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염소
-
>
손녀를 마침내 안아보고 기분 좋게 돌아오는데
흑염소 엑기스를 보냈다며
잘 챙겨 드시라는 지인의 문자가 떴다
살피재역에서 수락산역에 다다를 때까지
어미 잃은 흑염소 한 마리 음매음매 우는 환청이 들린다
환청만 들리는 게 아니라
순한 눈동자가 내 눈에 아른거린다
34년 전 딸 산간을 하러 올라오셨던 어머니
말 못할 짐승이 혼자 새끼를 낳았을 거라며
걱정을 태산처럼 하시더니
산간을 하다말고 시골집으로 내려가셨다
텅빈 집에서
홀로 새끼 낳느라 신음했을 흑염소를 생각하니
그때 어머니께 서운했던 감정이 가신다
냉장고에서 엑기스
한 봉지 꺼낼 때마다 음매애 음매애~~
울음소리 들려오는 것만 같다
카페 게시글
배덕정 작가방
흑염소/시
배덕정
추천 0
조회 17
23.07.14 23:50
댓글 2
다음검색
첫댓글 마음도 너무 고우신 선생님이시네요. 그냥, 몸에 좋은 것 드신다고 좋게 드셔요. 어머님 그리워하고 생각하시는 마음 보입니다.
"흑염소야, 고맙다. 덕분에 건강 잘 챙길게."
이렇게 말하고 잘 드시면 흑염소도 좋아할 거예요.
스스로 택한 게 아닌 현실적인 거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