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평호가 가로지르는 경기도 가평은 정·재계 인사들과 연예인들의 주택과 별장이 대거 밀집해 있다. 부동산경기가 길고 긴 침체기에 빠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곳의 부동산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대체 가평에는 누가 살고 있고, 그들이 이곳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 현장을 찾아가봤다.
영화배우 심혜진
초호화 럭셔리 별장의 주인공
탤런트 심혜진과 남편 한성구 부부의 대저택은 가평 호화 저택의 랜드마크 같은 곳이다. 9900㎡(3,000평)에 이르는 부지에는 3층 규모의 주거동과 별도의 게스트하우스 건물이 있다. 주거동 앞에는 통유리로 만들어진 피트니스실과 음악카페가 있는 건물이 있는데, 당장이라도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드럼과 기타가 준비돼 있다. 분위기도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다. 마당에는 파라솔 테이블이 있어 부부가 오붓한 휴식을 즐기기에 제격인 듯했다. 금실 좋은 심혜진 부부는 실제로 저택 주변에서 함께 산책을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식당 주인은 “심혜진 씨가 연예인답지 않게 참 소탈한 면이 많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남편이랑 시어머니랑 자주 왔어요. 싹싹한 성격이라 내가 김장할 때가 다 됐다니까 자기가 돼지고기를 삶아오겠다는 농담도 하더라고요. 신랑도 인물이 좋고 키도 훤칠한데 가끔 지인들이랑 찾아오곤 합니다.”
2007년 남편 한씨가 부지를 매입할 당시만 해도 3.3㎡당 50~60만 원 선이던 이곳은 현재 가격 추산이 힘들 정도로 가치가 올랐다. 현재 청평호 주변 땅값은 3.3㎡당 250만 원에 거래되고 있어 건물을 제외한 대지 가격만 해도 150억 원을 호가한다.
상당한 재력의 소유자로 알려진 심혜진 부부는 오는 9월 분양을 앞둔 ‘리조트 빌라 32’의 사장이기도 하다. 남편 한상구 씨는 우림산업 한길수 전 대표의 아들로 수천억 원대 부동산을 소유한 자산가이며, 젊은 시절 유능한 M&A 전문가로 이름을 떨쳤고 직접 부동산개발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이 같은 경력을 살려 이번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지 규모만 9만 9천여㎡(3만 평)에 달하는 이곳은 입구에서부터 건물까지 상당한 거리가 있다. 분양가는 평당 1,500만 원에서 1,700만 원 선으로 단층 일반형 529㎡(160평)가 27억 원, 복층 펜트하우스 767㎡(232평)가 35억 원 정도다. 단지 내부에는 선탠 보드, 방갈로 등의 시설이 완비되어 있고, 야외 수영장을 비롯해 각종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세대별 선착장, 벙커 연습장, 파티장, 당구장, 도서관 등의 레포츠 휴양시설도 갖춰져 있다.
SK 故 최종현 회장의 일가친척 소유의 별장
소나무로 둘러싼 시크릿 가든
도로변에서 한참 아래쪽에 떨어져 있는 이 별장은 무성한 숲에 가려 건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 숨겨져 있었다. 심지어 강가에서 별장 정면을 바라볼 때도, 빽빽한 소나무만 보일 뿐이었다. 들리는 풍문에 의하면 이곳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 일가에서 소유했던 곳으로. 별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소나무 가격만도 20~30억 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도로변에서 모노레일을 타야만 접근할 수 있을 정도로 외부 노출을 극도로 피한 구조인지라, 도로변에서는 별장 앞마당만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야외 수영장이 있는 듯했는데, 지하에는 실내 수영장과 바까지 마련돼 있다고 한다.
근처 식당 주인은 “그 집은 SK 故 최종현 회장의 일가친척 소유의 별장으로 알고 있다”며 “가끔 그 집에서 배달 주문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항상 문 앞까지만 배달했기 때문에 직접 들어가본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별장이 SK케미칼 최윤원 부회장의 집이라는 주장이 있어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지 불분명한 상태다. 한편 SK케미칼 최윤원 부회장은 과거 불법으로 형질을 변경해 만든 호반별장 잔디밭과 정자 등을 원상복구시키라는 계고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일가 딸이 거주하는
전원주택단지 골든네이처 빌리지
설악 IC를 타고 가평에 진입해 북면 목동리로 차를 몰면 골든네이처 빌리지에 다다른다. 최근 롯데 일가의 딸이 구입했다고 알려진 전원주택단지다. 기자가 취재차량을 몰고 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감시카메라를 보고 나타난 관리인이 사진기자를 저지했다. 그는 기자의 완곡한 부탁에 마지못해 한두 컷의 촬영만을 허락했다.
