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의 네 번째 영화 <1번가의 기적>은 웃음과 눈물의 감동이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는 영화다. <색즉시공> 이후 5년 만에 다시 뭉친 임창정과 하지원, 윤제균 감독이 대학가 대신 산동네로 자리를 옮겨 관객을 사로잡을 태세다.
STAFF 감독 윤제균
CAST 임창정 하지원 주현 정두홍
개봉예정 2월 15일
SYNOPSIS 재개발의 막중한 임무를 띠고 산동네 1번가를 찾은 날건달 필제. 하지만 동네 어귀에서부터 그를 가로막는 일동과 이순 남매부터 하늘을 날고 싶어하는 덕구, 선머슴 같은 복싱선수 명란, 다단계 판매사원 선주 등 동네 사람들은 하나같이 심상치 않음을 자랑한다. 산동네를 싹 쓸어버리겠다고 단단히 각오했건만 이상하게 필제는 사람들과 점차 어울리게 되고, 마침내 조직폭력배들이 들이닥쳐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2002년 420만 흥행 기록을 터뜨린 <색즉시공>의 3인방이 다시 뭉쳤다. 윤제균 감독과 주연배우 하지원, 그리고 임창정이 5년 만에 <1번가의 기적>을 통해 재회한 것. 늦깎이 신입생 은식으로 ‘어리바리’의 최고봉을 꽃피웠던 임창정은 이제 날건달 필제가 되어 산꼭대기의 청송마을로 올라간다. S라인을 뽐내며 교내 퀸카로 뭇 남학생들의 시선을 휘어잡던 은효를 맡았던 하지원은 선머슴 같은 복서가 됐다. 여성미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헐렁한 티셔츠와 운동복으로 무장한 채 힘차게 주먹을 뻗는 명란. 5전 1무 4패, 승률 0퍼센트의 기록을 보유한 그녀는 복싱을 향한 집념과 투지만큼은 여느 챔피언 못지않다. 왕년의 챔피언 복서였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은 덕분일까. 하지만 하반신 마비로 운신조차 어려운 아버지를 모시며 한 집안의 가장으로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는 그녀의 마음은 매번 쓰리고 아프다.
윤제균 감독이 <1번가의 기적>을 처음 떠올린 것은 2001년 첫 연출작인 <두사부일체>를 만들 때부터였다. 재개발 이야기를 언젠가 꼭 하고 싶었다는 윤제균 감독. 하지만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낭만자객>까지 세 편의 작품을 연출한 후에야 드디어 이 아이템을 다시 꺼낼 수 있었다. 그간 그는 <도둑맞곤 못살아>의 시나리오를 쓰고, <첫사랑 사수 궐기 대회>를 각색하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간큰가족> 등을 제작했다. “<낭만자객>을 끝내고 뭔가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다. 고민 고민하다가 결국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고, 이전에 하려고 했던 아이템 중 재개발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꼈던 그는 작품마다 언제나 직접 쓰던 시나리오를 자신과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작가에게 맡겨보기로 했다. 그리고 자신이 제작했던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다양한 인물 군상들의 이야기를 유려하게 직조해 낸 유성협 작가가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함께 논의를 거쳐 초고를 완성했다. “처음 시나리오는 코미디보다는 정극에 가까웠다. 하지만 전체 구성이 매우 좋았다. 코믹한 요소들은 작업하며 추가한 부분이다. 유성협 작가와 함께하며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윤제균 감독은 “<낭만자객>까지 내가 연출한 영화가 머리로 계산하며 만든 것이라면 <1번가의 기적>은 머리보다 가슴으로 만들고 싶었던 영화”라고 말한다. 때문에 그는 상업적인 웃음 코드를 조금은 억누르고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진정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어쩌면 <1번가의 기적>은 5년 전 그가 연출한 청춘 섹스 코미디 <색즉시공>의 콧등이 찡해지는 훈훈한 마음을 확장시킨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감동의 코미디를 이끌었던 <색즉시공>의 두 주인공, 하지원 임창정의 캐스팅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두 배우와의 작업이 두 번째이기에 굉장히 편했다는 윤제균 감독은 처음부터 복서 명란 역을 소화할 만한 네임 밸류가 있는 여배우는 하지원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간단한 시놉시스만 가지고 지원이에게 부탁했는데 긍정적인 답변을 해서 가장 먼저 캐스팅했다.” 반면 임창정은 가장 늦게 <1번가의 기적>에 합류한 배우가 됐다. “필제 역에 창정이를 캐스팅하고 싶었는데 스케줄이 맞지 않았다. 다른 배우들과 접촉을 하고 있는데, 먼저 잡혀 있던 임창정의 작업이 늦춰지면서 운 좋게 출연이 가능해졌다.” 이 밖에도 이 영화에는 존재감 두둑한 조연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하지원의 아버지 역으로 출연하는 정두홍 무술감독은 윤제균 감독이 삼고초려 끝에 캐스팅했고, 엄격하지만 속정 깊은 복싱 코치 역에는 중견배우 주현만큼 잘 어울릴 만한 배우가 없어 보인다. 특히 <1번가의 기적>에서 세 명의 아역 배우들은 가장 아기자기한 감동을 안겨주는 일등공신이다. 영화를 촬영하며 윤제균 감독이 내세운 첫 번째 원칙은 대역을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 때문에 하지원은 4개월여 복싱 트레이닝을 혹독하게 받아야 했다. 하지만 윤제균 감독이 <1번가의 기적>을 작업하며 가장 어려웠던 것은 촬영 장소를 찾는 것이었다. “내용이 암울하거나 비관적이지 않기에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이 살 법한 동화적이면서도 예쁜 그림이 나올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 부천, 전주 등 전국을 한 달간 샅샅이 돌아다닌 끝에 겨우 부산의 물만골이라는 적당한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고단하고 힘든 일상,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는 1번가 산동네 사람들에게 과연 어떤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질까. 그 특별한 기적은 오는 2월 15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