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것에 흥미를 느끼면 미련하기가 하늘을 찌를듯 빠져드는 나로서는 홀덤의 심오함에 발을 담그고는 결국 빠져들었다. 홀덤 단어의 뜻은 모르지만 나는 '함정' 이라고 생각한다.
고작 어느정도 룰을 익힌 주제에 게임을 제법 통달한것으로 착각하고는 50/100 블라인드 테이블이 제법 큰판임에도 액션이 건조하여 100/200 판에 끼어들었고
때에 따라서는 15만불에 달하는 큰판에 짜릿한 역전을 따내기도 하며 도파민에 중독되어 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게임 테이블의 9명중 7~8명은 나를 잡기 위해 눈에 불을켜는듯 했다.
조금의 거친 레이즈만 하더라도 왠만한 카드로는 그들이 폴드했기에(게임포기) 자만심은 더해졌고 그들이 십수년의 경력자 들임에도 우습게까지 보였다.
열흘정도 지났을때 퍼플러시나 스트레이트 양방향 드로우는 좀처럼 뜨지 않아 손실이 컸고 내풀에 지친 뻥카는 수시로 발각되어 또 죽어갔으며
몇명은 서로가 커넥션 플레이를 하는것으로 보여졌지만 '맘대로 해봐라' 한번에 두놈다 잡겠다는 오기를 가지니 확률적으로 지칠수 밖에 없었다.
판이 지날수록 나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패시브나 스파이크를 양쪽에서 치고 받는것들에 계속해서 얻어 맞는 배구공이된 느낌이었다.
결국 야비함까지도 전략이었던 포커를 우습게 보았던 결과로 현금 40만불 가량이 뒤져버렸고 가지고있던 나머지 돈도 바카라에 꽝! 찍어 뒤졌다.
뒷돈이있는 든든함이 아니라 부족하지 않다는 오만함의 결과이다. 그 값으로 어렴풋이 깨달은 두번째 교훈은 '포커는 좋은 패로서 이기는듯 하지만 결국은 기다림으로 이겨낸다.' 라는 것이다.
일전의 환전상을 불러 대시 백만불을 환전하여 포커에 다시 앉아 가급적 좋은 상황을 기다려보자 마음 먹었지만 상대들의 경력은 어느날 갑자기 쌓인것이 아님에 내패들을 읽어내는 듯 보였다.
30만이 더 죽고는 자존심도 상할뿐더러 일단 쪽이 팔려서 더 치기가 싫었다. 정신은 흐리멍텅해지고 본전심리가 발동하다 보니 다시 향한곳은 결국 바카라였다.
가지고있는 70만불이면 거의 일억원인데 그돈이 한참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내 딴에는 정신을 가다듬고 조심하자는 생각으로 크지 않은 배팅들을 해가며 바카라와 싸우는데
플과뱅이 각 세개씩 33333의 화려한 패턴으로 이어졌다. 홀덤에 잃은 30을 채워 두번째 본전 100만불은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큰벳을 못친것에 내심 섭섭했다.
그렇게 어렵게 두세시간 모아 복구한 30만불이 자꾸만 부족하게 보여서는 '안먹었다 생각하고 30만 한방 찍자!' 하는 위험한 결론을 내렸다.
맘에드는 패턴에 접했을때 이긴 30만불을 큰맘먹고 플레이어 쪽에 넣었는데 문득 '큰벳에는 싸이드벳을 같이 넣어야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딜러에게 대기를 요청한 후 얼마를 빼서 벳할까 고민하던차에 중국인 남자가 소액으로 나와 반대벳을 놓고 앉았다.
기분이 살짝 상하여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띨띨한 생각에 휘둘려 싸이드벳은 집어치우고 카드를 빼라 요청했다.
'그럼 그렇치' 나의 플레이어 카드는 포라인과 쓰리 라인을 꽉꽉 채워서 훌륭한 8점을 만들어 냈다. 곁눈질로 중국인을 보고서는 속으로 생각하길
'니덕에 쓸데없이 싸이드벳 나갈것 굳었다.' 하며 미리 좋아하고는 그의 오픈을 기다렸다. 중국인이 오픈 카드를 이리 돌리고 저리돌리기를 반복하니 짜증이 났지만 '니가 잘까봐야 7점 아니겠어' 하고 위한했다.
체감상 한 이십분을 쬐는듯 더디게 카드를 쬐었다. 한참을 그러더니 고개를 절래 흔들며 목표치에 실패한 양 딜러에게 스윽 카드를 밀어 맡겼다.
'지랄! 씌방!' 그의 카드는 99 페어에 역시 8점이라 이기지 못한 타이 비김판이 나왔다. 본벳의 비김에 대한 실망은 그렇다 쳐도
최소 만불씩 싸이드벳을 구상했던 내입장에서 싸이드벳으로 이길뻔한 18만불이 아까워 디질 지경에 이르렀다. 그에 대한 트라우마로 맛이 가버릴 지경이다.
한번나간 배팅을 바꾸는 성격이 아닌 나는 생각할것도 없이 같은곳에 다시 30을 벳하니 그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또다시 반대쪽에 배팅했다.
필요도 없을 화가 달아 올랐다. 카지노에 지는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그에게 지는것이 싫어 30배팅에서 20을 빼버렸다. 카드는 내츄럴 나인으로 이긴다.
'그 새끼는 분명 악마다!'
이겼지만 짜증은 그의 이마박을 뚫고 싶기 까지하여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딜러와 낄낄대는 중국인의 조소가 뒤통수를 기분 나쁘게 간질렀다.
정신을 다시 가다듬고 다른 테이블에 앉아 30만 승부수를 띄운후 막 카드를 빼려는데 악마가 또다시 내쪽으로 옮겨왔다.
먼저의 테이블에서 지고왔는지 미니멈벳 3천이 안되는 2천불을 나의 배팅에 얹어 달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다시 뺄까 하는 생각도 아니 들은건 아니지만 그대로 강행했다. 중국인이 제딴에는 이기라고 바짝 다가와 입똥냄새와 함께 카드 오픈을 응원했지만
뒤졌다. 훈수의 입장이라면 거기서 멈추는게 백프로 지당하겠지만 그게 가능하면 바카라가 아닌거다. 남아있는 80만이 결코 적지도 않았건만
복구 욕심벳 50만 한번과 올인벳 30만 한번더로 깊숙한 함정에 빠져버려서는 숨이 턱 막히도록 개작살이 나고는 겨우 민박집에 돌아와 시체가 되어 버렸다.
올인은 되었지만 다음날 또 해는 떴다. 늦지 않았던 그날 그해가 뜨던 동쪽으로 비행기타고 한국으로 돌아갔더라면....
카페 게시글
소설 개박
(개박) 27. 함정 속으로
GEBAK
추천 1
조회 287
22.04.15 02:57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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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 ~ 흥미진진했습니다 ^^
결과는 ㅠ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
갈수록 잼나네요
재있네요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