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04] 고창 심원 동죽김치찌개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입력 2022.07.20
동죽 김치찌개/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김치는 그 자체로 완성이지만 기꺼이 제 몸을 던져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치찌개가 대표적이다. 김치찌개는 김치에 고기, 채소, 두부 등을 넣고 양념을 하여 바특하게 끓인 것이다. 고기는 돼지고기를 많이 넣지만 고등어 등 생선을 넣기도 한다. 참치, 꽁치, 정어리 등이 통조림으로 만들어지면서 생선을 넣은 김치찌개도 사랑을 받고 있다.
>동죽김치찌개 백반/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전북 고창군 심원면에는 여름에 동죽조개를 넣고 김치찌개를 끓이기도 한다. ‘맛의 감초’라는 별명이 붙은 동죽과 잘 익은 묵은 김치가 어울렸으니 그 맛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동죽은 개량조갯과에 속하는 조개로 꼭대기의 도드라진 부분이 크고 높다. 그래서 바지락보다 많은 육즙을 몸에 품을 수 있다. 상온에서 쉬 상할 수 있지만, 신선할 때는 어느 조개도 따라올 수 없는 맛을 제공한다.
고창갯벌동죽/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만조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간조 때는 수면 밖으로 드러나는 조간대(潮間帶)의 모래가 많은 갯벌에서 자라며, 바지락보다 깊은 곳에 서식한다. 갯벌에 서식하는 조개들이 그렇듯이 적당한 육수(민물)가 공급되어야 잘 자란다. 올해처럼 가뭄이 심하면 동죽도 바지락도 흉년이다. 동죽은 바지락보다 빨리 자라기에 경제성은 좋지만 서식지가 까다롭다. 요즘 동죽을 넣은 칼국수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증가하면서 고창동죽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바지락에 견줄 만큼 가격이 올랐다.
만돌어촌체험마을의 동죽캐기 체험/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figcaption>
심원면 만돌과 하전 마을 갯벌에서 동죽이 잘 자란다. 이 갯벌은 지난해 ‘한국의 갯벌’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동죽은 찌꺼기를 뱉어 내게 만드는 해감을 할 때 바지락보다 신경을 더 써야 한다. 동죽칼국수를 하는 집은 많지만 동죽김치찌개를 하는 집은 드물다. 만돌마을 한 식당에서 식단에 없는 동죽김치찌개를 맛볼 수 있었다. 심원면의 한 식당(수궁회관)은 동죽철에 미리 예약을 하면 김치찌개를 끓여주기도 한다.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와 달리 맛은 묵직하고 감칠맛이 강하다. 만돌마을은 어촌체험마을로 지정되어 동죽을 캐는 체험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