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착륙의 핵심, 랜딩기어 “지상에서는 내가 주인공”
△ 하늘을 나는 항공기, 하지만 지상에서는 바퀴가 주인공이다. |
항공기에도 바퀴는 가장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입니다. 하늘을 나는 항공기에서 바퀴가 중요하다니, 이해가 안된다구요? 모르시는 말씀. 바퀴가 없다면 활주로를 달려 이륙하는 힘도 얻지 못하고, 안전하게 착륙도 할 수 없답니다. 비행 중에는 아무 소용이 없지만 지상에서 비로소 제 역할을 하는 착륙장치, 이번 커버스토리의 주인공입니다.
잘 날려면 바퀴가 있어야 된다고?
△ 랜딩기어는 착륙순간의 충격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 F-16 전투기의 무게는 대략 7톤(무장, 외부 연료통까지 하면 최대중량은 11톤). 통상적으로 지상에 닿을 때의 순간 속력은 시속 270~290 KM, 접지 순간에 가해지는 힘은 무장이나 연료통이 없다고 가정해도 최소 10톤 정도입니다. 안전한 착륙이 불가능하다면 항공기는 제 기능을 다할 수 없겠죠.
안전한 착륙의 비결은 바로 랜딩기어(Landing Gear). 항공기의 바퀴와 그 주변 장치들을 통틀어 랜딩기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전투기에는 기체 중심 근처 하부에 좌우 하나씩 랜딩기어가 달려 있고, 기수에도 하나의 랜딩기어가 달려 있습니다. 대부분의 항공기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이륙하자마자 랜딩기어를 접었다가 착륙 직전에 랜딩기어를 폅니다.
△ 이륙 직후 랜딩기어를 접어넣고 있는 모습. | 물론 이륙할 때의 바퀴의 역할도 중요하죠. 지상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야 비로소 날개에 양력이 생겨서 하늘을 날게 되니, 항공기의 바퀴는 그야말로 비행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없어서는 안될 부품입니다. 잘 날려면 바퀴가 있어야 한다는 말, 이해되시죠?
착륙할 때? “무릎을 살포시 굽혀주세요”
△ 랜딩기어는 화살표 방향으로 늘어나고 줄어들면서 완충 작용을 한다. |
그래도 아직 의문이 남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F-16의 경우 동체와 바퀴가 파이프 두 개로 연결되어 있을 뿐인데, 어떻게 착륙할 때 부서지지 않는 걸까요? 비결은 사람 무릎의 원리입니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 무릎을 살짝 굽혀 충격을 완화하는 것처럼 랜딩기어에도 완충장치가 있습니다. 땅에 닿는 순간, 랜딩기어는 공기압, 유압을 이용해 살짝 줄어들면서 충격을 완화합니다. 한편 수송기는 몸통 밑으로 랜딩기어가 길게 나오지 않습니다. 보다 무거운 중량을 효과적으로 견디기 위해 랜딩기어가 상대적으로 짧게 동체 안으로 숨겨져 있고, 동체 중심 부근의 랜딩기어는 양쪽에 각각 바퀴가 두 개씩 달려 있습니다.
|
△ 수송기의 랜딩기어는 더 튼튼하게 설계되어 있다. 동체에서 많이 튀어나오지 않는 것도 특징. |
지상에서의 방향전환은? 후진은 안되나요?
△ 앞바퀴는 방향을 틀 수 있도록 설계되어 지상에서 방향을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 하늘에서는 날개의 일부를 비틀어 방향을 전환하는데, 지상에선 어떻게 할까요? 앞에 달린 랜딩기어가 좌우로 움직여서 방향을 결정합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자동차의 경우 스티어링 휠(통상 ‘핸들’이라 부르는)로 바퀴의 방향을 결정하지만, 전투기의 경우 조종사가 좌우 페달을 밟아 방향을 결정합니다. 하늘을 날 때 이 페달은 수직꼬리날개의 러더를 움직이는 역할을 하지만, 지상에서 느린 속도로 움직일 때에는 랜딩기어의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로 바뀐답니다.
참, 항공기는 후진을 할 수 있을까요? 지상에서도 바퀴에 직접 동력이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엔진 분사로 움직이기 때문에 후진은 불가능하답니다. 그래서 이글루(항공기 쉼터)에 들어갈 때에는 항공기 견인 차량이 도와주어야 합니다.
|
△ 후진은 불가능! 항공기 견인 차량이 필요하다. |
항공기 바퀴에도 브레이크는 달려 있나요?
△ 전투기에도 ABS 장치가 달려 있다. |
당연히 항공기 랜딩기어에도 브레이크가 달려 있습니다. 적절하게 속도를 줄여야 착륙하다가 활주로를 벗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자동차의 브레이크와 비슷한 항공기의 브레이크는 착륙 직후의 빠른 속도(시속 108KM 이상)에서는 방향을 바꾸는 역할도 합니다. 가령 왼쪽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면 왼쪽으로 약간 방향을 트는 것이죠. 이러한 브레이크는 자동차보다는 더욱 마찰력도 크고, 견고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또한 F-16과 같은 최신 전투기에서는 세게 밟는다고 해도 완전히 회전이 멈추는 일은 없도록 ABS(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제어해서 부드럽게 감속하는 시스템)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바퀴가 돌아가지 않고 미끄러지면 더욱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죠.
브레이크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 공기 저항을 이용한 브레이크인 '드래그슈트' |
항공기에는 이밖에도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이 많습니다. 워낙 빠른 속도이다 보니 랜딩기어에 있는 브레이크만으론 감속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F-16의 경우 착륙과정에서 꼬리날개에 펼쳐지는 스피드 브레이크가 공기의 저항을 이용해 속도를 줄입니다.
또 많은 전투기들이 역시 공기의 저항을 이용해 감속하기 위해 드래그슈트를 이용합니다.
△ 착륙시 효과적인 감속장치인 스피드 브레이크(화살표 부분). |
△ 수송기 프로펠러도 브레이크 역할. |
프로펠러가 있는 수송기의 경우에는 프로펠러를 역회전해서 속도를 감소시키기도 합니다. 그 외에 활주로에도 ‘브레이크’가 있습니다. 비상시, 전투기는 뒷쪽에 장착된 후크를 내려 활주로에 설치된 후크 인게이지먼트에 걸어서 정지하기도 합니다.
△ 후크 인게이지먼트로 걸어서 세우기도 한다. |
만약 바퀴가 고장난다면?
랜딩기어가 고장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말 그대로 비상상황. 액션 영화에서는 동체착륙이 심심찮게 등장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랜딩기어 정비 및 점검에 최선을 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 하지만 동체착륙은 성공이 쉽지 않은 ‘모험’에 가깝습니다. 조종사는 무사하더라도 항공기는 크게 파손되기 마련이죠. F-16과 같은 전투기의 경우 연료통이 달려 있으면 이것을 쿠션 삼아(물론 무척 딱딱한 쿠션이지만) 착륙하게 됩니다. 물론 만약 연료가 남아 있다면 화재를 막기 위해 미리 비워버립니다.
◆ 취재 : 공군본부 박진석 중위 /촬영 : 공군본부 표승진 대위 ◆ 도움 : 제19전투비행단, 제5전술공수비행단, 제15혼성비행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