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호] 독일에서는 할머니를 조심(사회보장의 빛과 그림자) 2004.11.25 03:50

독일은 세계적으로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기로 유명하다.
일찍이 1880년대에 포괄적인 사회보장법을 마련하기 시작하였고. 사회보장 구조가 견고하고 정교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보다 산업적인 상관관계가 원활하다. 현재국민총생산의 1/3 이상이 사회보장 혜택으로 돌려지고 있는 독일에서 사회시장경제는 경제활동에 기여할 수 없는 모든 집단을 보호하는 기능을 해왔다.
사회보장제도에는 모든 아동에게 지불되는 아동수당, 주거수당, 극빈자에게 주는 추가수당, 전쟁희생자에게 주는 보상금, 출산 후 3년까지의 부모수당, 장애인 수당 등도 포함되고 있다.
그러나 이 사회보장시스템이 요즘 위기에 처하고 있다.
출산율의 저하와 평균수명의 연장이 그 직접적인 이유이다.
그러나 아직도 독일인들은 정부에서 잘 해결할 것으로 믿고 있으며 가장 좋은 직장이 연금수령자라고 할 정도로 여전히 사회보장을 선호하고 신뢰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사회보장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에서 해 줄수 없는 부분이 있고 금전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분야가 있다.
한국사람들이 만난 두명의 독일인 할머니 이야기를 통해서 독일사회의 뒷 그림자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
먼저 독일에 정착한지 2달째인 어느 한국인 부부가 만난 독일 할머니 이야기이다.
이 부부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시내에 볼 일이 있어 나갔다가 어느 독일 할머니를 우연히 만났다. 그 할머니는 한국의 2살짜리 꼬마를 너무 좋아하여 이 부부에게 말을 걸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할머니가 두 부부를 자기 집에 초대하게 이르렀다.
그 할머니는 이 도시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정년을 맞이하여 현재는 사회보장 연금을 받으면서 노년을 보내고 있었다. 초대를 받고 혹시 누가 있는지 궁금하여 둘러서 물어보았는데 불행이도 할머니는 혼자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괜히 물어본게 아닌가 정말 미안했다.
할머니의 초대를 받고 다음주 기차를 타고 20분정도 가니 역에서 할머니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할머니는 한국인 부부와 어린 아이를 반갑게 맞이하고는 자기가 잘 아는 커피점이 있다면서 데리고 갔다. 도시 외곽에 있는 가게라 경치가 아주 좋았고 내부시설은 더 멋있었다.
도착하고 차를 주문하였는데, 할머니는 갑자기 한국인 부부에게 무대에 나가 춤을 출 것을 제안했다. 부부에게 춤을 출 기회를 주기 위해서 일부러 이 곳으로 온 것이었다.
춤을 추지 못해 거절을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일부러 만들어준 기회를 매정하게 거절할 수 없어서 당황안 한국인 부부는 애기 핑계를 대며 간신히 위기를 넘겠다.
차를 마시고 할머니 집을 갔는데 할머니 집은 역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하루에 몇번 없는 버스나 택시를 타고 가야 했다. 버스 시간이 많이 남아 택시를 타고 갔다.
할머니 댁에 도착하니 집이 정말 유리같이 깨끗하고 정돈이 잘 되어 있다고 한다.
애기가 뛰어다녀 혹시 집안에 물건을 깨지 않을 까 걱정될 정도였다.
순간 어디서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걱정한 대로 애기가 돌아다니며 유리잔을 하나 깨고 말았다.
애기는 다치지 않고 다른 피해는 없으나 할머니께 너무 미안했다.
집은 크고 아득한데 혼자서 산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자녀들이 있지만 모두 외국에서 살고 간신히 전화연락만 하면서 외롭게 할머니는 혼자 살고 있었다.
혼자 있기에는 너무 큰 집... 경제적으로는 연금을 받으면서 문제가 없지만 정신적으로 상당히 외로움에 시달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 본 외국인이지만 한국인 부부를 초대한 것이었다.
할머니가 계속 말을 붙여 못하는 독일어로 계속 대답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저녁까지 먹고 천천히 쉬다가 가라고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이미 선약이 있어 거절을 하고 바로 나가야 하는데 정말 난감했다.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른 사람과 약속한 시간이 되어 겨우 양해를 구하고 다시 택시를 타고 나오면서 할머니의 외로운 뒷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그 뒤 할머니한테서 몇번 전화가 왔으나 계속 연락하면 좋지 않다는 다른 한국사람들의 충고를 듣고 다른 핑계를 들어 더 이상 만나지 않는다고 한다.
다행이 이 할머니도 전화도 하지 않고...
아마도 다른 외국인을 사귄모양이다.
다음은 내가 잘 아는 어느 선배의 이야기이다.
이 선배는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데 독일교회에 갔다가 우연히 한 할머니를 알게 되었다. 역시 할머니는 혼자 살아서 인지 선배한테 집에도 초대하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친절히 대해주고 음식도 만들어주어 고마운 마음에 주말이면 찾아가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하지만 이 할머니는 혼자 살아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없어 바쁜 주중에도 자주 전화로 연락하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다. 처음에는 독일어도 배울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선배는 박사논문 준비로 시간이 없는데도 너무 자주 전화를 하고 그것도 자기가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선배는 들어주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한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고...
매일 저녁만 되면 전화가 왔다.
전화가 오면 1시간 넘게 통화를 하고.
전화벨소리만 울리면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 되고 말았다.
하루 이틀 지나고 그렇게 한달이 지났다.
이제 친절한 할머니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스토킹 당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집요하게 계속 연락을 했다.
그래서 전화를 받지 않기로 했다.
아니 그랬더니 이 독일 할머니 음식을 만들어서 직접 방으로 찾아온 것이 아닌가?
그러고 또 혼자서 한참을 이야기하고...
그 뒤로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직접 집으로 찾아오는 일이 계속 이어졌다.
스트레스를 한참 받은 이 선배는 결국 할머니 몰래 이사를 가고 잘 다니던 독일 교회도 나가지 않게 되었다.
다행히 그 뒤 보안관리를 잘하여 이제 더 이상 연락은 없다고 한다.
겉으로는 웃으며 아무 걱정 없는 것 같은 독일의 할머니, 할아버지
그러나 웃음 뒤에 숨어 있는 외로움과 허전함은 세계적인 수준의 사회보장제도라 하더라도 채울 수 없는 현대사회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 독일에서는 아파트 내부를 밖에서 자세히 보면 새벽이나 저녁에도 아무 하는 일 없이 할머니들이 아파트에서 창문 밖으로 보면서 무슨 일이 없는지 유심히 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불법으로 주차를 하거나 접촉사고를 내고 모른 척하면 바로 신고를 한다. 신고를 하면 할머니들이 포상금을 받기 때문에 할 일 없는 할머니들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소문이 있다.)
첫댓글 쩝... 그런데 뒷부분에 아르바이트... 재밌네ㄲㄲ
ㅋㅋㅋ^^ 실재로 있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