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맛집]
밀양 가곡동 장성통닭
퇴근길 부담 없이 들러 가볍게 한 잔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내겐 장성통닭이 딱 그런 곳이다. 가곡동에 자리잡으면서부터 27년째 드나들고 있으니
오랜 단골이다. 맛도 맛이지만 사장님들 사람 반겨주는 것이 좋아 더 그렇게 된 듯하다.
말 한마디라도 정성껏 해 주셔 귀하게 대접받는다는 느낌에 다시 가지는 것 같다.
새 건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오래 된 것도 아닌 가게
외관은 늘 그 자리를 지켜온 모습답게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가게에 들어서면 앞치마 두르고 주머니에 손 찌르고 섰는 여사장님
반가운 표정의 진정성이 담긴 인사말이 첫분위기를 띄운다.
“어서 오소.” 친정이 장성이라 가게 이름으로 썼다는 여사장님의 억양이
묘하게 밀양말과 조화를 이루어 이젠 영락없는 밀양사람이란 느낌이 들게 한다.
낯선 지역에서의 그간의 세월이 만만치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 애틋해 보이시는 분.
가게는 4인용 탁자 6개, 단체 손님을 위한 방 하나가 전부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정도.
요즘 통닭집 정말 많다. 맛도 다양하다. 색다른 형태의 통닭들이 우리 입을 즐겁게 한다.
그에 비하면 장성통닭 메뉴는 좀 덜 세련돼 보인다. 통닭, 야채찜닭, 양념통닭, 후라이드,
똥집. 어느 집에 가도 기본적으로 있음직한 것들이며 다양한 편도 아니다.
다른 메뉴들도 나름의 맛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주로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온닭이라 불리는 통닭을 시킨다. 통닭을 통째로 튀겨 부위별도 죽죽 찢어 주는데
어떻게 찢는지 모양이 살아있는 듯하다. 속살이 겉으로 툭툭 튀어나와 있어
보기도 먹음직스러울 뿐만 아니라 실제로 바삭한 껍질과 쫄깃한 속살이 어울려 독특한 맛이 난다.
지켜보면 그냥 대충 찢는 것 같은데 하나도 억지로 떼어낸 부분 없이 자연스럽다.
조리법 자체가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순하게 이루어져 그런지
닭의 본래 맛이 잘 살아있다. 그렇게 살아온 삶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품새다.
특별한 기술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데 오랜 경험이 만들어낸 노하우가 아닐까 싶다.
좀 모자란다 싶을 때 시키는 똥집도 싹싹 씹히는 것이 다른 곳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깜찍한 메뉴다.
“우리는 기름 깨끗하게 쓴대이.
닭도 무안 넘어가는 동네 한 집에서 계속 갖다 쓰고.”
무, 양파도 최상품으로만 쓰신단다. 특히 소금은 천일염을 사 옥상에서 간수 빼고
볶아낸 것이라 부드러우면서도 약간 단맛이 날 정도다. 질높은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오랜 시간 과정을 쭉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믿음이 간다.
나라 경제가 전체적으로는 발전한다는데도 다들 어렵다고 한다.
특히 자영업자들 형편은 더한 모양이다. 밀양 전체의 경제 사정도 정확한 수치로야
예전 대비, 다른 지역 대비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대체로 어려운 것 같아 보인다.
그러니 밀양에서도 약간 외곽지역인 가곡동의 사정이야 말할 것도 없다.
얼마 전까지도 있던 가게들 중 문 닫은 가게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참으로 애쓰이는 일이다. 양극화란 말이 피부로 와 닿는 대목이다.
그 와중에 장성통닭은 30년 넘게 한 자리에서 꿋꿋이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바탕에 음식맛, 사람맛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다행스럽다.
이제는 여유가 좀 생겼을 텐데도 전혀 서두르지 않는 기색이다.
1녀 2남 다 장성해서 자기 살길 찾아갔다. 친정어머니를 지금껏 모시고 사시는데
아직 정정하시다. 그만하면 여러 가지로 가곡동 터주대감격인데 한결같이 자세를 낮추어
지킴이스러움을 자처한다. 그것이 어쩌면 어려운 상황들을 이렇게 잘 헤쳐나온 힘일 것이다.
사근사근한 여사장님이 깔끔한 맛이라면 묵묵히 옆을 지키는 남사장님은 깊은 맛이다.
한때 사나이로서 잘 나갈 때도 있었다는데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헬맷을 쓰고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반백의 긴 머리를 휘날리며 가곡동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닐 것이다.
글쓴이 / 김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