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6.26(목)~29(일)
1일차 : 2025. 6. 27
고한 정암사-은대봉-두문동재-너덜샘-황지-태백고원자연휴양림
시작부터 헤맨 하루!
전날 저녁 10시 30분 심야우등버스를 타고 고한이 하필 사북 고한을 지날 땐 깜빡 잠이 들어 종착지인 태백까지 무사 통과
할 수 없이 비싼 택시를 타고 정암사까지 다시 돌아가서 새벽 2시에 수마노탑과 적멸궁을 야간 관람합니다.
이제 길을 떠나 동학의 해월 최시형 선생이 관군에게 괴멸당하다시피 한 뒤, 100일 동안 은거하면서 다시 세력을 키울 뜻을 회복하였다는 적조암 산길을 따라, 낙동강의 발원지인 너덜샘을 품은 은대봉을 향해 밤길을 헤쳐 나갑니다. 두 시간 여의 밤길을 힘들여 오르다 보니 어느덧 여명이 밝아오고 은대봉에서의 찬란한 일출을 맞이합니다. 다시 두문동재(싸리재)를 향해 30분 정도 내려가니 발 아래 폭포수 같은 운해가 두문동재 고갯길을 가득 채우고 흘러가는 장관을 연출합니다. 꿈결같은 운해를 감상하며 두문동재에 내려서서 각자 준비해온 간식으로 아침을 때우고 너덜샘을 향해 10여분쯤 싸릿골길을 내려갔지만, 예전에 민간인이 세웠던 너덜샘임을 알리는 300미터 전의 표지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들어가는 입구도 모두 막아 놓은지 한참이 지났는지 잡목이 무성해서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저 숲속 계곡 어디쯤 낙동강의 발원지인 너덜샘이 있습니다 하는 수 없이 100미터 정도 더 가서 너덜샘에서 호스를 박아서 물을 끌어와 수도를 박아 놓고 '너덜샘'이란 팻말을 세웠던 야영장을 찾아갔지만, 야영장은 폐쇄되고 황량한 터만 덩그러니 방치되어 있더군요. 너덜샘을 만나는 것은 포기하고 태백시가 낙동강의 발원지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황지연못을 향해 출발합니다. 차가 다니는 차도를 피해 임도로 들어섰는데, 초반에는 길이 잘 나 있었지만 조금 더 가니 임도 위로 거목들이 쓰러져 난마처럼 얽켜 있어서 길을 뚫고 나가기가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어느덧 비포장 임도를 벗어나 포장도로에 접어들고, 곧이어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이라는 추전역을 찾아듭니다. 힘든 길을 헤쳐 오느라 모두 목말라 하는 가운데 매점은 손님이 없어 모두 문을 닫았고, 역에 공사가 있어서 안전관리자로 나와 있던 분이 자신들이 마시려고 아이스박스에 담아온 생수를 가져다 주셔서 맛있게 마시고 감사하게 다시 길을 떠납니다. 아침겸 점심을 추전역의 안전관리자님이 알려준 식당에서 순두부로 때우고 태백에서 늦게 합류한 일행을 만나 황지연못으로 가서 합류한 일행들이 싸온 음식과 술과 음료를 맛있게 나눠 먹고, 날이 너무 더워서 더 이상의 걷기는 무리라는 중론에 따라 택시로 휴양림까지 이동합니다. 휴양림에서 짐을 풀고 일부는 휴양림 뒷산 산책을 나서고, 일부는 장봐온 재료로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고, 저는 멀리서 찾아오는 친구를 맞으러 철암역을 향해 걸었습니다.
길의 요리사들이 마련해준 맛있는 음식과 술을 행복하게 나눠 먹고 마시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내일을 위해 휴식을 취합니다. |
2일차 : 2025. 6. 28 태백고원자연휴양림-연화산유원지-구문소-육송정-석포
이튿날 아침, 비 예보와는 달리 맑은 하늘 아래 휴양림을 떠나 오늘의 목적지인 석포를 향해 출발합니다. 백산역을 지나고 연화산유원지 입구를 지나 태백고원체육관과 장성을 거쳐 태백고원자연사박물관에 도착해서 휴양림에서 길위의 요리사들이 마련해준 특제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고, 바로 근처에 있는 물길이 바위를 뚫어 구멍을 만들었다는 구문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육송정! 큰 소나무 여섯그루가 서 있다는 정자 아래 낙동강이 백천계곡과 만나는 곳에서 잠시 여유를 부려 봅니다. 이제 마지막 힘을 다해서 석포를 향해 고고~ 숙소겸 식당에 도착해서 길위의 주방장님이 오늘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사정이 있어서 일찌감치 저녁식사를 마치고 석포역에서 배웅하고 숙소로 돌아와 오늘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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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 : 2025. 6. 29
석포-승부-양원-비동-분천(세평하늘길 구간)
마지막날 아침 일찍 길을 떠납니다. 어제와 같이 비예보와는 달리 하늘은 쨍쨍하기만 합니다.
여기서부터 세평하늘길이 시작되는 승부역까지 가려면, 공장의 환경오염 때문에 주변 산의 초목들도 대부분 고사한 호흡기관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영풍그룹 석포제련소 구간 약 4km를 지나가야 합니다. 공장지대를 빨리 벗어나려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내뺍니다.
공장지대를 벗어나자 비로소 초목들이 생기를 띱니다. 산은 모름지기 이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새삼 느낍니다!
이제 영풍제련소 공장지대를 완전히 벗어나 길은 세평하늘길이 시작되는 승부역으로 진입합니다.
승부역에서 승부리 마을에서 주민들이 운영하는 간이 매점에서 전과 떡과 막걸리로 맛있게 점심을 때웁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낙동강의 제1비경인 세평하늘길 계곡길을 걸어갑니다.
드뎌 이번 길의 막바지인 분천역에 들어섭니다.
분천역이 있는 분천리마을은 세평하늘길 구간을 관광지 삼아 코레일에서 관광열차인 V-Train 협곡열차의 운행을 시작하면서 '싼타마을'이라는 주제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마을입니다. 그래서 마을이 온통 싼타 분장과 빨간 색으로 도배가 되었는데, 제가 5년 전에 이곳을 걸었을 때와 비교해 보면 그때가 한창 코로나가 유행하던 시기의 겨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보다 훨씬 북적댔던 기억이 있는지라, 지금은 휑하고 적막한 느낌이 듭니다. 지방 소도시의 인구소멸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