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군산에 국제선 뜨면 무안공항도 함께 죽어"
전북 "공공기관 빼앗더니만 공항까지 왜 발목잡나"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놓고 영남권에서 벌어졌던 지역 갈등이 호남권으로 옮아붙었다. 정부가 새만금 개발을 위해 전북 군산공항에 국제선 취항을 허용하기로 하자 즉각 광주·전남지역이 "그러면 전남 무안공항이 죽게 된다"며 제동을 걸고 나왔다. 이에 전북이 "왜 국가 백년대계가 걸린 남의 지역 사업에 발목을 잡느냐"며 맞받아치면서 '서남권 공항 갈등'이 커지고 있다.◆지사·시장이 앞장서 격돌
지난 23일 강운태 광주광역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는 '무안공항 활성화를 저해하는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 반대 공동건의문'을 국토해양부에 보냈다. 강 시장과 박 지사는 "군산공항의 국제선 취항 검토는 우리 지역민(전남)에 엄청난 충격"이라며 "무안공항에서 불과 100㎞도 안 되는 군산공항에 국제선을 허용하면 군산공항과 무안공항이 함께 침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정헌율 전북도 행정부지사는 다음날 기자회견을 갖고 "무안공항은 건설 당시부터 적자가 예견됐으며, 새만금을 동북아 경제 중심지로 육성하는 데 필요한 군산공항 국제선 취향과는 지향점 자체가 다르다"고 반발했다.
지역 정치권도 전북과 광주·전남으로 쪼개졌다. 24일 민주당 광주시당은 "군산공항 국제선 취항은 항공 수요 분산에 따른 지방 공항의 침체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국가가 조장하는 것으로 서남권 지방 공항은 공멸하게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다음날 민주당 전북도당은 "이미 (호남권에서) 국가기관의 87%가 광주·전남에 집중되고, 크고 작은 기업의 사무소가 광주와 인접 시·군에 몰린 현실을 감안하면 전북 경제 회생(回生)을 위한 노력에 광주·전남이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회도 지역 따라 쫙 갈려
호남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무안이 지역구인 이윤석 의원(전남 무안·신안)은 통화에서 "무안공항은 애당초 국제공항으로 출범했는데도 정기(定期) 국제선은 전무하고 여행사들이 상품으로 띄우는 부정기 노선만 있다"며 군산에 국제선이 들어가면 무안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광주공항에서 국제선을 분리해 설립한 무안공항은 개항 첫해인 2007년 12억원, 2008년 71억원, 2009년 68억원 등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그 여파로 광주공항도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상황이다. 전남도당 위원장인 민주당 이낙연 사무총장은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총장직에 있어 말할 수 없다"며 우회적으로 불편한 생각을 드러냈다.
반면 군산이 지역구인 강봉균 의원은 "군산과 무안공항 이용객이 중복된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장차 새만금은 인구 40만~70만명의 동북아 허브로 육성될 텐데 '무안공항이 있으니 군산공항에 국제선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안 맞다"고 했다. 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인 김춘진 의원도 "최근 전북 내 공공기관들이 광주·전남으로 통폐합되는 일이 잦아져 전북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군산공항 문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운 모습이었다. 박지원 원내대표(전남 목포)는 "동남권 공항도 말썽이 많았는데 (군산공항에 대해) 정부가 지금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어느 쪽 입장에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구체적인 내용을 몰라 얘기하기가 그렇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