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세상에서는 모든 물이 얼음으로 변해가던 그날 밤.
메밀묵사발을 만들어서 독서를 즐겼다.
따끈한 방에 앉아 먹는 그 맛이란.
겨울밤에만 만끽할 수 있는 맛의 묘미다.
메밀묵의 맛은 이렇게 계절의 맛이 더해져야 살아나나 보다.
바깥세상이 추우면 추울수록 입에 달라붙으니 말이다.
메밀묵을 시장에서 사왔다.
한모에 3천원.
아쉽게도 동치미가 없다.
할 수 있는가? 있는 재료를 가지고 맛을 내는 수밖에.
여기서 소개하는 메밀묵사발은 맛객의 임의대로 만든 것일 뿐이다.
정석은 아니니 참고만 했으면 한다.
아니, 여러분이 알고 있는 비법이 있다면 알려주시라. 고맙게 생각하겠다.
[맛객표 메밀묵사발 만드는 법]
1. 멸치를 듬뿍 넣고 육수를 뽑았다.
그런 후 냄비 째 밖에다 내 놓았더니 30여분 만에 살 얼음이 낄 정도 로 동장군의 기세가 매섭기만 하다.
2. 잘 익은 김장김치를 소를 털어내고 찬물에 살짝 행궈 채를 썰었다.
여기에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고 무쳤다.
시골에서 가져온 국산 참깨여서 그런지 향이 참 구수하다.
3. 팬에 기름을 두루고 채썬 김에 소금을 뿌려 볶았다.
조금 넉넉하게 만들어서 메밀묵사발에 고명으로 쓰고 남는 건 밥반찬으로 먹어도 된다.
4. 육수에 채를 받쳐놓고 김치 국물을 소량 따랐다.
식소와 설탕을 약간 첨가했다.
2배식초는 약간만 가미해도 신맛이 세니 주의해서 아주 약간만 따라야 한다.
5. 메밀묵을 새끼손가락 굵기로 채 썰어 대접에 넣고 2와 4를 넣었다.
마지막으로 볶은 김을 고명으로 올렸다(메밀과 무는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이다.
메밀에는 소량의 독성이 있는데 무가 중화시켜줄 뿐 아니라 소화력도 높여 준다.
그런 까닭으로 동치미국물에 메밀면을 말아먹는 것이다).
메밀묵사발 한 그릇을 먹고 났더니 몸이 으슬으슬 추워진다.
정신이 바짝 날 수밖에 없다.
겨울밤 독서하는데 졸음이 방해가 된다면 메밀묵사발이 특효약일 듯 싶다.
메밀묵사발을 보니깐
장모님이 도토리묵을 직접 만들어서
묵을 칼로 툭툭 잘라서 멸치육수에 신김치잘라서
약념장하고 주셨는데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묵자체의 독특한 맛과 김치와 육수의 어우려진 맛이
대접을 입에 대고 훌훌 마셨는데
특유의 도토리묵맛이 한 두어시간 떠나질않았습니다.
점심을 방금 먹었는데 다시금 배가 고파지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