그리고 “롯데의 그 분(?)이 사시는 곳은 찍지 말라”고 거듭 당부했다. 아직까지 기자들이 방문한 적은 없었지만,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거주자 측으로부터 신신당부를 받은 듯했다. 관리인의 말에서 현재 롯데 일가의 누군가가 거주 중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정·재계 인사 혹은 연예인 중 이 전원주택단지를 다녀간 사람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정·재계 인사의 문의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내년 1월쯤에는 누가 살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때 다시 찾아오라”며 취재차량을 황급히 돌려보냈다. 그의 말은 현재 골든네이처 빌리지를 세컨드하우스로 관심 있게 지켜보는 유명 인사의 수가 적지 않음을 암시했다.
골든네이처 빌리지는 총 2만㎡ 용지, 필지당 면적 500㎡, 평당 분양가 75만 원에 거래 중이다. 용지 앞에 넓은 강이 흐르며 즉시 입주 가능한 집은 2억 원대에 공급되고 있다.
영화배우 이미숙 전 남편, 외과의 홍성호 박사
리모델링 진행 중인 2층 건물
애경그룹 소유의 AK리조트로 향하던 중, 기자는 영화배우 이미숙이 이혼 전에 남편 홍성호 박사와 살았던 2층짜리 건물을 발견했다. 현재 그곳은 공사가 진행 중이다. 건물은 텅 비어 있고 회색 외벽만 썰렁하게 남아 있었다. 바로 옆 펜션의 주인과 전화로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는 “두 사람이 별거하고 이혼한 게 10년도 더 전이다. 이미숙 씨는 본 적이 없다. 현재 남편 홍성호 씨가 그 건물을 리모델링 중인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외과의사 홍성호 박사는 1987년 영화배우 이미숙과 결혼했고 2001년부터 별거에 들어가 지난 2007년 공식적으로 이혼을 발표했다. 둘 사이에는 아들과 딸이 한 명씩 있으며 둘 모두 미국으로 유학을 보낸 상태다. 지난 7월 8일, 한 아침프로에 출연한 홍성호 박사는 휴대폰 메인화면에 저장해놓은 아들(24)과 딸(20)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두 자녀 모두 훈훈한 외모를 자랑했다. 유학 중인 아들은 군 입대를 위해 얼마 전 귀국해 있다.
GS 칼텍스
최고급 시설을 갖춘 연수원
GS 소유의 건물은 연수원 및 연구시설로 쓰인다고 한다. 인근 주민들은 이곳이 ‘허동수(GS칼텍스), 허창수(GS그룹) 회장의 공동소유라고 알고 있었다. 3만 3천㎡ 규모에 세워진 이곳은 리조트형 숙소와 야외 수영장을 갖췄으며 어린아이들이 이용할 만한 소규모 워터파크도 꾸며져 있었다. 최근 1만 6천5백㎡(5,000평)를 추가로 매입해 운동장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규모나 시설이 더욱 확충될 전망이다. GS칼텍스뿐 아니라 주변에는 STX, 애경 등의 연수원도 들어서 있다.
가평군은 수도권에서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는 데다, 관광명소로 크게 조망되지 않아 아직까지 비교적 한적한 분위기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청평호반 주변에 연수원이나 리조트를 계획하는 경향이 많다. 현재 가평은 경춘선 복선화 사업과 경춘고속도로 개통을 앞두고 전원주택 건설 붐과 투기바람이 불고 있었다. 특히 출퇴근이 가능해진 거리로 좁혀지면서 상주를 목적으로 전원형 주택을 꿈꾸는 사람들도 늘고 있어 토지가격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한화
꼭꼭 숨겨진 별장, 선착장은 기본
경기도 가평군 고성리 청평호반이 바로 보는 곳에 위치한 한화그룹의 별장은 차로는 외관조차 볼 수 없을 만큼 도로변 아래에 꽁꽁 숨겨져 있다. 주변의 한 슈퍼 주인은 “이 주변에 억대 차량을 끌고 다니는 사람은 매우 많다.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어 “(한화그룹 일가 혹은 회장이)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어서 가끔 치러 온다”고 했다.
