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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백 (階伯)
-칼에 묻는다-
기 획 안
제 목 계 백
형 식 70분 × 32회
기 획 MBC 드라마제작국
제 작 코어콘텐츠미디어
극 본 정 형 수
연 출
기 획 의 도
1)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구태의연한 표현은 차치하고라도,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백제는 오랜 세월 ‘폭군 의자왕’이나 ‘낙화암에서 몸을 던지는 삼천궁녀’ 쯤으로 요약되어 지리멸렬한 국가로 인식되어 왔다. 근래 들어 백제의 기록과 유적지들이 확대발굴되면서 백제에 대해 무지했던 새로운 사실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서해를 장악했던 해상국가>,<동북아시아의 문화교류 중심지>.... 심지어는 <왜·중국· 동남아시아까지 담로를 두었던 대제국>이었다는 과대해석하는 의견들까지 물막이 터진 저수지처럼 넘쳐난다.
이 작품은 역사 속에 감추어졌던 백제의 위대함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승자의 역사 속에 억눌렸던 백제의 한을 분출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장장 680년의 역사를 지닌 백제가 폭군 왕의 과도한 음주가무 때문에 망했다는 망언을 걷고, 백제가 대내외관계 속에서 얼마나 치열한 투쟁과 고통을 겪었는지를 드라마적 재미와 역사적 의미를 통해 보여주려 한다.
2) 근대국가가 되기 직전까지 일본의 전국통일은 오다 노부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토쿠카와 이에야스로 이어진다. 앞서 통일을 이룬 쇼군은 뒤이은 쇼군에 의해 정벌당하고 그 역사적 막을 내린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노부나가나 히데요시를 결코 패망한 쇼군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이에야스의 통일을 완성한 거름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그들 또한 역사에서 제 노릇을 다한 쇼군으로 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시각을 차용한다면 백제야말로 신라의 통일과, 역사적 진보를 위해 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 국가였으리라. 백제와 고구려의 끊임없는 위협 속에서 상대적으로 군사력이 약했던 신라는 외교력으로 정황을 극복하여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떤 국가도 홀로 발전한 나라는 없는 법이다. 주변의 여러 나라와 끊임없는 대외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필자는 백제의 멸망을 외교적 고립이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 여긴다. 달리 말하면 그것은 곧 백제의 자주적 노선을 의미하기도 한다. 백제 멸망 8년 전, 백제 의자왕은 신라에게 빼앗은 성을 당나라가 신라에게 다시 돌려주라고 하자, 이때부터 완전히 국교를 끊게 된다.
만약 당의 간섭과 군사적 개입이 없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인가....
이 드라마는 국제적 고립에도 불구하고 선택해야만 했던 백제의 자주적 노선의 의미를 설득력 있게 그려보려 한다.
3) 그 무엇보다 백제 말엽이 강성했던 이유는 인재에서 찾아야 한다. 책사로 성충과 흥수가 있었다면, 탁월한 무장으로는 계백과 흑지상지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다른 나라에서도 탐냈던 인재들이다. 사실적인 예로, 흑지상지의 경우 백제 패망 후 당나라로 건너가 돌궐을 정복한 혁혁한 전과를 올린 경우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대부분의 백제의 인재들은 운명을 나라와 함께 했다. 그들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렸던 것이 과연 주군이었던 의자왕과의 충의 때문만이었을까.... 그들에게도 이 땅에서 이루고자 했던 꿈이 있었을 것이다.
성충과 흥수, 두 천재적 책사는 처음엔 의자를 도와 정권을 잡고, 이후 강력한 법가정신(법치국가)를 실현하려 했다. 그것은 삼국일통을 위한 천년대계의 기반이었다.
현명한 왕이라면 다행이지만, 모든 군왕이 현명할 수는 없다. 독재적인 폭군이나, 유약한 군주가 나라를 다스린다면.... 삼국일통은 커녕, 나라의 십년지계도 장담하기 어렵다. 성충과 흥수는 당대는 물론 후대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국가 운영의 시스템을 만들고, 가동하려 한 것이다.
이 드라마는 고대국가 시절에도 앞서나갔던 영웅들의 꿈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그 웅대한 기상을 전해줄 것이다.
4) 그리고 계백....! 이 드라마의 수레바퀴인 인물이다.
660년 황산벌에서 죽었다는 기록 외엔 어떻게 낳았는지, 살았는지 아무 기록도 없는 인물...
그의 최후에서 유추해보면, 훌륭한 전략가이자 무예가였고, 적국(신라)에서조차 그를 위대하게 평가할만큼 대쪽같은 충신이었다는 것...
필자는 이 인물을 삼국의 격랑 속에서 사랑과 충의, 그리고 역사의 진보적 거름을 아우르는 인물로 해석하고자 한다. 그는 역사적 기록 그 어느 곳에서도 성장과정이 보이지 않는 평범한 출생이었으리라...
그런 인물이 해동증자라 불리웠던 의자를 만나 충의를 알게 되고....
초영을 만난 사랑을 가치를 온몸으로 불태워보고...
또 당대의 석학 성충과 천재 흥수를 만나 새로운 국가관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고 믿음을 지니게 된다.
들판의 키작은 풀에 불과했던 그가 만났던 인연들을 통해... 혹독하게 거듭나고...
마침내, 나라의 존망을 떠받치는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한 것이다.
어느 편견의 미망에 빠지지 않고 충의와 사랑과 미래의 에너지를 모두 끌어안고 산화한 이 사내야말로
백제 마지막 역사의 한 페이지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계백...! 우리는 일생을 불살랐던 이 사내를 통해, 역사의 연속성은 승전국의 함성이 아니라...
사람의 가치가 이어간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제 작 방 향
1) 이 작품의 배경은 백제의 전성기와 멸망기를 함께 다룬다. 때문에 삼국과 당나라, 일본(왜)을 포함한 당대의 정치, 외교, 문화적 정황은 물론이고 특히 의자왕을 중심으로 한 백제 내부의 치열한 권력다툼을 그릴 것이다.
하지만, 과거 몇몇 작품들은 그 대중적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최초의 기획방향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오류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한다. 즉 작품이 추구하려던 가치와 의미의 상실, 스토리의 변질, 주인공으로부터 이탈하는 무게중심 등을 철저히 경계하고 나아갈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작품은 당대의 정치적 정황을 권력주도층이 만든다 하더라도...
그 정황의 진행과 결과는 철저히 계백 중심으로 펼칠 것이며, 이로 인해 작품의 의의와 인물에 대한 가치와 향기를 시청자들과 함께 향유하고자 한다.
2) 통일기에 소용돌이치는 전쟁과 사건 그리고 영웅들의 활약은 당연히 시청자들의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나, 제작여건상 볼거리에 모든 걸 치중할 수는 없으며, 또한 졸속하게 보여줄 영상 같으면 아니 하는 게 낫다.
이 작품은 역사적으로 그리고 드라마적으로 주인공의 삶과 시대적 상황의 분수령이 될 만한 큰 전쟁이나 사건이 아니고서는 화려한 스케일의 영상보다는 이야기의 밀도와 주인공들의 감정으로 전개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미국드라마 ‘롬(ROME)’을 참고하시길)
3) 이 작품은 성공스토리가 아니다. 나라를 세운 영웅, 나라의 전성기를 구가한 영웅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성공스토리다. 비록 패망기에 활약한 인물이나 진흙밭에 떨어진 씨앗이 연꽃을 밀어올리듯, 본인의 출생의 한계와 처지로 평범히 살았을 한 청년이 수많은 인연을 통해 스스로 운명의 수레바퀴를 역사 속으로 밀어넣으며 성장하고, 그 성장통 속에서 점차 큰 나무가 되어가는, 사람의 가치를 완성하는 내면의 성공스토리라 할 것이다.
계백이 고민과 결정의 시점마다, 칼에게 던지는 고뇌는 그의 진실됨과 참됨으로 향하는 성장을 보여줄 것이다.
✰주 요 등 장 인 물✰
언 월 도 (偃月刀)
‘나는 서기 660년 황산벌에서 쓰러졌다. 나의 주군과 함께...’
언월도는 전장을 누비던 계백의 손에서 한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수족과 같다.
