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전쟁
- 시야를 조금만 넓혔더라면-
오경자
사람의 한 평생을 조명한다는 것은 아무리 잘해도 본전 찾기가 힘들 것 같다. 세상만사가 다 앞뒤가 있고 장단점이 있고, 높고 낮은 굴곡이 있기 마련이어서 그렇다. 아무리 훌륭한 영웅이라 할지라도 그늘이 있고 실패가 없을 수 없는 게 우리네 사람이다. 그런 면을 잘 생각해서 되도록 완벽에 가깝게 만든다 해도 한계가 있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평전이나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는 여러 면에서 고찰하고 되도록 장단점을 고루 다 담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최우선의 조건이다.
요즘 건국전쟁이라는 영화가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한민국의 건국과 6.25한국전쟁을 거쳐 오늘에 이르는 한국 최근현대사를 다룬 영화인데 이승만을 중심으로 역사적 사실을 중심으로 만든 다큐멘타리 영화이다. 주로 실제 상황을 담았던 영상기록물을 중심으로 쓰고 관련 인물들을 전문적 분야에서 고르게 등장시켜 그들의 육성으로 직접 설명하고 실명과 직책까지 밝힘으로서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어려운 여건에서 대한민국을 건국하는데 성공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이상하게 폄하 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 김덕영 감독이 야심차게 메가폰을 잡고 역사적 사실을 근거자료로 해서 건국영웅 이승만을 제대로 조명해 보겠다는 제작의도를 갖고 만든 다큐멘타리 영화이다.
4.19로 대통령직을 떠나게 된 이승만을 시작으로 해서 독립운동시기의 활약상과 건국을 이루어내는 과정과 혼란스러운 해방정국의 우리나라의 난맥상, 6.25전쟁을 치르면서 뚝심과 비상한 외교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면서 한미동맹을 이끌어내는 영웅의 모습을 자료영상과 관련자들의 증언으로 객관성을 살리면서 잘 이끌어 갔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너무 잘 시킨 민주주의 교육 덕택에 그 교육을 받고 자란 학생들이 4.19혁명을 일으켜 이승만을 실각시켰다는 부분이었다. 정말 그랬다. 그것으로 미루어 다른 부분들도 사실과 같으리라는 확신 같은 것을 느끼면서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무언가 모르게 아쉬운 생각에 마음이 흔쾌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아무리 생각해도 4.19배경 설명 부분 때문인 것 같다. 3.15부정 선거를 말하는 증언자가 하는 말이 이승만은 경쟁자 조병옥후보가 그 해 2월25일에 병사했기 때문에 이미 당선이 확정되었기에 3.15선거는 이승만과 상관이 없는 선거라는 말을 한다. 그것으로 그 부분의 이야기는 끝이다. 이승만의 훌륭함을 부각시키기 위한 면에서 볼 때 그 말이 아주 유효하고 더 이상 다른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면 큰 잘못이다. 4.19혁명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성공한 혁명이고 그 정당성은 헌법전문에 들어감으로서 이미 인정받은 일이다. 그 증언 다음에 3.15부정 선거의 실상을 전하는 증언이 있어야 온전한 다큐물로서의 위상이 더 올라가고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되었을 것인데 안타깝게도 그런 시도가 없음이 매우 아쉽다. 이승만의 업적을 알리고 정리하는 것이 목적이어서 그랬으리라고 이해는 된다. 하지만 그동안 역사를 왜곡시켰다고 분노하는 대상 그들,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말한다고 싫어하는 바로 그 부분의 우를 역시 범하고 있는 부분이어서 안타까운 심정이다.
사족이 될지 모르겠으나 이승만 대통령의 간절히 기도하는 장면이 없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제헌국회가 개원할 때 국회의사당에서 기도해서 오늘까지 우리 국회의사당에 기도실이 존재하고 있음은 다 아는 역사적 사실이다. 6.25 한국전쟁 중에 그는 고비마다 눈물로 기도했다. 그 장면 한 컷 쯤 들어갔어야 이승만의 인간적 고뇌와 진정한 애국심의 깊이가 잘 전달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좁은 소견일지 모르지만 이승만의 빛나는 업적을 아낌없이 조명하고, 거기 더 해서 대통령이 되고 장기집권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1950년대 초기 부산 시절부터의 정치적 파행(?) 들을 가감 없이 전함으로서 권력의 속성이 얼마나 사람을 망가지게 하는지를 국민이 판가름할 수 있게 했더라면 더 수준 높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아 매우 아쉬운 마음이다. 어려운 시기에 용기 있게 그동안의 왜곡을 과감하게 파헤친 이번 다큐멘타리 제작은 가히 쾌거라 할만하다.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좁은 소견을 포용해 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24.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