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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한 한 유명인이 아마존 유역을 여행하던 중 낚시투어를 하면서 줄곧 되뇐다. “언제 또 해보겠어.”
여행은 그곳에서의 기억을 그리워하며 늘 막연한 ‘다음’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여건이 허락되면 그 막연함이 현실이 되기도 하는데, 아마존 강에서 했던 낚시는 다시 경험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아마존 강이 심하게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 자연 생태 그대로 물고기를 품기 어려울 만큼.
아마존강에 자연과 인간의 개발이 공존할 수 있을까. ⓒThe Brazilian Report
아마존 생태계를 위협하는 수량 조절 시스템
사이언스(Science)지 1월호에는 아마존 벨로 몬테(Belo Monte) 수력 발전 프로젝트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가 실렸다.
국립아마존연구소와 브라질 전역의 대학교 소속 과학자, 그리고 아마존 원주민들로 구성된 환경 네트워크는 퓰리처센터(Pulitzer Center)의 지원을 받아 수력 발전 프로젝트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어종과 어획량을 매일 기록·조사해왔다. 또 이와는 별개로 계절별로 강의 흐름과 수량을 조사해 생태계의 기본적인 특징인 순환 시스템을 점검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아마존 수력 발전 프로젝트 발표 때부터 댐 건설까지 전 과정에서 제기됐던 생태계 파괴 이슈가 실제 현실로 드러났다.
댐 건설 이후 아마존의 모든 어종 수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텍사스 A&M 대학에 커크 와인밀러(Kirk Winemiller)가 작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물고기 수는 29% 감소, 어류 풍부도는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량 또한 현격히 줄어들었다. 댐 건설 전에는 12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 내린 겨울비가 초당 2만㎥ 가량 강을 따라 섬과 인접한 숲에 흘러내렸다. 이 양은 건기에 초당 2천㎥까지 줄어드는데, 아마존 우림은 바로 이러한 패턴에 따라 형성되어 풍경과 생태계가 유지됐다.
하지만 댐이 건설된 후 겨울에 흐르는 강물의 양이 절반 이상 줄었다. 그리고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은 격년제로 댐이 겨울 최대 유량을 50%로 줄여서 원래 수준의 5분 1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생태계를 유지하는 물의 순환이 이처럼 바뀌면 이로 인해 아마존에 모든 생태 관계가 교란되고, 훗날에는 영구적으로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마존의 싱구강 유역은 겨울(12월~5월)에 수량이 많고, 여름에는 적은데,
피멘탈 댐 건설 후 유량이 크게 줄었다. ⓒScience
개발 우선주의가 빚어낸, 아마존 강의 눈물
아마존 벨로 몬테(Belo Monte) 프로젝트는 아마존 강 유역 무라투 상류 30km 지점에 건설된 대규모 수력 발전 단지다. 저수지, 발전소, 댐 등이 포함된 이 프로젝트는 단일 댐만으로도 브라질에서 가장 크고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로 최대 1만1천kw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2011년 건설 승인부터 원주민, 환경단체, 과학자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지만, 브라질 환경부 산하 환경재생가능자원연구소(IBAMA)가 벨로 몬테 댐 건설을 승인하면서 결국 2016년에 완공돼 운영 중이다.
댐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규모 수력발전 시설로 인해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의 생태계가 파괴될 것을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약 500㎢에 이르는 산림이 물속에 잠겨 원주민 5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댐이 완공된 후 우려는 현실이 됐다. 실제로 메인 댐인 피멘탈(Pimental)은 아마존강에 가장 극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댐은 강물의 약 80%를 인공 수로로 돌려 약 359㎢ 크기의 저수지를 만들고, 싱구강의 유류를 북동쪽에 있는 2차 저수지와 터빈으로 보낸다. 이 과정에서 싱구강의 ‘빅벤드’라 불리는 130km의 강 유역의 물이 줄었고, 생물 다양성 또한 급감했다.
아마존 벨로 몬테(Belo Monte) 프로젝트는 아마존강 유역 무라투 상류 30km 지점에 건설된 대규모 수력 발전 단지다. ⓒScience
모니터링에 참가하고 있는 원주민 쥬루나(Josiel Juruna)는 댐이 완공됐던 2016년을 ‘세상의 종말’이라고 부른다. 댐에서 갑자기 12.6톤의 물을 방류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을 때를 생생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IBAMA는 아마존 수력발전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Norte Energia사에 3,530만 헤알(real, 약 55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원주민들은 벌금이 이전의 아마존으로 되돌릴 수 있을 거라 믿지 않는 분위기다. 쥬루나 역시 “우리는 더 이상 자연적이지 않은 강의 흐름으로 인해 물고기가 고통받을 것을 이미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미 몇몇 종들은 멸종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구강 빅벤드 유역에서만 볼 수 있는 흑백 줄무늬 메기 ‘아카리-제브라(Hypancistrus zebra)’는 생태 변화와 불법 조업으로 멸종 단계다. 산란할 곳이 없어 마른 알을 뱃속에 품은 채 물 위로 떠오르는 물고기 주검들도 흔히 보이는 풍경이다.
싱구강 빅밴드에 서식하는 토종 어류인 아카리 지브라는 멸종 위기에 놓였다. ⓒScience
이러한 생태계 파괴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자 지난해에 국제 자연보호연맹은 아마존에 건설된 댐 때문에 강에 사는 물고기가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지금의 모니터링 결과는 댐 건설 초기 징후일 뿐이라며, 앞으로 어떤 더 큰 재앙이 올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한편 아마존의 생태계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연구진은 IBAMA에 댐에서 방출되는 양을 최대 68% 증가시켜 물고기 번식지를 복구하라는 제안을 보냈다. 아직까지 IBAMA의 응답도 승인도 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강 하류의 수량을 늘리면 터빈으로 흘러드는 물이 줄어들어서 생산 전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IBAMA의 고심도 클 거라는 예측이 나왔다.
지금, 아마존은 개발과 생태계 유지 사이의 균형을 잡지 못한 채 ‘아마존의 눈물’만 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