계백은 그 어디에도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단지 초승달처럼 그의 머리맡을 지켜주던 언월도를 보며
그의 고뇌를 던지곤 했을 뿐...
이 칼은 어느 역사의 기록에도 남지 않은 계백의 生을 전해줄 전언자(나레이터)로써
계백과 함께 평장(平葬)되어 1350년을 잠들어 있다가
2011년 논산의 국도 토목공사 중 발견된다.
하지만 누구도 그 칼과 인골의 정제를 알지 못한다.
긴 잠에서 깨어난 이 칼이 천년의 녹을 털 듯
신산하고 파르스름한 계백의 혼과 삶을 우리에게 들려줄 것이다
계 백 (?∼660)
“죽지 마라! 꼭 살아 돌아가라!
오늘 만큼은 조국을 위해서도... 역사에 남기 위해서도 싸우지 마라.
오직 너희들의 부모와 아내와 자식과 형제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살아남아라.
그 길은 오늘 죽지 않고 싸워 이기는 길 뿐이다.”
그 칠월 뙤약볕이 황산벌을 뜨겁게 달구던 날, 나는 오천 병사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나도 살고 싶었다. 그리고 돌아가고 싶었다.
...기꺼이 죽어 신라군의 사기를 올리고자 했던 어린 화랑을 베고 난 그날 밤...
나는 짐작하고 있었다. 황산벌이 나의 뼈를 묻어야 할 곳임을...
그리고 또한 알고 있었다. 나의 죽음이 백제의 멸망과 이어질 것임을...
그러나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忠도, 義도, 사랑도 모르던 내가 그 모든 것을 남김없이 태우고 떠날 수 있기에...
주군!... 고맙습니다.
당신은 저를 짐승이 아닌 사람으로 마지막을 맞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주군을 만나기 전, 사람이란 태어나는 곳이 곧 죽는 곳이라 여겼습니다.
저는 똥통에서 태어나 똥밭을 구르다 똥덩이로 죽는 게 제 처지이자 운명이고
주군은 왕실의 비단 강보에 태어나 금은보화에 둘러싸여 살다가
죽어서도 신선이 되는 운명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 제게 손을 내미신 분이 당신이었습니다.
똥밭이든 비단길이든 함께 뒹굴자고...
그날은 제가 마지막으로 짐승처럼 울던 날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전 사람으로 살게 된 것입니다.
주군...당신은 저를 다시 낳은 어머니입니다.
성충 형님, 흥수 형님... 고맙습니다.
당신들은 제게 의로움과 지혜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사람으로 살고자 시작할 때, 가장 사람답게 저를 이끌어주신 형님들...
왜 사람노릇을 해야 하는지... 사람노릇을 위해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
당신들은 저를 용기와 지혜로 무장해주셨습니다.
형님들은 저를 사람으로 길러준 아버지입니다...
그리고... 내 목숨 백이라 한들 바꿀 수 없는 초영아...
이승에서 내 머리맡을 지켜준 것만도 몇 겁을 지나도 갚을 수 없는 빚인데...
너는 이 미련한 인간과 저승까지 팔을 끼고 가려 하느냐...
그래 가자... 활짝 웃으며 가자.
이젠 내가 너에게 한 필의 말이 되겠다.
한 평생 나로 말미암아 무거웠던 짐 훌훌 내려놓고...내 등에 올라타거라...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는 너를 태우고 초원과 강과 산을 바람처럼 달려가마...
달리다 지치면 내 몸에 기대 꿈도 없는 잠을 이루어라...
배가 고프면, 내 육신이라도 베어내 고깃국을 끓이마...
초영아... 죽음도 멸망도 아무 것도 두렵지 않으나...
오직 하나... 나는 두렵다...
너를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
저승에서든...내생에서든.... 혹여 너를 만나지 못할 것이...
나의 아내여... 나의 사랑아...
의 자 왕 (?∼660)
“백아... 나에겐 세 가지 꿈이 있었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나의 꿈은 그저 살아 남는 것이었다...
그리고 살아남았을 때... 혼탁한 이 나라에 義와 忠을 바로 세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꿈은 삼국의 백성들이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을 一統을 이루는 꿈이었다.
그건... 너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므로 백아... 너는 곧... 나다...!”
역사를 두려워하라...고 대신들은 얘기했다.
장자(長子)이면서도 세력이 없어 비굴하게 하루하루 연명할 때도
대신들은 나를 역사에 기록할 가치도 없는 자로 조롱했다.
백아... 나는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니 역사에 기록되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폭군으로 기록되어도 좋다.
기록 따위가 어찌 나의 모든 삶을 평가한단 말이냐.
평가조차 받기 싫다.
나는 보고 들었다.
이 조그만 땅에서 세 조각으로 찢겨진 백성들이 크고 작은 전란에
부모를 잃고, 형제를 잃고, 자식을 잃어 매일 밤 이어지는 애끓는 곡소리를...
귀족들은 백성을 칼받이로 내몰고 그들은 그 뒤에 숨는다.
백성들의 피와 울음소리 뒤에 숨는다.
나는 이제 이 불의와 참상을 끝내고자 한다.
작은 전쟁을 큰 전쟁으로 끝내고자 한다.
그리고 마침내 아무런 전쟁이 없는 세상을 이루고자 한다.
역사 따위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
후세의 평가 따위를 위해 살지 않겠다.
나는 지금 이 시절을 위해... 바로 당장 백성들의 現 생애를 위해 살겠다.
나는 한때의 좌절로 뜻을 꺽지 않을 것이다.
무릇 사내가 뜻을 품었다면
한 마리 가을 매가 하늘을 박차고 오르는 기상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백아... 그래서 너는 나의 날개다...
백아... 그래서 너는 나의 심장이다...
백아... 그리하여... 너는 곧 나다...!
초 영
“...장군... 당신만이 저의 나라고... 당신만이 저의 나랏님입니다...
다시 태어나 당신을 만날 수만 있다면 사람의 모습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평생 당신의 곁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았던 칼이 되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알아보지 못해도... 다시 한번 당신과 일생을 함께 하고...
함께 묻힐 칼이면 좋겠습니다.
당신을 지키기 위해 칼춤을 추고... 당신의 신음을 달래는 노래를 하겠습니다.
제가 무엇이 되든...
당신만이 저의 나라고... 당신만이 저의 나랏님입니다...
...장군...그리고 영원한 나의 낭군이시여... ”
부모도 고향도 글도 모르는 종이었습니다...
아는 것이라곤 ‘들꽃’이라는 제 이름 뿐이었습니다.
전쟁터에 버려진 저를 주워 기른 약초꾼이 지어준 이름, 들꽃....
제가 아씨의 몸종이 되어 장군의 댁에 처음 왔을 때...
장군은 ‘들꽃’은 꽃의 이름도 아니고... 사람의 이름도 아니라고 하시며 웃었지요...
그리고는 이름없는 들꽃이 어딨냐며...
제게 ‘초영(草英)’이라는 이름을 주셨습니다.
그날 전 차디찬 바위에 온기가 도는 듯, 혼이 깃든 듯 아득한 어지러움을 느끼며...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날 이후, 전 평생 장군이 밟는 흙이라도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씨가 변을 당하시던 날... 전 아씨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아씨를 따라 죽으려던 저를 장군께서 잡으셨지요.
그리곤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죽으면 정말 용서하지 않겠다...
네가 죽을 때는 나를 위해 죽어야 할 때다...”
저를 살리고자 하신 말씀인 걸 알았지만...
전 덤으로 남은 생을 장군을 위해 죽고자 결심했습니다.
또 장군께선 또 참되고 가치있게 죽어야 하다며
글과 무예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장군을 위해 참되게 죽기 위해 저 또한 불철주야 노력했습니다.
마침내 死地에서 소임을 이루고 돌아왔을 때...
살아돌아온 저를 안으며 가장 기뻐하셨던 분은 장군이셨습니다.
당신을 위해 죽으라 하시던 분이...
내내 제가 살아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셨다니...
도대체 이년 살아야 하는 겁니까, 죽어야 하는 겁니까...
헌데... 이 무슨 괴이한 마음입니까...
