체험, 향토음식 만들기 체험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소득은 없지만 절대 소홀히 대하지 않고, 부담없이 체험하고 뭔가 얻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오시는 분들 중에는 아주 좋다고 하는 분과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하고 되돌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두를 충족시키기에는 사실 문제가 많습니다. 우리는 관광농원도 아니고 관광지도 아니고 앞 냇가에 물이 많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내기에 무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문이나 인터넷, ‘내고향 쉼터’의 안내를 보고 전화가 오는데 그때 이곳 실정을 자세히 안내합니다. 주변환경과 시설, 농사체험 프로그램, 전통음식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고객에게 고향을 물어봅니다. 왜냐하면 고객이 마음속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올 것인가를 미리 판단하게 하는 겁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란 분들은 농사체험도 하고 고향의 맛을 아이들에게 얘기하고싶어합니다. 반면 도회지가 고향인 분들은 막연하게 농촌을 동경하고 그리워하지만 막상 오면 어설프고 부자연스러워 흥미없어 합니다. 때문에 전화가 오면 잘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오신다면 농협에 계약금을 송금하라고 합니다. 주말이면 손님이 조금 밀리는데 예약이 안되면 종종 실패를 하게 됩니다.
이 지역을 예를들어 예약전화가 온다면...... “이곳은 특별한 볼거리는 없습니다. 산과 들이 풍성한 자연에 둘러싸여 있어 공기좋고 물이 좋아 농사체험도 하고 휴식할 수 있습니다. 주변 여주농장, 신륵사, 목아박물관, 명성왕후 생가터를 관람하고 표고버섯, 동충하초버섯장, 토속옹기점을 견학할 수 있습니다. 이곳 특산물로는 여주쌀, 고구마, 땅콩, 금싸라기참외, 도자기가 유명합니다. 이곳은 산은 깊지만 개울은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놀이하기엔 부족합니다. 4~5km 나가면 낚시도 하고 수영도 할 수 있는 남한강이 있습니다. 미리 예약하면 옛날 방식대로 맷돌에 콩갈고, 가마솥에 장작불을 때서 손두부도 만들고, 찹쌀을 시루에 쪄서 직접 인절미를 만들어먹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고 밤에는 잔디밭에 모닥불 피워놓고 오손도손 얘기할 수 있는 장소와 아침에 일어나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가 1km정도 있어 한시간 정도 즐길 수 있습니다.” 농사체험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얘기하면 됩니다.
작물은 조금씩이라도 여러 종류를 심어 직접 체험하는 게 좋습니다. 채소류, 과일류, 곡식류, 가축류, 나무 심고 가꾸기, 아이들은 농기계를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면 무척 좋아합니다. 안전한 곳에서 시범을 보여주고 한사람한사람 지목해서 골고루 해볼 수 있게 배려하고 있습니다.
나무심고 가꾸기는 이렇습니다. 가을에 떨어진 나무씨는 봄이면 싹이 틉니다. 모종삽이나 호미로 캐서 미리 거름과 흙을 배합해 준비했다가 조그만 화분에 이식하고 물을 주어 심어봅니다. 아이들은 무척 신기해 합니다. “이 나무는 너희들이 10년 후 애인을 데리고와서 나무 밑에서 쉬어갈 수 있고, 15년 후면 자녀들이 와서 또 나무를 심을 수 있다” 주변 나무들에 대해 몇년 전에는 이랬는데 지금은 이정도...라든지 실감나는 얘기를 돌려주면 무척 흥미로와하고 유익해 합니다. 나무가꾸기를 가르쳐주고 집에 가기 전에 한 작품씩 만들게 합니다. 부모와 아이들은 옆집보다 더 예쁘게 하려고 서로 노력합니다. 직접 가꾼 나무는 애착이 많이 갑니다. 내년에도 다시와서 손질하고 싶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가꾼 사람의 명찰을 달아주려고 합니다. 그분들이 다시와서 보고싶은 마음의 연결고리가 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초면보다는 구면이 되고나면 정이 더 깊어지고 편안해집니다. 처음에는 일거수일투족 다 가르쳐 주었지만 나중에는 이곳 사정을 잘 알게 되니까 다른사람에게까지 전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그 자체를 좋아하게 되는 것입니다.
