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 응심 약속 지킨 67세 이원식 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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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루기 심사를 받고 있는 이원식 옹(오른쪽) |
지난 5일 포항실내체육관에서 실시된 경북지역의 제4차 승단심사에서는 태권도 수련을 통하여 위암을 극복하고 건강을 되찾은 이원식 옹(67세)이 지난해 1단 심사에 이어 올해 다시 2단 승단 심사에 응해 눈길을 끌었다.
이옹은 위암으로 대구에서의 30년간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청송에 정착, 자연을 벗 삼아 약초를 캐고 손수 기른 콩으로 된장을 만들다가 뒤늦게 태권도에 입문, 지난 연말 1단 심사를 통과해 화제를 모았었다.
이날 이원식 옹의 2단 겨루기와 품새 심사를 담당했던 천병태 관장은??기본동작을 잘 배운 것 같다. 오히려 나이어린 수련생들보다 품새 동작의 이음새 부분이 더 자연스러웠다. 나이가 들면 하체 근력이 약해지는데 이옹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당한 근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평했다.
이옹은 2단 응심 소감을 묻자 ??이제 태권도와 섹스폰은 위암을 극복한 후 덤으로 얻은 내 여생의 동반자다. 칠순을 앞둔 지금에서야 세상 일의 옳고 그름을 어느 정도 알게 된 것 같다. 젊은 시절 공무원 사회에서 최고가 되고자 수많은 시간들을 마치 전투 치르는 군인처럼 치열하게 보냈던 게 지금 돌이켜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 이 세상과 이별할 때 이름은 남지 않더라도 가는 길 뒤편에서 함께 살아온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은 당하지 않도록 허망한 욕심 모두 버리고, 가진 것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베풀고, 나 자신을 비우고, 젊은이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양보하고, 같은 삶을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덕을 쌓으며 늙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5년 전 암 진단을 받고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지리산 등 수많은 산을 찾아다니며 약초를 캐고 등산을 했는데 그 후 태권도도 배우고 섹스폰도 불어 생명을 연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그 중에서 어떤 것이 위암을 이기는 확실한 계기가 되었는지 의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태권도를 통해 규칙적으로 정신과 육체를 단련한 것이 암 극복의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옹은 또 자신이 들여다본 태권도 도장의 환경에 대해서도 인생 경험을 들어 의견을 피력했다. “내가 수련하고 있는 문무체육관을 지켜보면서 태권도 도장들이 불경기로 인해 운영에 어려움이 많고 지도자들도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육체적인 고달픔은 어쩔 수 없지만 정신적인 부분만큼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지도자로서의 철학과 소신을 잊지 말고 항상 긍적적인 사고와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을 하면 그 만큼 어려움을 극복하기도 쉬울 것이다.”
그는 “관장들도 태권도 수련 외에 취미생활도 하고 정신 건강을 지켜 가면 다음 기회의 성공을 기약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언해 주었다.
정신지체 최진형 군, 1품 심사 거뜬
지난 5일 포항실내체육관 승품단 심사장에서는 정신지체의 장애를 앓고 있는 최진형 (15)군이 1품 심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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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체장애를 딛고 1품 심사를 받은 최진형 군(가운데) | 응해 품새와 겨루기 심사를 무사히 마치고 퇴장, 심사장의 모든 임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래 아이들보다 정신적인 발달이 늦어 마음고생이 컸던 최진형 군의 어머니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들의 손을 잡고 집 근처에 있던 시민체육관(관장 김광수)을 찾았다. 어머니는 “당당하고 자심감이 넘치는 아이로 꼭 키우고 싶습니다. 진형이를 다른 수련생들과 동등한 대우와 수련 방법으로 지도해 주길 바랍니다. 몇 년이 지나도 좋으니 꼭 태권도 1품만은 딸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김광수 관장은 ??처음 흰 띠를 매고 1년 동안은 체육관에서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척 많은 신경을 섰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 운동을 하는데 신체는 정상적이지만 정신적으로 발달이 늦어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 당하기 일쑤였지요. 휴식시간에는 유치원 동생들과 자주 다투어 늘 진형이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잦은 다툼으로 다른 학부형들에게서 항의성 전화도 자주 받았지만 어머니의 간절한 심정을 잊을 수 없었단다. 김 관장이 인내심을 갖고 지도해 진형 군은 빨간 띠를 2년 동안 매면서 차츰 태권도 수련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심사에서도 주변 아이들의 시선을 의식 않고 실수 없이 당당하게 태극8장과 태극6장, 겨루기까지 정상적인 아이들처럼 무난히 소화해 냈다. 김 관장은 그런 진형이가 너무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심사를 마친 진형 군은 “만약 이번에 1품에 합격한다면 어머니와 가족들이 너무 기쁘게 반겨줄 것”이라며 “내년에는 검은띠(2품)에도 꼭 합격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북 올 4차 승품단 심사 실시
2010년을 결산하는 경북 지역 승품단 심사가 지난 5일 4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상주, 영천, 선산, 포항 등 4개 장소에서 분산, 실시되었다. 특히 이번 심사에서는 구제역 발생으로 안동시의회가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정부에 요청한 가운데 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안동, 청송, 봉화 지역 응심자 339명의 경우 각 지역 소재 일선 태권도장으로 심사위원들이 직접 찾아가 심사하는 방문심사를 실시해 화제가 됐다. <경북=장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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