저 또한 소임을 맡으면 맡을수록...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장군의 얼굴이 보고 싶어집니다...
...한번만 더 살아 돌아가고만 싶어집니다...
...장군을 위해 죽어야 하는데...
자꾸만...자꾸만 살고 싶어지니...
...이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장군...
성 충 (?∼656)
“백아... 너는 내게 스승 같은 이라 하지만
너야말로 나를 한 삶 동안 두 생애를 살게 하였다.
너야말로 나의 스승이다“
깊은 산속에 살며 거친 옷에 짚신을 신고 맑은 못가에서 발을 씻으며
고송에 기대 휘파람을 불며 살았다.
누옥에는 거문고와 고서를 쌓아두고 바둑판 하나가 아내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간혹 마당에 친구처럼 찾아오는 백학 한쌍과 노닐고,
꽃 나무 사이에서 기운을 북돋우는 약초를 심었다.
오가는 산승과 왕래하며 소요하면서 세월이 오고 가는지,
조야(朝野)가 잘 다스려지는지 어지러운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나는 그렇게 아수라 같은 세속과 섞이지 않고
나무와 바위와 한뿌리가 되어 살다 죽기를 소원하였다.
바로 네가 내 목에 비수를 들이대기 전까지는...
내가 세상에 출사를 한 건 목숨이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세상이 신음하고, 백성이 매일 피를 토하며 죽어나가는데...
홀로 신선으로 사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너의 비수에 죽으라는 말 한마디가
나를 죽비처럼 내리쳤었다.
나의 고결함이...나의 소요함이 박살났다.
죽기보다 괴로웠지만, 그것이 나의 두 번째 생애의 시작이었다.
그건 운명이었다...
그래... 세속으로 나간다.
대붕(大鵬)은 수백년을 웅크려 있지만, 한번의 날개짓으로 수천리를 날아간다.
그 날개짓으로 구름을 모아 백성들에게 단비를 내리고...
피로 젖은 대지를 씻어야겠다.
이것이 너와 함께 나가는 출사표다...!
흥 수 (?∼?)
“나를 등용하시겠다? 그것도 겨우 7품 장덕에?
으하하하! 백아 들었느냐?
용소(龍沼)에 사는 용이 아니라... 개천에 사는 용이라고 장덕에 등용하시겠단다.
이보시오 왕자...
나를 사는 순간.. 장차 그대를 태자로 만들어주고 또한 왕으로 만들어 드릴텐데...
이렇게 밑지는 장사가 어디 있단 말이오...
유비도 제갈량 같은 이를 군사(軍師)로 모셨는데...
제갈량과 방통을 날개로 달면서 겨우 장덕이라니...
정녕 나를 사고 싶거든 재상이나 좌평을 주시오...!”
...내 이럴 줄 알았다...
애초에 사람이란 종자들이 믿을 것이 못되지...
백아...내 말하지 않았더냐.
대장군의 깃발을 세우고 관인을 허리에 두르면, 나라의 안위보다는
높은 수레와 비단옷을 입고 필시 노랫소리와 음악소리를 듣고자 싶어하고,
어여쁜 계집들을 끼고 놀고 싶어한다고...
지위와 재물을 잃을까 의심만 깊어간다고...
...단순한 세상...졸렬한 사람... 바둑판 같은 전쟁놀이...
내 일찍이 세상사, 인간사를 꿰뚫고 하룻밤 사이 城 한두 개 취하는 것은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내 재주만을 믿고 치기만으로 출사를 한 건 아니었다.
너와 명(明.의자왕의 생전 이름)의 진심에 감복해... 혹여나 하는 마음에 출사를 했다만
세상은 내 뜻대로만 되는 건 아니었다.
내 이럴 줄 알면서도 세상에 나왔다만... 결코 후회치 않는다.
백아...너만은...오직 너만은 나를 실망시켰다...나의 편견을 깼다.
이 바보 같은 아우야...
이 천치 같은 아우야...
무 왕
의자의 아버지. 강력한 카리스마로 왕권을 강화하고 백제의 군사력을 키웠지만,
신라왕실의 선화와 혼인했다는 약점 때문에 신하들에게 종종 시달린다.
이 때문에 선화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의자를 끔찍이 사랑하지만
의자가 언제든 암살 당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겉으로는 차갑게 대하고,
태자 또한 다른 왕자를 삼겠노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그러다가 붕어(崩御) 2년 전에서야 기습적으로 의자를 태자로 삼는다.
그리고 전심전력으로 의자를 보호하며 생을 마치게 되는데,
그의 유지는 국주모에 의해 다시 조작된다.
국 주 모 (사택妃)
의자왕의 계모. 무왕의 후비. 사택비라 불린다.
대성팔족의 한 일파이자 최대 실력가인 사택적덕의 딸.
선화왕비가 죽자, 자신의 아들 교기를 태자로 세우려 한다.
가문의 후광과 뛰어난 미모에 지략 또한 뛰어나다.
늘 온화한 미소로 사람을 대하지만,
그 미소 뒤에는 상대의 심장을 도려내는 차가운 비수가 숨어있다.
교 기
무왕과 국주모 사이의 아들.
국주모의 후광을 입고 자라 왕자들 중 가장 강력한 세력을 지니고 있다.
이복형인 명(의자왕)을 죽이기 위한 노력이 필사적이다.
호전적이고, 절륜한 무예를 지니고 있다.
무 진
계백의 아버지. 선화와 의자의 호위무사였다.
선화와 어린 왕자 명을 늠름하게 지켜낸다.
하지만 국주모의 계략에 떨어져 신라 세작이라는 누명을 쓰고 죽기 전,
가까스로 탈출해 은둔하고 산다.
은 고
의자왕의 마지막 비.
의자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인.의자만을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인.
평민 출신이지만, 빼어난 미모와 지략으로 의자가 태자가 되는데 많은 공을 세운다.
그후 궁으로 들어가지만, 평민 출신의 한계 때문에 궁녀로 살다가
의자를 위협하는 정적을 제거해나가며 왕비의 자리에 오른다.
자신과 의자를 견제하는 세력은 반드시 주살하는데, 그 정도가 심해 많은 적을 양산하게 된다.
처음엔 성충과 흥수, 계백과 뜻을 함께 하지만
후엔 그들마저 왕권을 위협할 세력으로 간주해 음모에 빠트린다.
사택적덕
사백비의 아버지. 상좌평.
백제의 대성팔족을 대표하는 권력자로 무왕마저도 두려워하는 존재.
하지만 백제에 대한 충심만은 대단하다.
윤 충
무왕과 의자왕 이대에 걸쳐 맹활약한 장수.
642년, 의자왕 2년에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군사 1만을 이끌고
신라의 대야성(지금의 합천)을 함락시킨 맹장.
의자가 태자가 되는데 많은 힘을 실어준다.
의 직
역시 무왕과 의자왕 이대에 걸쳐 활약한 장수.
647년(의자왕7년)에는 신라의 무산성을 함락시키고,
648년에는 신라의 요거성 등 10개의 성을 공략했다.
좌평 신분으로 나·당 연합군에게 마지막까지 맞선 충신.
흑치상지 (630∼689)
계백과 더불어 의자의 양팔이라 할 정도로 뛰어난 장수.
어릴 적 이름은 항원(恒元).
원래 부여씨(夫餘氏였)으나 백제의 담로(식민지)인 흑치(黑齒) 지역에 봉해졌으므로
이후 흑치 성을 쓰게 되었다.
7척 장신에 창과 활을 잘 쓴다.
백제 멸망 후, 부흥군 운동을 주도하다가 후에 당에 투항해 건너간 이후,
돌궐을 토벌하는 등 큰 공을 세운다.
은 상 (?∼649)
의자왕 때의 장수. 좌평.
649년 군사 7,000을 이끌고 신라의 석토성 등 일곱성을 공략한 맹장.
김유신, 진춘, 죽지, 천존 등의 신라 맹장들이 연합해 대적했으나,
10여일 이상을 싸워 막아내다 장렬하게 전사한다.
사택지적
의자왕 때의 대신. 대좌평을 지냈다.
성품이 온화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협상에 일가견이 있다.
