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 돌이 떨어져 생기는 ‘이석증’ 어지럼증 40% 내이 전정기관서 발생 위치감각과 관련된 칼슘 덩어리 ‘이석’ 제자리서 이탈, 세반고리관 가면 증상 칼슘대사 장애 생기면 빈번… 재발 잦아 50대 이상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많아 복시 등 동반땐 뇌혈관질환 가능성도 # 강모(61) 씨는 얼마 전 누워서 TV를 보던 중 견딜 수 없는 어지럼증과 구역감을 경험했다. 지인이 뇌경색으로 오랜 기간 병원 신세를 진 사례가 떠오른 강씨는 곧바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 결과는 ‘이석증’. 강씨는 “빙글빙글 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만큼 심각하게 어지러웠다. 눈앞이 아득해져서 눈을 감았는데도 머리가 계속 돌아가는 느낌이었다”며 “치명적인 질병은 아니지만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너무 괴로운 경험이었다”고 토로했다.
어지럼증은 누구나 한번은 겪는 흔한 증상이다. 20~30%의 사람이 평생에 한 번 이상은 어지럼증을 경험한다. 어지럼은 많은 경우 ‘귀’가 원인이다. 대한이과학회에 따르면 전체 어지럼증의 40%는 내이 전정기관 이상으로 발생한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석증(양성 돌발성 체위 현훈증).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1년 26만226명이던 이석증 환자는 꾸준히 증가해 2021년 45만3554명을 기록했다. 10년 새 74% 이상 증가한 것이다. ◆돌이 떨어져 나와 회전 기관에… ‘빙빙’ 사람의 귀는 크게 외이, 중이, 내이로 구분된다. 고막을 기준으로 바깥쪽에 외이가, 안쪽으로 중이와 내이가 위치한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내이에는 몸의 균형 유지에 관여하는 전정기관이 존재한다. 머리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뇌의 중추평형기관에 전달, 신체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기관이다.
이 전정기관에는 이석(耳石), 말 그래도 귓속의 돌이 존재한다. 머리를 기울이거나 몸을 움직이면 함께 기울면서 세포를 자극해 뇌가 위치 감각을 느끼게 하는 역할이다. 크기는 모래알보다도 작은 먼지 수준이다. 이 작은 칼슘 부스러기가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몸의 회전을 느끼는 세반고리관으로 들어 가면 몸이 빙빙 돌아가는 느낌이 들게 된다.
보통 아침에 일어나거나 침대에서 몸을 돌릴 때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어지럼증을 많이 호소하지만 심한 경우 구토나 두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환자들은 ‘코끼리 코를 하고 10번 돌고 난 직후의 느낌’이나 ‘롤러코스터를 타며 느낀 극심한 어지럼증’ 등으로 통증을 표현한다. 박시내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석증으로 인한 어지럼증은 보통 1분이면 사라진다. 그러나 세반고리관 안은 점도가 높은 젤 같은 물로 가득 차 있는데, 여기에 이석이 달라붙거나 하면, 어지럼 지속 시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각 조치 필요한 응급 신호는 원인은 명확지 않지만 노화가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또 여성의 경우 폐경기에 가까워지면 호르몬 변화에 따라 칼슘 대사에 장애가 생기고 뼈가 약해 지면서 골다공증과 이석증이 같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 이석증 환자 중 50대 이상 여성의 수는 같은 연령대 남성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이외에 머리에 충격받거나 전정신경염·메니에르병 등 내이 질환이 있었던 경우에도 이석증이 잘 생길 수 있다. 이석증은 눈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기록해 이석이 어디로 움직였는지 확인하는 ‘비디오 안진 검사’로 진단하고, 환자의 머리를 움직여 이석을 원위치로 갖다놓는 이석치환술로 비교적 손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2주 이상 지나면 사라진다는 말에 고통을 참는 경우가 있지만, 진단·치료 시 증상이 즉시 좋아지는 만큼 불필요하게 통증을 참을 필요는 없다.
박시내 교수는 “어지럼 지속 기간은 짧지만 많은 이석증 환자들이 응급차로 병원을 찾을 만큼 극심한 통증을 겪는다”며 “특히 한번 생긴 사람들은 거의 재발을 한다고 봐야 할 만큼 재발이 잦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중년 여성은 폐경 이후 골다공증과 함께 이석증이 많이 생기는 만큼 비타민D를 챙겨 먹는 등 골다공증에 신경 쓰고, 메니에르 등 2차적으로 이석증의 원인이 되는 질병 관리를 잘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한번 이석증 진단을 받은 후 어지럼증이 생긴다고 무조건 이석증 재발이라고 속단하면 안 된다. △갑자기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어지럼증이 수십 분 이상 지속하거나 △말이 어눌하거나 △물체가 둘로 보이거나 △팔다리 조절 장애가 있거나 △과거에 뇌졸중이 있었거나 뇌졸중의 위험이 높은 만성질환자(고혈압, 당뇨 등)의 경우라면 뇌혈관질환 가능성을 생각해 응급실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