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정향심
데오 그라시스
- 그 바다의 비망록
시 / 화림 이 세종
1.
그녀는 내게 바다로 왔다
먼 거리를 슬픈 뼈마디 뚝뚝 부러지는 소리로 와서
하얀 거품이 이는 부르튼 발을 내밀었다
새벽처럼 어둠과 어둠 사이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수평선으로 하늘과 바다를 갈라 세우고
조금 차가운 시간은 모래 속에 묻었다
이름이 없는 새벽에 맺힌 응어리는 붉은,
아주 붉은 커다란 눈물 한 방울로 뜻밖의 무게를 흘렸다
밤새 먹빛 경계를 무너뜨리며 획을 그으며 번져온다
아니, 차고 오른다
그 먼 길 깊은 상처로 온 흔적
이미 깊은 절망에 대한 면역으로 다가온다
목말라 지워지는 발자국처럼.
2.
그녀는 내게 바다로 왔다
생의 한 가운데서 한 번쯤은 끓어
뜨겁게 달아오르다가 조금씩,
조금씩 차가와지면서 뼛속에 새겨지며 시간으로 빚어진 것들
한 노인이 끌고 가는 소멸의 고리라는 바퀴가 달린 수레에 실려
하늘로 오른다
마치 구원(救援)이 없는 듯 빛으로 번져
버려진 닻에 걸려 찢어진 그물처럼 가난한 풍경을 채웠다
해와 달을 번갈아 매달아도 가슴에 매달은 너만큼 뜨거울까
데오 그라시스,
데오 그라시스
그녀는 또 다시 내게 바다로 밀려온다.
*데오 그라시스(Deo Gratias):라틴어로 ‘주님 감사합니다’,‘사랑합니다’,‘축복합니다’의 의미
첫댓글 그림과 시가 잘 어우리는 작품... 감사드립니다. 유쾌한 마무리 5월 비옵니다~~~!!!^^*
수작입니다 ^^*
한 곳과 다른 한 곳을 오가는 '그녀'라는 외로운 영혼에 대한 통절한 연민을 읽습니다
데오 그라시스 이렇게 부르는 애절한 마음도 읽습니다
뜨겁게 끓어 오르던 사랑의 피가 차겁게 식어가던 날의 아픔이
또 다시 파도가 되어 썰물로 밀려 오는 사랑의 미토스
먹먹한 의미로 가슴에 남습니다
사랑과 이별을 구체체적으로 명시 하지 않고도 통찰하게 하는
시의 은유적 수사가 아주 돋보이는 좋은시 읽어 봅니다
고맙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마음을 덥힐 수 있기를 ..
네에~~~ 손소운선생님.^^& 졸시를 읽어봐주신 것만해도 영광입니다.^^* 더욱 분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신 날들 되소서.^^*
감성이 묻어납니다.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