642년(의자왕2)에 일본에 다녀왔으며 654년 관직에서 물러난다.
그가 만든 사택지적비는 백제의 높은 문화수준을 보여주었다.
각 가
좌평. 나당연합군이 사비성을 공격하려 할 때,
국서를 가지고 당나라 진영을 찾아가 소정방에게 준엄히 군대를 철수시킬 것을 요청한 충신.
교 기
의자왕의 조카이자 부여강의 장자.
의자는 국주모와의 협상으로 자신의 뒤를 교기가 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태자에 오르지만,
의자는 재위 2년에 교기와 그 일족을 일본으로 추방시킨다.
✰부 속 등 장 인 물✰
(시대 흐름에 따라 명멸하는 인물들)
백기
무왕,의자왕 때의 장수. 달솔.
신랑의 모산성(지금의 남원시 운봉읍) 공략.
옛가야 지역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전개했던 장수.
임자
좌평. 신라의 부산현령(夫山縣令) 조미압을 잡아 종으로 두었다.
그러나 이중스파이인 조미압의 농간으로 김유신과 내통해 백제의 실정을 상세히 알려준다.
상영
달솔. 나당연합군이 쳐들어올 때,
신라군을 먼저 치고 이긴 다음 당군을 치자는 이견을 내놓는다.
계백과 함께 황산벌 전투에 나가 싸우다가 포로가 된다.
기미
내좌평. 국주모와 교기의 참모.
교기와 함께 일본으로 추방당한다.
장복
의자왕 때의 외교가.달솔.
의자가 대외적인 왕권 안정을 취하기 위해 왜에 파견한 대신.
일본 교교쿠왕으로부터 일본의 12관위 가운데, 두 번째인 소덕(小德)을 제수받는다.
검일(?∼660)
신라의 반역자.
신라장수 품석에게 아내를 빼앗기자 앙심을 품고,
642년 백제의 윤충이 신라의 대야성을 공격할 때 백제와 내통해 성을 공략하게 한다.
모척(?∼660)
신라의 반역자.
검일과 공모한 친구.
충상
황산벌에서 계백의 좌평 신분으로 출전하지만,
신라에 투항하여 활동하고, 백제부흥군 토벌에 앞장선다.
해수
무왕 때의 장수. 좌평
왕효린
무왕, 의자왕 때의 외교가.
중국과의 외교를 전담했던 중국계 백제인.
부여융
의자왕의 셋째 아들. 644년 태자에 책봉.
책을 좋아하고, 무예를 멀리 한다.
부여효
의자왕의 장자. 의자는 644년 융을 태자로 삼지만,
660년에는 효를 태자로 삼았다.
마지막까지 당군에 투항하다가 당나라에 끌려가 일생을 마친다.
부여태
의자의 둘째 아들.
백제 멸망 위기에 의자와 태자는 도망갔지만, 그는 끝까지 사비성에 남아 성을 지킨다.
부여풍
의자왕의 아들. 권력에 대한 욕망이 넘친다.
우소
무왕 때의 장수.
636년 신라 독산성을 공격하다가 옥문곡에 포위되어 포로가 된다.
자견(?∼649)
좌평 은상의 부장. 은상과 함께 전사한다.
정중
좌평 은상의 부장. 은상과 전사할 때 신라의 포로가 된다.
그 외 왕자, 대신과 장수들
부여충승(의자왕의 아들. 부흥운동 주도),부여충지(의자왕의 아들. 부흥운동 주도)
부여연(의자왕의 아들.당나라에 끌려감), 사걸(무왕 때의 장수),
귀실복신 (의자왕 때의 무장. 부흥운동).
황상벌 장수들 - 정무(좌평), 자간(달솔), 무수(은솔), 인수(은솔) 등
부흥운동 - 손등, 여자신, 억례복류, 복신, 도침 등 다수....
신라인물 - 김유신, 김춘추 등...
고구려 인물 - 연개소문 등...
당나라 - 소정방 등...
<3부 이후 스토리 개요>
무진이 명(의자)을 죽이려던 찰나, 계백이 튀어나와 이를 저지하고....
계백이 말리는 사이 명이 무진을 알아본다.
무진이 도를 내려놓는 순간, 만약을 위해 매복해있던 위제단이 명을 죽이려고 습격하고,
무진은 명을 데리고 피한다.
겨우 자리를 피해 감격적이 해후를 하는 명과 무진...
명은 무진에게조차 바보행세를 하고, 무진은 선화황후를 잊었냐며 통한의 눈물을 흘린다.
무진이 언월도를 땅에 거꾸로 박고 떠나려는 순간, 명은 그제서야 본심을 드러낸다.
명은 무진에게 지금은 함께 움직일 수 없으니...
자신이 보위에 오르기 전까지 은밀히 위제단의 정체와 사택비의 관계를 파악하라 명한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면 찾아가라며 은고의 집을 가르쳐 준다.
무진은 명이 위장의 삶을 살고 있음을 파악하고서야 안도하고...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계백은 무진에게 사연을 묻지만
무진은 알려고 하지도 말고 본 것 또한 잊으라 할 뿐이다.
무진의 비밀에 대해 더더욱 호기심만 커지는 계백...
호암사로 돌아온 명은 자객들의 습격이 있었다며 사택비에게 탈 없었냐며 호들갑을 떨고...
사택비는 명에게 선화의 위패를 태우라 명한다.
명은 ‘孝는 살아있는 어머니를 위하는 일’이라며 주저없이 선화의 위패를 태워버린다.
그날 밤, 명은 은고의 집으로 몰래 찾아가 선화의 제를 지내고 목을 놓아 운다.
어린 시절, 은고를 처음 만난 후부터 의자는 은밀히 은고를 만나 사랑을 키웠다.
은고 또한 어리고 가련한 왕자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했다.
할머니에게서 주역과 술수를 배운 은고는 이후 명의 목숨보전을 위해 모든 계책을 짜내는데...
사택비에게 효를 다하는 바보 왕자행세 또한 은고의 작품이었다.
은고는 끊임없이 명을 의심하고, 생명을 노리는 사택비의 잔혹성에 혀를 내두르며
명에게 새로운 계책을 내놓는데...
그것은 바로 유력 세력가들의 집안과 혼인관계를 맺으라는 것이었다.
물론 명은 이미 혼인한 비가 있긴 하지만 진정 사랑하는 은고를 두고 그럴 수 없다고 단호히 거절한다.,
은고는 그 길만이 명이 살 길이라고 눈물로 호소한다.
명은 계책을 받아들이며 자신이 죽기 전에 은고를 먼저 버리거나 떠날 일은 없을 거라고 약조한다.
한편, 명과 무진을 놓친 위제단은 독개의 본거지를 기습해 모두 죽이려한다.
독개는 졸지에 쫓기는 신세가 되는데...
곧 인수 패거리가 따르는 계백, 그 계백의 아버지가 무진임을 알게 된다.
독개는 무진을 잡아 바치기로 작심하고 계백과 문근은 물론 무진의 아내 을녀까지
인질로 잡아 무진에게 이를 통보한다.
하지만, 약속시간이 지나도록 무진은 끝내 가족을 구하기 위해 나타나지 않는다.
함정임을 알고 있는 무진은 아들의 목숨보다,
끝내 살아남아 선화와 명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무진이 나타나지 않자, 계백의 가족은 충격을 받고...
특히 을녀와 문근은 배신감에 몸서리친다.
독개는 무진이 나타나지 않자, 계백과 문근을 위제단에 넘기지도 못하고, 죽이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 와중에 인수가 평소 무기구입으로 알고 지내던 천돌에게 간청을 하고
천돌은 조그만 산채에서 왕노릇을 하며 지내던 백파를 끌어들여 계백과 문근을 구하는데 성공한다.
백파 또한 천돌에게서 무기를 구하는데 있어서 빚을 지고 있는 처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백파는 인수에게 들은 바가 있어 계백의 배포를 높이 사고 있던 참이었다.
그는 계백은 무진을 찾기 위해 산채를 떠나려 하지만, 백파는 목숨값을 하고 가라며 놔주지 않는다./////
계백이 상대할 다른 산채의 적은 흥수라는 자였는데
그 계책이 교묘해, 백파가 크게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적이었다.
