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예전에 보고 너무 좋아서 썼던 감상인데
우리 회원님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영화라 다시 올리네요.^^
개인적인 공간에 썼던 걸 그대로 올리니 말투는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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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크리스마스
감독 - 오시마 나기사
출연 - 데이빗 보위, 톰 콘티, 사카모토 류이치, 기타노 다케시, 잭 톰슨, 조니 오쿠라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이 영화는 레바크 센바타 수용소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다.
포로로 있는 네덜란드 군인을 겁탈한 조선인군 소속의 군인,
포로로 잡혀온 외국군인 세리야즈에게 반해버린 요노이장교와 요노이장교의 흔들림을 포착한 수용소의 흔들리는 분위기,
그 절정에서 세리야즈가 볼에 한 키스에 완전히 무너져버리는 요노이장교
(이들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대부분의 줄거리이다.)
폭력적이며 마초적인 전형적인 일본군인 하라와 유일하게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외국인질 로렌스와의
아슬아슬한 언쟁과 우정. 그리고 일본의 패전 후 바뀌어버린 그들의 모습.
마지막에 클로즈업으로 잡힌 기타노 다케시.
그리고 외치는 한마디 "Merry Christmas, Mr. Lawrence!"
류이치 사카모토는 정말 요노이장교 그 자체였다.
그리고 요노이 장교가 반해버린 세리야즈의 데이빗 보위.
그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나에게 이렇게 기억될 수 있었을까.
아니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키즈리턴의 ost와 늘 헷갈렸던 음악.
매번 들으면서도 또 헷갈리는 음악이 바로 전장의 크리스마스의 ost이다.
이 음악의 ost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만들었다. 그런데 출연까지 해서 더 놀란 작품.
그리고 데이빗 보위에 기타노 다케시까지 이건 도대체 무슨 조합이지 싶어 감독을 보면 오시마 나기사이다.
그의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감각의 제국'이라는 영화로 다소 자극적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감각의 제국'을 본 사람이라면 물론 그것을 그렇게 회자되는것처럼
자극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의 영화는 야하다. 그러나 또 그의 영화는 야하지 않다.
내가 고등학교때 지금은 문을 닫고 괴물같은 폐허가 되어버린
동네의 동시상영관에서 아메리칸 뷰티와 감각의 제국을 보았었다.
그 영화를 보고나서 벙쪄서 이래저래 찾아보니 무슨 성정치학이니 하니
어려운 소리들에 무척이나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누가 뭐라해도 내가 느끼는 오시마 나기사의 영화는 인간적이다.
이것은 그의 초기작들에 대해 전혀 무지한 내가 하는 섣부른 판단일 것이다.
그러나 '전장의 크리스마스' 이 영화만큼은 정말 인간적이다.
이 영화 한편만으로 그는 나에게 많은 신뢰를 주었다.
그의 전위적인 영화문법들을 복잡하게 설명해놓은 많은 참고자료들이 있지만
이 영화는 끝난 후에 가슴이 먹먹해오는, 감동도 아닌 그 무엇인가를 내려놓고 간다.
그 순간 나의 머릿속은 하얘진다.
내 머리속은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있는 온갖 단어들을 찾고 싶지만
내 가슴속에 차오르는 이 무엇인가는 그것들을 방해하고 그저 이 느낌 이대로
잠시만 있어보라 한다.
그렇게 잠시 있고 나면 이것을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싶다.
어디서 들어봄직한 멋드러지고 고상한 말로 포장하고 싶지 않는 이 기분을
정말 오랜만에 느끼게 해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