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통나무를 아세요?
옛날 임금님도 치통은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조선왕조실록에 광해군光海君이 치통을 앓았던 기록이 있습니다. 영의정 한음漢陰 이덕형李德馨이 광해군에게 문안인사를 하는 중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여러 부위의 열이 위에 모여들어 치통이 생겨난 것입니다.” “무릇 위에서 생겨난 병은 침으로 쉽사리 효험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마음을 맑게 하고 생각을 줄여서 일을 처리함에 있어 잘 조절하여야 상하가 서로 통해 열이 흩어질 것입니다.”
치통 때문에 광해군은 어의御醫 허준에게 침을 맞고 있었습니다만 치료는커녕 쉽게 통증도 가시지 않았겠지요.
또 오성鰲城으로 잘 알려진 좌의정 필운弼雲 이항복李恒福이 광해군에게 “치통 증세는 어떠하십니까?”라고 묻자 광해군은 이렇게 답합니다.
“잇몸의 좌우가 모두 부은 기운이 있는데 왼쪽이 더욱 심하오. 한 군데만이 아니라 여기저기 곪는 것처럼 아프고 물을 마시면 산초山椒맛이 나는구료.”
운향蕓香과에 속하는 산초나무라는 잔잔한 잎의 갈잎 키 작은 나무를 아시는지요?
옛날부터 사람들은 가시 많은 나무가 귀신을 쫓는다고 믿었습니다. 산초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산초나무는 진한 향기까지 있으니 귀신이 무서워 할 만하지요. 그래서 집 대문 앞에 심기도 했고 노인들은 산초나무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또 산초나무는 작지만 많은 열매를 달고 있어 아기를 많이 낳는다는 다산多産의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 한나라에서는 황후의 방을 산초나무의 이름을 따서 초방椒房이라 불렀고, 벽에 산초나무를 발랐는데 이는 나쁘고 고약한 기운을 없애고 아기를 쉽게 갖는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산초나무와 형제지간인 초피나무 열매는 어른들이 좋아하는 추어탕이나 매운탕에 넣는 향신료로 이용합니다. 중국 사천지방의 요리가 매우 맵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셨는지요? 사천요리에는 매운 고춧가루 뿐 아니라 산초 열매를 많이 넣습니다. 매울 뿐 아니라 마취된 것 같이 입안이 얼얼해진답니다.
사실 산초나무나 초피나무의 매운맛을 내는 '산시올sanshol' 이란 성분은 마취 작용과 살충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민간요법으로 치통이 있을 때 산초열매 껍질을 씹어 통증을 감소시킵니다. 서양에서도 이 방법이 사용되는지 이 나무의 영어 이름이 'toothache tree' 즉 치통나무입니다.
입안이 심하게 아프면 광해군의 표현같이 마치 산초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맛의 산초 열매로 통증을 없애는 약제로 쓸 수 있다니 참 묘하지요?
이 아픈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시지요? 현대인들은 치통의 원인을 옛날 임금보다 더 잘 알고 더 잘 치료 받을 수 있어서 행복한건가요? 실제로 충치(痋齒)가 무엇인지, 어떻게 생기는지,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고 계신가요?
우리의 치아는 단단한 석회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치아의 구성물질인 인산칼슘은 산酸에 약합니다. 산도 pH가 5.5 이하로 떨어지면 용해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치아표면이 산에 녹은 것이 바로 충치입니다.
그래서 충치를 치아우식병齒牙齲蝕病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충치로 쓰려면 벌레 충蟲자를 쓰지 않고 병 충痋자를 써야 맞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입안의 산도pH가 떨어지지 않으면 충치는 절대로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면 입안의 산도는 왜 떨어질까요? 그것은 입안에 살고 있는 스트렙토코카스 뮤탄스Streptococcas-Mutans라는 충치균이 입안에 남아있는 음식찌꺼기를 발효시키고 그 부산물로 산을 발생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음식물을 씹을 때 분비되는 침이 낮아진 입안의 산도를 다시 중화시키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산이 발생하더라도 바로 바로 중화되어 치아 표면을 보호합니다. 그러나 늘 음식물 찌꺼기가 치아 표면에 남아있는 경우나 달콤한 주전부리를 자주하는 경우 충치가 더 잘생기겠지요? 특히 이 충치균은 설탕을 좋아해서 산을 많이 발생시킬 뿐 아니라 글루칸glucan이라는 끈적끈적한 물질을 만들어 음식물찌꺼기를 치아 표면에 잘 붙게 하고 이곳을 온상 삼아 마구 자손을 퍼뜨립니다. 이게 설탕이 치아의 적敵인 이유입니다.