계백은 흥수의 산채를 탐문하고, 산적 수도 얼마 되지 않고, 일반백성들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을 파악한다.
계백은 꾀를 내어 흥수의 산채를 교란시키고자 한다.
계백은 목궤 십여개를 화친하고 지내자며 백파의 이름으로 흥수에게 보낸다.
산채 사람들이 목궤를 열어보려 하자, 흥수는 바로 불길 속에 넣어버리라고 한다.
목궤 속에는 벌들이 가득했다.
계백은 다시 사과의 의미로 목궤를 보내고 흥수는 이번에 물길에 넣어버린다.
그 목궤에는 기름을 담은 폭발물들이 들어있었다.
잔꾀로 당할 수 없음을 안 계백은 죽기살기로 흥수의 산채를 공격한다.
하지만, 산적들의 산채는 교묘한 진과 부비트랩을 이용해 백파의 산적들을 몰살시키기 일보직전이고,
계백 또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다.
그때, 진을 깨고 계백을 구하는 자가 나타난다. 무진이다.
무진은 계백 일행이 독개의 손에서 벗어나, 백파의 산채로 옮겨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제서야 가족들을 구하러 온 것이다.
자신의 진을 깬 무진을 보고 감탄한 흥수는 무진을 정중히 맞이하고...
계백은 흥수의 산채를 꾸리고 전쟁 고아들과 유민들을 껴안고 사는 사연을 알게 된다.
계백은 흥수에게 마음 속 깊이 존경하게 되고 그를 형님으로 모시게 된다.
그리고 무진, 흥수와 함께 오히려 포악한 백파의 산채를 공격해 항복을 받게 되는데.
을녀와 문근은 무진에게 욕을 퍼붓고 떠나버린다.
무진은 백파 산채의 수장이 되어 계백과 무수 등 자질이 있는 청년들을 선발해
무예를 전수하며 자객으로 육성한다.
한편 명은 은고의 계책대로 직접 청혼을 하거나
야밤에 대성팔족들의 집을 월담하며 소문을 내거나 하는 방법으로
좌평을 지낸 원로 연문진의 딸과 혼인을 하게 된다.
연문진은 귀족사회에 영향력이 큰 원로다.
명을 처치하기에 더욱 껄끄러워진 사택비는 명을 백제땅을 다시는 밟지 못하도록
당으로 유학을 보내 공부시키라 무왕에게 건의하고...무왕은 당 사신 일행으로 명을 보낸다.
사택비는 다른 사신을 통해 이세민에게 명이 장안에 오래 머물며 공부할 수 있도록 부탁하는
서신을 따로 전하게 한다./////
당으로 가는 여정 동안,
명은 은고가 일러준 대로 당 태종 이세민의 연혁과 가족사까지 공부하고,
당나라 주요대신들의 성향을 파악한다.
당나라 장안에는 백제의 사신 뿐만 아니라, 신라의 김춘추를 비롯해 왜, 서역(티벳), 천축(인도),
파사국(페르시아)의 사신들이 이미 당도해 있었다.
이세민은 주변국가들의 향후 국세를 가늠해보기 위해
각국의 사신들을 병법과 경서, 나라의 근간 이념에 대해 시험해 보는데...
마지막으로 치열하게 경합한 이가 바로 명과 김춘추였다.
이세민은 마지막으로 효와 충에 대해 애기해보라 하는데...
괴로웠던 이세민의 가족사를 꾀고 있던 명은...
이세민이 어머니 두씨의 한뿌리에서 나온 형제들을 죽인 과거를 들며 효와 충을 명쾌히 설명한다.
명의 답에 감동한 이세민은 춘추시대 노(魯)국의 효자로 추앙받았던 증자에 비견해
명에게 ‘해동증자(海東曾子)’라고 크게 칭찬하며, 명의 후견인이 되겠다 자처하고는
많은 선물과 함께 본국으로 귀환시킨다.
이는 몇 년 뒤, 명이 여전히 사택비 앞에 무릎을 꿇고 사는 처지인데도
태자에 오르게 되는 분수령이 된다.
백파의 산채에서 자객을 육성하는 무진은 은고를 만나 이를 알리고
은고는 명을 지키는 천군만마를 얻게 되었다고 기뻐하며 자신 또한 무진의 산채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문근은 스스로 독개를 찾아가 거래를 하고, 무진이 있는 곳을 가르쳐 준다.
독개 역시 위제단을 찾게 되고, 귀운은 무진의 존재를 알고 놀라워 한다.
위제단이 무진의 산채를 치게 되고, 무진과 계백 백파는 전력을 다해 싸우지만... 위기에 빠진다.
계백은 무진을 데리고 탈출을 하려 하지만....
무진은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은고를 위해 산채로 돌격하고...
은고를 구하고서 큰 부상을 입게 된다.
무진을 업고 흥수의 산채로 피한 계백....
무진은 계백에게 언월도를 전하면서 그제야 명과 자신의 인연을 이야기하고는
자신의 뜻을 이어달라고 부탁하며 눈을 감는다.//////
계백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 바보같은 왕자가 무엇이라고, 그의 여인을 위해 목숨까지 버린단 말인가.
명과 은고가 원망스럽기만 한 계백....
계백은 일단 무진의 복수를 위해 독개를 쫓아 그를 죽이려 하지만 문근의 방어로 실패하고 만다.
이후 독개는 위제단의 위협으로부터는 벗어나지만 계백의 위협에 계속 쫓기게 된다.
그리고 문근은 귀운에게 공을 인정받아 위제단에 가입하고... 전문적인 살수 수업을 받게 된다.
명이 돌아왔다.
명은 무진의 죽음을 듣고 대성통곡을 하고, 계백은 명 앞에 언월도를 겨눈다.
무진의 죽음이 가치있는 인물인지... 자신을 이겨보라는 것이다.
명은 자신을 죽여 원을 풀라 하지만, 왠일인지 계백의 언월도가 꿈쩍을 하지 않는다.
명이 언월도를 잡자 그제서야 훌쩍 들리는 언월도,
명은 그 언월도를 베라는 듯 계백에게 건네지만 계백은 차마 베지 못하는데....
명은 돌아선 계백에게 더 이상 자신으로 인해 희생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며
무진의 유지를 잊으라 한다.
계백이 말한다.
“아버지의 복수는 내가 할 것이오. 하지만 당신, 왕이 되지 못하면 내 손으로 죽여버리겠소!”
계백은 어머니 을녀와 문근의 행방을 찾지만, 종적은 묘연하다.
흥수의 산채로 돌아오던 계백은
묘령의 처녀 해인과 들꽃(시녀) 일행이 군사에게 쫓기고 있는 것을 보고 이를 구해준다.
평범한 복색이지만 귀티가 흐르는 해인을 보고 어안이 벙벙한 계백...
해인은 오라버니 성충을 구명하기 위해 성충의 오랜 동무인 흥수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사연인즉, 성충은 말단관리직을 버리고 여동생 해인과 함께
오래 전부터 산에서 신선처럼 유유자적 살고 지냈는데...
해인의 아음다움에 혹한 군(郡)의 군장이
첩실로 들이려 한 것이다. 성충과 해인은 이를 거부했고...
군장은 성충에게 엉뚱한 누명을 씌워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흥수는 시니컬하게 해인에게 그냥 군장과 혼인하면 될 일 아니냐며 자리를 피하고 만다.
계백이 의리가 없다며 흥수를 타박하지만, 흥수는 듣지도 않는다.
흥수는 이미 계백이 해인에게 반했음을 눈치채고 그에게 공을 돌리고자 하는 뜻을 계백이 알 리 없다.
계백은 혼자서라도 해인을 돕겠다 나서고... 결국 군장을 죽이고, 성충을 탈옥시키는데 성공한다.////
해인은 이 일로 계백을 깊이 사모하게 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행동은 천방지축이지만 해인을 친언니처럼 따르던 시녀 들꽃마저
계백을 향한 연정이 솟아나는데...
한 산채에서 날게 된 계백과 흥수와 성충, 그리고 해인과 들꽃... 계백은 잠시 평온을 느끼며 지낸다.
