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가족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기 때문에…가족인가?
가족의 의미가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예전엔 가족이라면 대가족 핵가족 뿐인줄 알았다.
가족은 혼인으로 인해 만들어져 혈육으로 맺어지는 줄만 알았다. 가족은 다 같이 함께 사는게 당연한 줄 알았다.
가족 촌수에 대한 농담이 있다.
낳을 땐 1촌, 사춘기땐 4촌, 대학가면 8촌, 결혼하면 사돈의 8촌,
그래서 곁에 있을 땐 내 자식이지만
똑똑하고 잘 나서 대학이라도 보내면 나라의 자식, 유학이라도 가면 해외동포, 빚 진 자식이 내 자식이 된단다.
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속담이 달리 생긴게 아닌가보다.
요즘 아이들에게 가족이 함께 한는 장면을 그려보라면 다양하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론 아버지는 빠져 있어도 반려동물은 필히 챙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 아닐 수도 있지만 부모는 엄마는 늘 그러한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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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엄마 > / 안학수
낳아 준 엄마의 얼굴도 못 본
다섯 살 짜리 꼬마 효령이는 오늘
오랜만에 아주 기쁜 날이랍니다
오래오래 함께 살겠다고
꼭꼭 약속했던 엄마들은
가난한 농사꾼 아빠가 싫다고
술 먹고 주정하는 아빠가 밉다고
정만 들여 놓고 멀리 떠났답니다
오늘 들어온 네 번째 엄마는
화장한 얼굴에 빨간 손톱이 예쁘고
짧은 치마랑 물들인 머리도 멋진
아름다운 엄마라서 더 좋답니다
먼지 범벅 코 범벅 새까만 손으로
새엄마를 만지고 또 만지는 효령이
다른 집 엄마는 헌 엄마지만
자기네 엄마는 새엄라라고 자랑합니다
<어떤 싸움의 기록> 이성복
그는 아버지의 다리를 잡고 개새끼 건방진 자식 하며 비틀거리며 아버지의 샤쓰를 찢어발기고 아버지는 주먹을 휘둘러 그의 얼굴을 내리쳤지만 나는 보고만 있었다. 그는 또 눈알을 부라리며 이 씨발놈아 비겁한 놈아 하며 아버지의 팔을 꺾었고 아버지는 겨우 그의 모가지를 문 밖으로 밀쳐냈다.
나는 보고만 있었다. 그는 신발 신은 채 마루로 다시 기어 올라 술병을 치켜들고 아버지를 내리 찍으려 할 때 어머니와 큰누나와 작은누나의 비명,
나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의 땀 냄새와 술 냄새를 맡으며 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소리 질렀다. 죽여 버릴 테야.. 법(法)도 모르는 놈. 나는 개처럼 울부짖었다. 죽여 버릴 테야 별은 안 보이고 갸웃이 열린 문 틈으로 사람들의 얼굴이 라일락꽃처럼 반짝였다 나는 또 한번 소리 질렀다. 이 동네는 법(法)도 없는 동네냐 법(法)도 없어 법(法)도 그러냐 나의 팔은 죄(罪) 짓기 싫어 가볍게 떨었다. 근처 시장(市場)에서 바람이 비린내를 몰아왔다. 문(門) 열어 두어라 되돌아올 때까지 톡, 톡 물 듣는 소리를 지우며 아버지는 말했다.
<조등이 있는 풍경> / 문정희
이내 조등이 걸리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무도 울지 않았다
어머니는 80세까지 장수했으니까
우는 척만 했다
오랜 병석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머니가 죽었다
내 엄마, 그 눈물이
그 사람이 죽었다
저녁이 되자 더 기막힌 일이 일어났다
내가 배가 고파지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죽었는데
내 위장이 밥을 부르고 있었다
누군가 갖다준 슬픈 밥을 못 이긴 척 먹고 있을 때
고향에서 친척들이 들이닥쳤다
영정 앞에 그들은 잠시 고개를 숙인 뒤
몇 십 년만에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니, 이 사람이 막내 아닌가? 폭 늙었구려."
주저없이 나를 구덩이 속에 처박았다.
이어 더 정확한 조준으로 마지막 확인 사살을 했다
"못 알아보겠어.
꼭 돌아가신 어머니인 줄 알았네"
<재춘이 엄마> / 윤재림
재춘이 엄마가 바닷가에 조개구이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이네'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看月菴) 같은 절에 가서
기왓장에 이름을 쓸 때,
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밖에 없어서
'김재춘'이라고만 써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만 그러는 게 아니다
가서 보아라, 갑수 엄마가 쓴 최갑수, 병섭이 엄마가 쓴 서병섭,
상규 엄마가 쓴 김상규, 병호 엄마가 쓴 엄병호.
재춘아, 공부 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