또 다른 인근 주인은 “한화그룹 관리인이 여기 사람”이라며 “(한화그룹 일가 혹은 회장이) 밤에만 오간다. 산다는 것은 알지만 도통 본 적은 없다”고 했다. 한화뿐 아니라 별장을 소유하고 있는 주변의 또 다른 대기업, SK, 동양에서는 “동네에 행사가 열리면 찬조금 같은 걸 내기도 한다”고 했다
영화배우 박해일
시골길 내다보이는 한적한 타운하우스
건설업체 케이비디앤씨가 분양 중인 가평군 설악면 타운하우스 ‘발트하임’에 박해일이 거주 중이라는 소식을 접수했다. 지난 18일 종영한 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의 촬영지로 사용된 곳이다. 관리실에 물어보니 여직원이 “가평에 발트하임 타운하우스가 총 네 군데에 있다. 박해일은 연하리 쪽에 거주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해일이 산다는 곳은 청평호를 바라보는 가평읍 중심에서 다소 떨어진 상면에 위치했다. 논두렁을 끼고 한참을 들어가자 고지대에 발트하임 몇 채가 눈에 들어왔다. 사방으로 둘러싸인 산, 맑은 공기, 외부인의 출입이 드문 한적한 위치가 가장 큰 장점이었다. 발트하임 분양 사무실 사장은 “박해일이 거주 중인 건 맞다”고 확인해주었다.
에스콰이어 한도정 부회장
배산임수 지형의 세련된 별장
지난 1998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바 있는 에스콰이어 한도정 부회장의 별장은 소문대로 호화로웠다. 설악면 사룡리 청평호 바로 앞에 위치한 별장은 대문 앞까지 차를 타고 들어가 보았을 때보다 배를 타고 전경을 목격했을 때 더욱 감탄사가 나왔다. 이곳은 2002년 지병으로 별세한 고 이인표 명예회장의 부인 한도정 씨의 소유로 알려져 있다. 현재 에스콰이어의 회장은 고인의 차남인 이범 씨다.
별장 바로 앞에는 관리인 부부가 사는 작은 집이 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사모님(큰며느리)이 1주일에 한 번 꼴로 방문하신다. 사모님과 영부인이 친분이 있다. 영부인께서 방문한 적도 있다”고 했다.
관리인의 집은 에스콰이어 별장 바로 앞에 있음에도 강을 바로 끼고 있지 않아 평당 시가가 훨씬 떨어진다. 강가 조망권을 획득한 에스콰이어 별장과 그 부근의 땅은 평당 시가 2백50만 원대로 알려져 있다.
가수 비, 매매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 땅은 어디?
가평을 샅샅이 뒤지면서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던 연예인은 가수 비(정지훈)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가수 비가 매입했다는 땅은 에스콰이어 별장 바로 옆이다. 기자가 직접 찾은 그곳은 컨테이너 박스만 4~5채 있고 어떤 건물도 세워지지 않은 공터였다. 다만, 강가를 끼고 있어 조망권이 매우 좋고, 꽤 넓은 평수의 부지였다는 점은 확실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말은 같으면서도 달랐다. “비가 땅을 샀다”부터 “비가 2년 전부터 샀다는 말은 있지만 여전히 공터다”, “비가 알아보는 중이라는 땅이다”까지, 어느 것 하나 확실한 정보가 없었다. 그러던 중 다행스럽게도 비가 샀다고 알려진 곳, 사룡리에서 줄곧 살아왔다는 부동산업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향이 안 좋아 계획을 바꾸는 중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며, “천억 대 부자가 매매를 고려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게 비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비가 산 땅이라는 소문이 도는 그곳은 현재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빈 땅이다.
/ 여성조선
취재 김가영, 장혜정 기자 | 사진 신승희, 이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