한편, 훈련을 마치고 완전히 위제단원이 된 문근은 사택비를 알현하게 되고...
명을 퇴출시킬 치밀한 계획을 짜게 된다.
문근은 사군부 은솔 목견을 찾아가 스스로 무진의 아들임을 밝히고
과거 무진이 선화와 공모한 신라의 세작이었음을 자백한다.
목견은 무왕에게 이를 알리고... 무왕은 문근에게 아들임을 증명하라 하는데...
과거, 명이 무진에게 건넨 선화의 금팔찌를 증거로 내민다.
이에 무왕은 충격을 받고... 사택비의 세력들은 신라 세작의 핏줄을 궁에서 내쳐야 한다 주장한다.
무왕이 이를 거부하고, 명의 장인인 원로 연문진이 용서를 구하지만...
적덕 세력은 정사암회의를 열어 명을 궁 밖으로 내치고 만다.
최대의 위기를 맞은 명은 무왕을 찾아가, 자신의 모든 것을 필담으로 풀어낸다.
그제서야 명의 진심을 알게 된 무왕은 명을 당분간 왜로 보내 보호하려 한다.
왜에는 무왕의 심복 장수 흑치사차가 머물고 있다.
은고는 계백을 찾아가 이같은 사실과 함께, 과거 무진과의 인연과 약속을 이야기하며
명과 함께 하라고 한다.
계백은 의자와 만나, 진정 왕이 되지 못한다면 약속대로 자신의 손에 죽으라고 한다.
그러자 명이 무왕에게 받은 어검으로 계백의 칼을 쳐버린다.
계백은 칼을 놓치고 손이 저려온다. 엄청난 내공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바보스러웠던 모습과는 달리 명은 근엄한 모습으로 준엄히 명을 꾸짖는다.
“지금 나는 지금 무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지금의 너를 살리기 위해 함께 가자 청하는 것이다.
왜에 잠시 의탁하였다 돌아오면, 나는 태자가 되고 왕이 될 것이다.
이는 이미 폐하와 약조한 일이다.
허나 나는 부왕의 힘만으로 왕이 되진 않을 것이다.
만 백성과 만조백관이 진심으로 나를 우러르고 따르게 할 것이다.
무진이 폐하와 형제의 정을 나누었듯이...
너도 나와 그리 함께 할 수 없겠느냐?”////
명에게 진심으로 감복한 계백은 명과 형제의 예를 맺고, 성충과 흥수를 소개한다.
명은 옥골선풍의 성충이 마음에 들지만, 시니컬하고 오만한 흥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흥수 또한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어느 정도 명의 운명을 짐작까지 하고 있는 흥수다.
결국 명과 흥수는 자존심을 걸고 진법과 술수로 한판 대결을 벌이고...
흥수에게 밀리던 명은 은고의 교활한 도움으로 가까스로 무승부를 이룬다.
이에 계백과 성충의 설득으로 마음을 돌린 흥수지만 은고가 결국 명을 망칠 것을 우려해
명에게 은고를 버리면 함께 하겠다는 조건을 내건다...
명은 은고를 버리느니 차라리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고 한다.
이에 은고는 명에게 서찰을 남기고 떠나지만, 계백과 성충이 흥수를 설득하고
흥수는 은고를 쫓아가 동지들을 배신하거나 해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고 합류한다.
드디어, 보위에 대한 꿈과 삼국일통을 위해 명, 계백, 성충, 흥수는 도원결의를 맺게 된다.
왜로 떠나기 전 성충과 흥수는 향후 전략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린다.
성충가 흥수 은고는 군사력을 지니지 못한 명이
태자와 보위에 오르기 위해서 갖출 수 있는 힘은 정보라는데 의견을 일치하고...
백제 내부 뿐 아니라... 신라 고구려 당, 왜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보를 집대성하기로 한다.
명은 계백과 은고를 데리고 왜로 떠나 사택비로부터 몸을 피할 뿐만 아니라
왜의 왕이 향후 명의 응원군이 될 수 있도록 친교를 돈독히 쌓기로 하고...
그 사이 성충과 흥수는 백제에서 치밀하고 방대한 첩보망을 만들어
명이 백제로 복귀한 그 날부터 세력을 역전시킬 만반의 준비를 하기로 한다.
드디어 명과 계백이 백제로 떠나는 날....
어느 새 정이 든 해인은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역시 눈물을 흘리는 초영(들꽃)...
성충과 흥수는 둘의 연정을 헤아리고는, 해인과 초영이 총명해 쓰임새가 있을 것이라며
왜로 동행하게 한다. 환호를 지르며 좋아하는 초영...
당시 왜는 최초의 여제인 ‘스이코’ 천황의 임종 무렵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었다.
천황 승계 문제로 후계자인 ‘다무라’ 황자와 ‘야마시로노오에’황자가 경합 중이었는데....
최고 집정관(大臣)인 ‘소가노 우마코’의 아들 ‘소가노 에미시’와 우마코의 동생인 ‘시카이베노 마리세’가
이를 두고 대립하고 있었다.
사택비 가문은 오래 전부터 실력자인 ‘시카이베노 마리세’와 친분을 쌓아두고 있었다.
사택비는 위제단과 문근을 사신으로 위장시켜 왜로 보내 마리세를 도와 ‘야마시로노우에’를 천황으로
세우라 명하고, 동시에 명을 처치하도록 밀명을 내린다.
왜에서 만난 흑치사차는 문무에 걸쳐 기질과 정기가 매우 바르고 뛰어난 장수였다.
이미 무왕에게 달솔 벼슬을 받은 그가 왜 아직까지 왜에 머무르고 있는가...
계백이 무진의 아들임을 알게 된 흑지사차는
비로소 자신이 무왕, 무진과 함께 동문수학했던 막내 사제였음을 밝히고 무진의 죽음에 눈물을 흘린다.
무왕은 즉위 무렵부터 흑치사차를 왜로 보내 혹시 모를 내란과 피신의 대비책으로 삼아둔 것이다.
계백은 사차에게서 아버지 무진에게 마저 배우지 못한 병법과 무예를 모두 전수받는다.
그리고 사차는 평소 친분을 돈독히 해온 ‘소가노 에미시’에게 명과 계백을 소개하고...
명과 계백은 자연스럽게 천황 후계 전쟁에 뛰어들게 된다.
전쟁은 전면전이라기보다 주로 암살 위주의 자객전쟁으로 전개되었다.
우마코 에미시 진영에서는 계백이 눈부신 활동을 했고...
사카이베노 마리세 진영에서는 문근과 위제단이 역시 대단한 활약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어코 마주친 계백과 문근의 싸움에서 계백은 차마 문근을 베지 못하고...
큰 부상을 입고 만다.
후계 전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계백이 부상까지 입자 명은 계백의 안위가 걱정스러워
서둘러 해인과의 혼례를 치루게 한다.
그리고 혼례식 먼발치에서 눈물을 훔치며 지켜보는 초영...
기쁘면서도 왠지 가슴에 바람이 드나드는 것은 왜일까....
흥수의 산채에서 계백과 해인이 연정을 나눌 때부터였을 것이다.
다소곳하고 수줍음이 많은 해인과 달리 밝고 쾌활한 초영을 통해 계백은 해인에게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연서 내용이 궁금했던 초영은 심부름의 조건으로 계백에게 글을 가르쳐달라 했고,
계백은 초영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며 글을 가르쳐 주었다.
명석한 초영은 하루가 다르게 글을 깨우쳤고,
그런 초영이 너무도 귀여운 계백은 간단한 호신술까지 가르쳐주게 된다.
계백의 마음은 해인에게 모두 가 있었지만, 그의 몸은 대부분이 초영과 함께였다.
어느날 계백의 연서를 읽은 초영은... 순간 자신이 해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눈물을 흘렸다.
‘내가 해인아씨로 태어날 수 있다면.... 당장 저 강물에 몸을 던질텐데...’
초영은 계백의 연서를 강물에 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다시는 마음에 품을 수 없는 한 여인의 지아비가 되지 않았는가....
계백이 적 진영으로 보낼 세작을 마땅히 찾지 못하고 있던 차에... 초영이 자신을 보내달라고 한다.
