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보자. SIA는 지난 95년 4월부터 주력기인 보잉 747-400 항공기의 모든 좌석에 ‘크리스 월드’라는 비디오 오락장치를 설치했다. 6인치 크기의 비디오 스크린을 가진 이 오락기로 승객들은 22개의 비디오 채널과 12개의 오디오 채널, 10개의 닌텐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리얼타임(실시간)으로 세계 각지의 뉴스를 볼 수 있으며 기내 면세품 구입을 위한 쇼핑 정보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또 기내에서 세계 어느 곳으로나 전화를 걸거나 팩스를 보낼 수도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비즈니스 클래스는 물론이고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들도 이용할 수 있다.
미국, 일본, 유럽의 내로라하는 항공사들도 당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서비스였다. 최근 들어 미국 등 선진국 항공사들이 크리스 월드를 흉내내기 시작하자 이를 현격하게 따돌릴 수 있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개발해 내느라 여념이 없다. 그중의 한 예가 기내 도박 시스템의 도입 추진이다.
장거리 여행을 하는 손님들의 무료함을 달래줄 수 있도록 구미식 카드, 중국식 마작, 한국의 화투 등 각국의 유명 도박을 항공기 기내에 적합한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조만간 보급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고객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좋아도 결국 그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실천하는 것은 승무원들의 몫이다. 때문에 SIA는 모든 서비스의 첫 번째로 승무원들의 친절을 꼽는다. SIA가 승무원 서비스 교육에 쏟는 투자와 정성은 항공업계뿐 아니라 전세계 서비스 업종의 벤치 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서쪽 한편에는 SIA의 트레이닝센터가 자리잡고 있다. 이 회사의 성공 비결인 서비스가 창조, 개선되고 있는 산실이다. 서울의 국제종합전시장만한 면적에 지상 4층 규모인 이 건물 안에서 승무원 및 안전 요원들의 훈련이 1년 내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승무원들은 비행이 없는 시간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이곳에서 재교육을 받으며 보낸다. 이곳을 운영하는 비용은 연간 1억1천만 달러. 한달에 1천만 달러의 교육비를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1인당 연평균 교육비는 3천 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곳의 여승무원 교육 내용은 독특하기로 유명하다. 승객의 마음을 읽는 마인드 컨트롤과 동양식 복종형 서비스 교육이 그 골자다. 한 예로 승객들의 눈빛을 보고 원하는 서비스를 알아내는 교육을 여승무원들에게 시킨다. 모든 기내 좌석에 승무원을 부르는 버튼이 있지만 그 버튼을 누르기 전에 여승무원들이 끊임없이 기내를 돌며 승객들의 눈빛을 보고 먼저 ‘무엇 무엇을 해드릴까요’라고 묻도록하는 연습이다. 뭔가를 주문해서 서비스를 받는 것보다 알아서 챙겨주면 기쁨이 배가 된다는 심리 이론을 서비스에 응용한 아이디어다.
여승무원들은 승객들의 주문을 받을 때 고객 옆에 바싹 다가와 무릎을 바닥에 대고 대화를 하도록 교육 받는다. 혹시 술에 취한 고객이 계속 술을 주문할 경우라도 미소를 잃지 않고 술 제공 속도를 점차 늦추며 말을 붙여 술에서 깨도록 유도하는 것이 SIA의 방침.
“이런 서비스를 받은 승객은 영원히 SIA를 잊지 못하고 영원한 고객이 된다”고 SIA 홍보 담당자는 자신있게 말했다.
이 교육센터는 자체 연구,분석해낸 여승무원관 때문에 여성계로부터 비난을 사기도 했다. 전세계 항공업계의 여승무원들이 고령화되고 심지어 체력 문제 때문에 남승무원으로 교체되어가는 추세에 반해, SIA는 젊고 예쁜 여승무원을 고용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항공사의 여승무원 채용 대상 연령은 19~26세이며, 결혼하면 그만두어야 한다. 이같은 고용 기준은 일부 계층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의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으며 SIA의 서비스 제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회사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이 자랑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안전 운항이다. 지난 72년 말레이항공에서 분리된 이래 한번도 승객이 사망한 항공 사고가 없었다는 것이 그 사실을 증명한다. 이런 안전 운항을 위한 SIA의 설비 및 기술에 대한 투자는 파격적이다. 항공기 안전과 기령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은 불문가지. 최근 세계 각국의 항공사들이 신형 항공기 사들이기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SIA는 지난 17년 간 16억9천만 달러 어치에 달하는 69대의 중고 비행기를 내다 팔고 신형 항공기로 교체했다. 한때는 엄청난 구입 대금으로 인해 회사 경영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주주들의 질책을 받기도 했지만 ‘안전이야말로 장기 경영 흑자의 요체’로 판단한 최고 경영자들이 의지를 굽히지 않고 밀어붙였다.
그 결과 지난해 말 현재 운항중인 SIA의 비행기 평균 기령이 세계 항공업계 평균 기령(12.5년)의 절반 이하인 5.3년으로 낮춰졌고, 싱가포르항공은 업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로 평가받게 되었다. SIA는 최근에도 신, 구형 항공기 교체를 계속 실천에 옮기고 있으며 그 대신에 신형기 운항으로 얻어지는 연료비와 수선 유지비 절감 등을 통해 새 비행기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대한 벌충하고 있다.
SIA의 사업 비결 중 빼놓을 수 없는 또다른 요소는 업종 전문화다. 연 매출 50억 달러대(약 6조8천억 원)의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창업 이래 항공기 및 항공기 운영 서비스 분야 외엔 전혀 눈을 돌리지 않고 외길을 걸어왔다. 최근에는 그나마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인 싱가포르 공항터미널서비스사 및 국내선 자회사인 실크에어사를 합병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익뿐만 아니라 외형에서도 초대형, 초일류 항공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해외 지사망 설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산층이 급격히 늘어나는 인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현재 인도 타타그룹과 합작으로 항공회사 설립을 추진중이며 한국을 비롯해 동북 아시아 각국과도 항공 노선 증설 및 합작 사업 계획을 활발히 추진중이다.
출처:[휴넷.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