홍보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효과가 제일입니다. 때문에 오신 분의 여론을 잘 파악해야 됩니다. 그래서 여론지를 만들었습니다. “저희 상호 팜스테이 농가를 찾아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도시와 농촌간의 이해와 농촌 소득증대에 정부나 농협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앞으로 미비한 점을 개선해서 찾아주신 고마운 분들께 보답하겠습니다. 저희 농가에 대해 충고 말씀이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해 주시면 많은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 속에서 진솔한 바램이 많이 돌출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모든 고객은 이렇습니다. 다시 찾아오고 싶으면 무엇인가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조언하지만 다시 찾지 않을 분들은 그냥 괜찮다고 듣기좋게 애기합니다. 고객들이 제공해준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1. 이 고장에서 나는 콩을 공동구매하고 이 지역에서 생산한 항아리를 사서 메주 만드는 날, 장 담그는 날, 김장하는 날을 정하여 담궈서 이곳에 두고 조금씩 가져가면 좋겠습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어려울 것 같은데 해볼만한 좋은생각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 어머니들이 아이들만 데리고와서 자연공부 농사체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학교에서 숙제로 하는 경우도 있어 확인서를 받아가기도 합니다.
3. 어떤 부모님은 일주일동안 석수공원에 맡길 테니 강한 농사체험을 시켜달라는 주문을 한 분도 있습니다. 팜스테이가 발전되면 방학때 일주일 정도 체계적으로 농촌생활과 농사일을 체험함으로써 농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듭니다.
4. 팜스테이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인데, 정감을 갖고 찾을 수 있는 볼거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주변 일년초 꽃, 야생화단지, 오솔길을 걸으며 향수를 느낄 수 있고 가축, 조류를 사육하여 아이들이 관찰하고 흥미를 느끼게 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농사체험을 할 수 있는 작물은 가급적 유기농법으로 하여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려 우리농산물 소비에도 관심을 갖고 직접 생산자와 직거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5. 저의 집은 황토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화려한 벽지보다 초배지나 창호지를 발라 옛날 맛을 풍기고 아fot부분만 도배하여 황토 노출이 많아 흙냄새가 물씬 풍기는 것을 손님은 좋아합니다. 황토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 우리 몸에 좋다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황토의 효능 등 설명문을 벽에 붙여놓으면 이해가 잘 됩니다.
6. 아직은 여러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린다면 30%는 아주 좋다고 하고, 20%는 그저그렇다, 50%는 불만족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족하다는 30% 더하기 그저 그렇다 20%를 합해 50%의 고객을 유치해도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 무엇이든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참여농가가 수시로 모여서 의견을 나누고 문제점을 해결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올해 10월 27일은 농협 경기지역본부 본부장님과 지도과장님 그리고 포천, 가평, 여주에서 오신 대표농가님들과 담당과장님과 같이 운영사례와 문제점 및 추진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했습니다. 지역대표농가와 열심히 하는 농가가 선도하여 이끌어나가며 지역농가가 수시로 모여 의견을 나누고 타지역 팜스테이를 번갈아 돌아가면서 현장을 견학하고 친목도 가질겸 해서 회장과 총무를 구성했습니다.
8. 지난해 11월 10일에는 지역 팜스테이 회의를 갖고, 현재에까지 이르게 된 경과를 얘기하고 다른 농가가 얼마나 팜스테이를 알고 있는지 체크해 보았습니다.
9. 대외적인 팜스테이 활동사항과 앞으로의 비젼에 대해 약 20분간 설명하고 팜스테이가 농외소득에 많은 보탬이 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자주 모임을 갖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우리집 팜스테이가 잘 되고 우리 동네가 잘 되고 지역마다 잘되면 누구나 팜스테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것입니다. 팜스테이가 유익하고 값싸게 쉬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농촌경제에 한 몫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둘러 조바심을 낼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자원은 무궁무진 하기 때문에 성심껏 추진해나간다면 좋은 결과가 오리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시작단계이지만 3-4년 후면 팜스테이의 정착과 함께 상당한 농외소득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2. 현재 월 40명 유치 예상으로, 월 35만원 수입중 일년 중 4월부터 11월까지 팜스테이를 유지한다고 볼 때 35×8개월=280만원의 농외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아직은 미약하나 홍보와 시설이 보완되면 매월 100명 이상이 방문하게 될 것이고 따라서 월 소득 100×8개월 손님 유치를 볼 때 연소득 800만원 이상의 소득이 예상됩니다. 팜스테이는 도시민에게 유익한 휴가를 제공하고 우리 농가에게는 농가소득을 증대시켜주는 상부상조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오래전에 99년경 팜스테이 평가대회때 발표한것이니 현재와숫자가 상당히 차이가있습니다 많이발전했지요 . 감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