계백과 해인에게서 떨어지고 싶었던 것이다.
계백은 결코 허락하지 않지만... 초영은 막무가내다.
할수없이 계백은 계책을 일러주는데....
그것은 612년,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을 활용한 작전이었다.
고육지책으로 적진에 잠입한 초영은 그를 알아본 문근에게 모진 고문을 당하지만...
초영은 목숨까지 걸어 신뢰를 얻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적의 본진의 길라잡이가 되어 강을 건너는데....
절반쯤 건널 때 몸을 빼내어야 할 시점에서 역시나 문근의 의심으로 인해 몸을 빼내지 못한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계백은 시커멓게 속이 타고.... 작전을 취소하려 하지만...
에미시는 강물을 막고 있던 막아두었던 보를 터트리고 만다.
수많은 군사들과 함께 거대한 물길에 휩쓸려버리는 초영...!
강변에 널브러진 적군의 시체 사이를 헤매며 초영을 찾는 계백...!
전쟁은 에미시 진영의 승리로 끝나고 계백과 명에게 큰상을 내리지만...
계백은 모든 걸 마다하고 해인에게 돌아와 함께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린다.
명 또한 에미시가 내린 상을 받지 않고... 훗날, 자신이 어려울 때 도와달라 청한다.
초영은 살아있었다. 문근이 살린 것이다.
명을 죽이기 위해서는 접근할 미끼가 필요했고, 그 미끼가 초영이었다.
살아돌아온 초영을 보고 너무도 기뻐하는 명과 계백....
그러나 바로 이어진 문근의 기습.... 명과 계백은 가까스로 기습을 피하지만...
그 와중에 해인이 문근의 칼에 절명하고 만다.
해인을 잃은 계백은 혼이 나가고.... 식음을 전폐한 채 자리에 눕고 만다.
초영 또한 자책감으로 실의의 나날들을 보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데...
이를 안 계백이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초영을 말린다.
“너마저 죽으면... 나는 어디서 해인의 어디서 찾을 것이냐...
지금 죽으면 용서치 않겠다...”
한편, 백제에 남았던 성충과 흥수는 물샐 틈 없는 첩보망을 구축하는데, 그것은 세 줄기로 이루어졌다.
첫째 궁의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궁녀들을 매수해 조직을 마련했다.
둘째 대신들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일꾼들을 중심으로 첩보망을 마련했다.
셋째 전국 호족들의 정보와 지리적인 정보, 그리고 연락은 산채 식구들을
승려로 위장시켜 조직을 구축했다. 또한 그 승려조직은 그나마 국경이동이 자유로워
고구려와 백제의 동태까지 살폈다.
이 외에 고구려와 당나라의 첩보는 백강 포구를 드나드는 상인을 통해,
그리고 왜는 계백의 첩보에 의존함으로써 그 정보체계를 완성한다.
이 첩보망을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뜻으로 ‘여명단(黎明團)’이라 칭하였다.
여명단이 완성되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
배신자로 인해 위제단의 공격을 받아 성충과 흥수가 위기에 빠지기도 했고...
적들에게 잡힌 산채 형제 몇몇은 끝내 입을 열지 않고 죽어갔다.
그 와중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흥수가 사택비의 시녀 효소를 끌어들인 일이었다.
흥수는 처음 효소를 끌어들이기 위해 위장된 애정공세를 퍼부었고...
효소는 사랑을 위해 배신을 하게 된 것이다. (후에 효소는 사택비의 손에 최후를 맞게 된다)
성충과 흥수는 여명단을 통해 의자가 없는 틈을 타 태자책봉이 임박했음을 알고...
명의 귀환을 서두른다. 그러나 도저히 귀환 시킬 명분이 없다.
그 사이 교기가 태자가 되면 모든 일은 물거품이 된다.
고민을 거듭하던 성충과 흥수는 명을 죽이기로 하고.... 왜에 있는 은고에게 서찰을 전한다.
비책을 마련해 며칠만 명을 죽였다가 깨어나게 하라는 것...!
은고는 계백과 상의해 문근의 암살을 끌어들이고...
문근의 독침에 명이 절명한 것처럼 일을 꾸민다.
그러나 이 일은 이미 은고가 명에게 인위적으로 시궐(尸厥 : 갑자기 졸도하여 인사불성이 되고 마치 죽은 사람처럼 되는 위중한 병증)이 오게 하는 탕제를 이용한 것이었다.
배를 타고 사비로 돌아오는 계백은 명의 몸이 식지 않도록... 정성을 다하고....
명의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무왕은 혼절하고.... 사택비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명의 시신이 사비궁으로 들어오고... 태의는 진단을 통해 확실히 사망했음을 알린다.
흥수와 성충은 여명단을 통해
해동증자가 죽는 것은 하늘이 백제를 버리는 일이니...
하늘이 백제를 버리지 않는다면... 해동증자 명은 반드시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유언비어를
온나라에 퍼트린다.
전국에 해괴한 소문이 나돌자... 사택비는 몇몇 주동자를 잡아 죽이며 무마하려 하지만...
침통해 마지 않는 무왕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하늘에 제를 올린다.
사택비는 공을 세운 문근에게 큰 상을 내리고 위제단의 단주로 임명한다...
이미 명이 일어날 시일이 지나고...계백 진영은 일이 잘못된 것 같아 마음을 졸이는데...
결국 명은 장례 마지막 날...입관에 이르고 만다...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고 계백이 주저앉은 순간, 관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명이 살아난 것이다.
기절초풍하는 사택비 진영....
계백 진영과 무왕은 환호를 지르고... 백성들은 명이 백제를 수호할 왕자라고 만세를 부른다.
무왕은 하늘의 뜻을 받들어 명을 태자로 봉하려 하나...
사택비 진영은 신라 세작의 혈통을 백제의 왕으로 삼을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한다.
하지만 부활의 기적을 본 백성들의 여론도 무시못할 상황...
게다가 당 태종 이세민과 왜 천황 다무라까지 사신을 보내 명을 위문하는 사태까지 벌어지자...
사택비는 한 발 물러나 태자경합을 시키고. 그 결과로 정사암회의를 통해...
태자를 결정하기로 한다.
과제는 고구려 신라와의 실전이었다.
비록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에 불과한 전투지만....고을 하나, 성 하나가 바뀌는 중요한 전투였다.
그러나 사택비 진영은 교기와는 달리 명에게 정예군을 주지않고, 보급도 원활치 못하게 차단하여
명을 자꾸만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명은 불안했다. 하지만 계백과 성충과 흥수는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명이 그 이유를 물었다.
세 사람이 답을 했다.
“우리는 세가지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적이 원하는 장소에서 싸우지 않고....,
적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고...
적이 원하는 방법대로 싸우지 않을 것입니다.
비록 군사가 적으나... 이 세가지만 지키면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과연 그들의 말대로 명은 연전연승을 거두고...
나아가 포위망에 빠진 교기의 목숨까지 구해주기에 이른다.
성충과 흥수가 탁월한 책사였고, 계백과 흑치사차가 천하의 명장이었지만...
항상 가장 결정적인 수훈갑은 바로 초영이었다....!
초영은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고 세작으로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계백 진영이 승리를 할 때마다, 초영의 상처는 늘어만 갔다.
초영은 이미 말을 잃은 듯 과묵했고, 늘 임무를 마지막인 듯 목숨을 돌보지 않았다.
계백이 타일러도 소용없었다.
그녀는 이미 전장에서 죽기를 소원하는 여인으로 여겨졌다.
드디어 태자를 결정할 정사암회의가 열리고... 의자는 사택적덕 한사람을 제외하고
모두의 선택을 받아 태자의 지위에 오른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수난치 않았다.
명이 아무리 공을 많이 쌓았다고는 하지만, 정사암회의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대신들을
사택가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하지만, 명에게는 여명단이 있었다. 여명단은 정사암회의에 참석하는 대신들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파악하거나 없으면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점이 없는 청렴한 대신들도 있었다....
이들에게는 명이 직접 나서 몸을 낮추고 진심으로 백제를 위한 충정을 드러내어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선화의 죽음과 관련하여 어떠한 정치적인 보복도 하지 않겠다는 맹세였다.