충치가 잘 생기는 사람이 따로 있을까요? 그럼요. 있습니다.
붓처럼 부드러운 칫솔로 이를 닦는 사람, 칫솔질을 아무리 가르쳐도 엉터리로 하는 사람, 침이 잘 안 나와 입이 마르는 사람, 입으로 숨 쉬는 사람, 침이 유난히 끈끈한 사람, 충치가 잘 생길 음식만 골라 먹는 사람, 늘 주전부리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 등은 충치가 잘 생긴답니다.
이제 충치가 어떻게 생기는지 아셨으니까 예방은 쉽지요? 입안의 산도pH가 떨어지지 않으면 충치는 절대로 생기지 않습니다.
충치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 중 섬유소가 많고 신선한 좋은 음식, 올바른 이 닦기를 할 빳빳한 칫솔, 치면 열구전색裂溝塡塞이라는 실란트, 치아 표면을 튼튼하게 해 주는 불소, 그리고 자일리톨을 충치 예방 5형제라 부릅니다.
음식이나 칫솔의 중요성은 아실테고...... 실란트(sealant) 라는 것은 치아 씹는 면의 깊은 강을 메워 충치가 생길 소지를 없애 주는 것이구요. 불소는 치아 표면을 튼튼하게 만들어 산에 저항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치아에 갑옷을 입혀 주는 것이지요.
자일리톨은 그 기능이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충치균이 자일리톨을 설탕으로 착각하고 먹습니다. 그러나 분해하지 못하고 그냥 뱉어냅니다. 그리고는 다시 설탕으로 착각하고 또 먹습니다. 그리고 뱉어내고...... 이렇게 무익순환無益循環을 거듭하다가 에너지를 소비하고 퇴축됩니다. 연구에 의하면 한 달 가량 자일리톨을 섭취하면 충치균이 변이를 일으켜 설탕을 먹고도 분해하지 못해 산 생성이 현격히 줄어든다고 합니다. 자일리톨은 한마디로 충치균을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무기지요.
또 하나 자일리톨의 중요한 작용이 있습니다. 여름에 마당에 물을 뿌리면 물이 증발하면서 주위의 열을 빼앗아 시원해지지요. 자일리톨은 녹는 온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녹으면서 입안을 시원하게 하는 청량감으로 침의 분비를 촉진시킵니다. 이렇게 많이 나온 침이 식후 구강내의 산도를 중화시키고 치아표면의 재석회화를 촉진하는 것입니다.
늘 맛있는 음식을 씹을 수 있는 것도 큰 행복이랍니다.
충치로 이가 아파 치통나무를 찾는 일이 없도록 충치예방 잘 하십시다.
----------------------------------------------------------------
올바른 잇솔법 십훈 **
하나, 먹기 전에 손 닦고 먹고 나서 이 닦자!
그리고 잠자기 전에는 반드시 이를 닦아야 합니다.
둘, 하루에 몇 번 닦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한번 닦을 때 철저하게 닦아야 합니다.
셋, 칫솔은 빳빳한 것이 좋습니다.
넷, 치약은 부드러운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불소가 든 것을 고르십시오.
다섯, 안쪽을 먼저 바깥쪽은 나중에 닦으십시오.
여섯, 도매금으로 닦지 말고 치아 하나하나 닦으십시오.
일곱, 습관적으로 닦는 곳만 계속 닦는 편애(偏愛)는 금물입니다.
여덟, 각 치아 각 면당(面當) 열 번씩 헤아리면서 닦아야 합니다.
아홉, 앞뒤로 톱질하듯 닦는 습관은 이를 망가뜨리는 짓입니다.
윗니는 위에서 아래로 아랫니는 아래에서 위로 손목을 돌려 칫솔의
탄력을 이용하여 털어 내듯 닦으십시오.
열, 거울에 이와 잇몸을 자주 비춰 보아야 합니다.
---------------------------------------------------------
송학선치과의원
137-070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603-67
Tel 02-581-7575 Fax 02-3487-7513
www.3beans.kr 세/알/콩/깍/지/
hotsuns@freechal.com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 역 2번 출구 앞
첫댓글 이영환 총무께서 원고를 달라기에.... 보내고 여기도 올립니다.....
오랫만이다 .자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