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준의 뉴욕이야기’ 저자를 만나다
제주토박이, 세계의 중심 뉴욕에 서다
제주시청 제2별관 위생관리과. ‘뉴욕이야기’의 저자 김희준 과장을 만나려는 참이다. 그는 미국 뉴저지주 버겐카운티에서의 연수기간 동안 그야말로 뉴욕의 거리를 샅샅이 밟고 다니면서, 말 그대로 몸으로 부딪히며 터득한 그곳의 생생한 생활을 책으로 담아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읽어 내려갈 때마다 그의 정성과 꼼꼼함, 눈썰미가 느껴졌다.
“1년 동안 갖은 궁상을 다 떨었지요. 제대로 먹지도 못해 영양실조에 걸려 돌아온 듯 합니다. 연수가 이뤄지는 버겐카운티는 뉴욕과 버스로 1시간 거리에 있습니다. 방값을 절약하기 위해 생각을 바꿔 뉴욕에 자리를 잡았지요. 룸메이트 세 명과 함께 그야말로 잠만 자는 곳이었지요.”
이것이 뉴욕에 살게 된 인연이란다. 가족도 없이 혼자 생활하는데 매달 500달러가량 하는 집세는 터무니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출퇴근 시간이 2시간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오히려 좋은 점도 있었다고 한다. 다름이 아니라 버스 운전기사의 옆자리는 항상 그의 자리였던 것이다. 뉴욕의 교통체증에 걸리면 그보다 더 긴 시간을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보낼 수 있어 좋았다며 당시를 회상하는 그의 모습에서 주눅 들지 않고 현지인들 속으로 뛰어들려고 하는 열린 마음이 엿보인다.
“토요일만 기다렸습니다. 주말이면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비집고 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뉴욕에 있는 한 노인회관은 빼놓지 않고 갔습니다. 친구가 된 일흔이 넘은 볼리비아 할머니와의 대화가 그립기도 하고, 한 끼에 1달러로 점심을 해결하고 이사람 저 사람과 족히 서너 시간은 보낼 수 있었으니까요.”
뉴욕의 정치인들은 이곳에 많은 돈을 기부하고, 이곳을 찾는 400~500명의 시민들을 상대로 연설을 하고 돌아가곤 한단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표를 의식한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노인복지에 유독 관심이 높은 것도 한 이유라고 한다.
그는 그렇게 낮에는 버겐카운티에서 행정연수를 받고, 밤에는 영어를 배우러 학원에 다니며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특히 그의 버겐카운티에서의 행정연수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Adam에게는 무한한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고….
“영어마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죠. 하지만 제가 볼 때 영어마을은 이미 우리 집 안방에 와 있다고 봅니다.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영어에 어느 정도 노출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위해 미국이라는 나라에 가는 학생들에게 가능하면 현지인들과 부딪힐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는 모국어의 중요성을 보다 강조했다. 미국의 기업과 행정 부문에서 여러 나라와의 교류를 위해 외국인의 필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긴 하지만, 모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직접 보고 느꼈다고 한다. 모국어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영어를 아무리 잘해봐야 나라간 교류를 위해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한참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마치 내가 뉴욕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어 그는 서랍 속에서 한 권의 노트를 꺼내 보였다. ‘뉴욕생활일기장 2004년 김희준’. 평소 그의 성격을 반영하듯 뉴욕에서의 일상이 빽빽히 적혀 있었으며, 간결한 제목과 함께 깨알같이 써내려간 글들을 보자니 작은 것 하나도 놓치기 어려웠다는 그의 말이 실감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