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의 참맛을 아시나요?>
글쓴이: 정별이 출 처: 학생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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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 곱창 구이’ 같은 흔한 간판에 이끌려, 냄새가 제일 많이 뿜어져 나오는 곳인 입구 쪽을 지나가며 코를 벌름거리다가 유혹을 참지 못하고 사전조사도 하지 않은 채로 들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순히 고소하다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곱창구이 냄새는, 맛보다 냄새 때문에 사먹게 되는 팝콘의 냄새보다 열 배는 더 매혹적이다. ‘싫어하거나’ 혹은 ‘아주 좋아하거나’로 정확히 구분되는 그것은, 대중적이지는 못하나 꾸준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어 소수사람에게 열렬한 지지를 얻는다.
곱창을 좋아하는 주변사람들을 통해 어느 지역에 어느 집 곱창이 맛있는지 먼저 조사를 해야 한다. 얼마나 싱싱하며, 얼마나 두툼한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곱’이 얼마나 꽉 차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것을 미리 조사하지 않고 아무 곳이나 들어가면 흐물흐물한 지렁이를 빙 둘러놓은 것 같은, 곱은 왕창 빠져있는 슬픈 곱창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돈은 돈대로 아깝고,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맛있는 곱창을 먹지 못했다는 슬픔이 밀려올 것이다. 소중한 곱창을 이미 흡수시키고 그런 생각을 하면 곱창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골집을 만드는 것. 사장님과 친해지게 된다면, 실하고 싱싱한 곱창을 맛볼 수가 있다.
단골집을 만드는 방법은 별 거 없다. 얼굴을 최대한 자주 들이대고, 항상 친근하게 ‘사장니임~’ 혹은 ‘이모오~’라고 부르며, 곱창의 질에 대한 칭찬을 끊임없이 한다. 그러면 어느 샌가 그 집 사장님과는 이모 조카 사이가 되어있을 것이다.
곱창집 대부분은 먼저 초벌구이를 해서 나온다. 곱을 소중히 생각하는 곳이라면, 곱창 양 쪽 끝부분에 커다란 마늘을 하나씩 끼워놓을 것이다. 만약 마늘이 끼워져 있거나 실이 묶여있지 않다면 그곳에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 곱이 빠진 곱창을 무슨 맛으로 먹으랴. 김밥에 단무지 빠져 있는 것보다 더 슬픈 일이로다. 초벌구이를 마친 곱창은 달팽이집처럼 둘둘 말려있다. 불판 위에 같이 얹은 간과 양은 핏기가 가시면 먹는다. 만약 그것을 빨리 먹지 않을 거라면, 같이 굽는 감자 위에 올려놓고 보온을 시킨다. 너무 구워지면 질기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먹을 것을 권유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나온다. 곱창과 같이 먹을 부추다. 부추와 곁들인 양념이 맛있다면 더더욱 좋다. 대부분은 양념 맛이 좋아서 이 부분에서 걸릴 문제는 별로 없다. 불판을 보면 바깥부분이 옴폭 파여 있다. 그곳에 부추를 수북이 쌓는다. 어차피 숨이 죽으면 금세 쪼그라들기 때문에 가득 올려놓아도 상관없다.
곱창이 어느 정도 익으면 사장님이 가위를 들고 와 곱창을 잘라준다. 그가 얼마나 곱을 소중히 다루는지 그 때 비로소 알 수 있다. 곱이 흐르든 말든 성의 없게 자른다면 그 집은 탈락. 아주 조심스럽게 곱창을 자르고, 마무리에서 곱이 빠지지 않게 현란한 손놀림을 보여준다면 당신은 그 집의 영원한 노예. 사랑스럽게 잘린 곱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 곱창이 제일 약해진 시간이다. 자칫하면 곱이 미친 듯이 흘러나온다. 창자 안에서 곱이 충분히 익을 때까지 조금 시간을 주고 뒤집어야 한다. 흘러내린 곱은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구출해 끝에 깔아놓은 부추와 버무려준다. 눈치를 살살 보며 버무린 부분을 맛봐도 누군가가 째려보기는 하나, 뭐라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곱이 충분히 익은 것 같으면 곱창을 뒤집어 준다. 자칫하면 익지 않은 곱이 빠져나올 수도 있으니 방심하면 안 된다. 기호에 맞게 먹으면 되는데, 바짝 익은 것을 좋아한다면, 삼겹살을 구울 때 핏기만 가시면 집어먹는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먼저 홀랑 먹어버리지 않도록 젓가락질을 잘 살피자. 아직 더 구워야 하는데 젓가락으로 곱창을 집는다면, 가차 없이 그 젓가락을 탁 쳐내는 날렵함과 냉정함을 몸속 깊은 곳으로부터 끌어올려 대처하자.
다 구워진 곱창은 쌈장에 찍어 먹어서는 안 된다. 쌈장이 곱창의 고소한 향과 환상적인 맛을 다 앗아간다. 기름장에 적당히 굴린다(여기서 소금을 조금 묻힐 것). 푹 익은 부추와 함께 먹어도 되는데, 부추의 양념 때문에 곱창의 참맛을 느끼기가 조금 어렵다(하지만 먹는 사람 마음이니까요). 고소한 곱이 입 안 가득 퍼지면, 파라다이스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 맨 끝부분에 끼워놓은 마늘 박힌 곱창을 잘 가려내야 한다. 곱이 가득 차 있는 것으로 착각해 마늘까지 같이 씹는다면 당신은 진정한 루저. 곱창에서 배어나온 기름을 야무지게 흡수한 마늘은, 당신의 입 안에서 기름을 뿜어내고 질퍽거리며 당신을 비웃을 것이다. 꼭 마늘을 빼내고 먹자. 모짜렐라치즈가 흘러나온 것같이 생긴 것이 마늘 박힌 곱창이다.
함께 시킨 알코올에 모두들 넋이 나가있을 때 곱창을 빨리 집어먹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곱창 누가 다 먹었냐며 범인을 잡아내려고 할 때에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나는 조금밖에 먹지 않았어, 하는 표정을 항상 연습해두면 좋다.
곱창을 다 먹은 후에는 불판에 눌러 붙은 곱창을 긁어먹어야 한다. 바삭거리며, 매우 고소하다. 그 후엔 볶음밥을 먹어야 아쉽지 않다. 곱게 깔린 볶음밥의 밑 부분이 눌러 붙을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을 갖도록 하자. 밥알에서 수분이 몽땅 빠져나가고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날 때 밥을 뒤집어준다. 눌러 붙은 밥을 사수하는 당신은 진정한 위너.
사랑하는 사람과 단 둘이 먹는다면, 눌러 붙은 밥은 투 비 컨티뉴드 하고 그것을 수저로 벅벅 긁어 아낌없이 앞 접시에 퍼줘야 한다. 눌러 붙은 밥 속에서 오고가는 사랑.
모든 과정이 끝나도 상심하지 말지어니. 옷에 밴 냄새는 한참동안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몇 시간 동안은 그 여운을 느낄 수 있다.
모든 것을 만족시켰던 집이었다면, 아까 언급했던 단골집 만들기 방법을 써먹어라. 더 좋은, 더 좋은 곱창을 맛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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