사택비는 분해 이를 갈지만... 적덕은 아직 왕이 된 것은 아니니 언제든 기회가 있다고 타이른다.
명이 태자에 오르자... 성충 흥수 흑치사차 계백 등이 모두 태자 진영에 중용된다.
성대한 잔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계백... 헌데 초영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소임을 마치고 떠난다는 초영의 서찰만 남겨져 있을 뿐...
계백은 초영의 뒤를 쫓고...
해인의 위패를 모신 법당에서 머리를 깍으려는 초영을 부둥켜 안고 운다.
그리고, 해인의 위패 앞에서 초영을 아내로 맞이해도 되겠냐고 묻는다.
관세음보살이 웃으며 눈물을 흘린다...
그날 밤, 계백은 초영의 옴몸에 드러난 상처들...
베이고, 찔리고, 고문당한 상처투성이의 몸뚱이를 끌어안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신라도 진평왕이 죽고 선덕여왕이 즉위하지만, 대신 을제가 정국을 끌어가고 있는 시점....
명은 노장 윤충과 계백으로 하여금 신라의 국경을 공격하여 그 반응을 점검하라 한다.
노장 윤충은 작은 성 하나를 벼락같은 기세로 공격하지만... 역공에 빠져 고전을 치루고 퇴각한다.
백전노장인 윤충이 작은 공성전 하나에 고전을 치르다니... 계백은 놀랍기만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 성을 지키는 자는 이미 화랑 때부터 걸출한 인물로 소문난 김유신(40세)이
지키고 있었다. 계백은 공격을 삼가고 책략을 짜내려 했지만...
분한 마음을 누르지 못한 윤충이 또다시 출전하고 만다.
윤충을 구하기 위해 뒤따라간 계백은 마침내 김유신과 마딱뜨리게 된다.
그것이 김유신과 첫 조우였다.
일진일퇴...용호상박의 솜씨.... 계백과 유신은 상대의 무예에 감탄하기에 이르고... 서로 군사를 물린다.
그리고 계백은 명에게 이를 보고한다.
성충이나 흥수 또한 여명단을 통해 김유신과 김춘추가 향후 신라를 이끌 인재들이라 파악하고 있었다.
명은 먼저 김유신을 제거하라 명하고...
성충과 흥수는 뛰어난 미모를 갖춘 기생 출신의 여명단원 ‘천관’을 신라로 보낸다.
이 여인이 그 유명한 천관녀이다.
초영은 천관 홀로 보낼 수 없다며 함께 신라로 떠나... 서라벌에 기생집을 차리고 김유신을 유혹한다.
천관에 빠져 술을 마시고 돌아가던 김유신을 암살하려던 초영은 김유신에게 부상을 입히는데 그치고 만다. 그리고 며칠 뒤 설화에서처럼 김유신은 취한 자신을 태우고 천관녀의 집을 찾아간 말을 베어버린다.
그 사이 매복하고 있던 초영과 자객들은 김유신을 공격하고...
절체절명의 순간, 천관이 김유신을 보호하며 대신 칼을 맞고 만다.
천관은 이미 세작의 본분을 망각하고 김유신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정신을 번쩍 차린 김유신에게 초영은 또다시 물러나고... 결국 다시 백제로 돌아오고 만다.
백제로 돌아오는 길에 초영은
선덕의 총애를 받고 있는 김춘추가 서곡성을 머무르고 있다는 첩보를 듣고...
계백에게 급히 밀서를 보낸다.
계백은 명에게 이를 보고하고, 즉각 출병하여... 서곡성을 공격한다.
김유신 또한 김춘추의 구원요청으로 서곡성으로 향하고...
계백은 김유신과 다시 한번 운명의 결전을 벌인다.
그러나 서곡성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계백은 본진을 퇴각시키고 돌아가고... 김춘추는 그제서야 마음을 놓는다.
하지만 그것은 계백의 계략이었다.
마음놓고 있던 서곡성의 배후를 여명단이 침투해 불을 놓으며 성문을 열었고...
퇴각하던 본진은 다시 물밀 듯이 쳐들어갔다.
그렇게 서곡성은 13일 만에 계백의 손에 떨어졌고.... 김유신은 김춘추를 데리고 간신히 탈출한다.
김유신과 김춘추는 일통을 위해서는 계백을 반드시 제거해야 될 상대로 마음에 각인시킨다.
서곡성 공략으로 명과 계백은 백성들의 영웅이 되어가고,
명은 무왕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굳어져가는 형국이 된다.
불안해진 사택비는 교기에게 맹장 우소를 붙여... 신라 독산성을 공략하게 한다.
하지만 교기는 옥문곡에서 신라 맹장 알천에게 패하고 우소마저 사로잡히게 되는 치욕을 겪는다.
무왕 37년, 명이 태자가 된 지 4년 여름. 삼국에 극심한 가뭄이 든다...
논밭은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백성들은 굶주림에 쓰러져 간다.
백성들은 태자는 하늘이 내린 분이니... 기우제를 지내면 비를 내려줄 것이라 여긴다.
기우제를 지내보지만 비는 내리지 않는다.
명은 더 이상 기우제를 지내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사비궁을 떠난다.
사택비는 기회라 여겨, 의자가 백성을 버렸다 소문을 퍼트린다.
백성의 원성은 나날이 높아지지만...
명은 계백 일행을 데리고 산과 들을 헤맨다.
선조들의 지혜로 수맥을 찾고 것이다.
물봉선화, 고사리, 갈대, 물억새 등 습지식물이 있는 곳을 팠고...
소나무 가지를 쥐고 수맥에 반응하는 곳을 찾아 파고 또 팠다.
그리하면 그곳에선 많건 적건 어김없이 물이 나왔다.
그렇게 명은 계백 일행과 함께 사비를...그리고 사비 밖 전국 곳곳으로 땡볕을 피하지 않고 수맥을 찾아냈다. 열흘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명과 계백 일행은 마치 순교자처럼 백성들과 함께 헐벗고 굶주리며 수맥을 찾아다녔다.
점점 백성들이 명의 뒤를 따랐고.... 수백, 수천, 수만의 백성들이 명의 뒤를 따르며 함께 했다.
그리고 명은 신라와 고구려에 사신을 보내 수맥 찾는 법을 알려주라 한다.
마침내 먹구름이 해를 가리고 비가 쏟아지던 날....
명과 계백 일행은 거리에서 쓰러지고 만다.
백성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통곡을 하고....
무왕과 대신들 또한 명에게 진심을 감복해 눈물을 흘린다.
정사암회의는 무의미했다.
641년, 명이 태자가 된 지 9년 되던 해에 무왕 죽자....
해동증자요, 살아있는 부처로 칭송받던 명은 그 대통을 이어받는다.
의자왕(명)은 즉위하자마자, 전국의 주요 고을을 순시하며 직접 백성들을 위무하고...
죄수들을 재심하여 사형수 외에는 모두 방면한다.
그리고 국론의 통합과 삼국일통을 위해 사사로운 정치적 복수를 근절하겠다 한다.
그러나 그의 고민은 사택비 세력이었다.
선화의 복수를 하겠다는 지난 날의 맹세를 저버려야 하는 것인가...
그런 의자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자가 은고였다.
은고는 사사로운 복수가 아니라...
강력한 왕권구축을 위해서는 사택가를 위시한 대성팔족의 세력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성충과 흥수는 이에 반대하고...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다간
현명한 인재들까지 잃을 수 있다며 점진적으로 왕권을 강화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성충과 흥수는 은고에게 지난날의 약조를 잊었냐며, 국정에 간여치 말 것을 엄중하게 경고한다.
사실 성충과 흥수도 대성팔족은 물론 국가를 개혁할 큰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그것은 법가정치에 근본을 둔 강력한 율령국가였다.
점진적으로 귀족의 세습을 타파하고, 과거제를 실시해 인재를 등용하고
정사암회의의 권한을 확대해 4품 이상의 덕솔까지 모두 참여케 하고 국가의 주요정책을 정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군주가 덕을 잃고 학정을 일삼을 경우 방벌(放伐-군주를 내쫓는 일)의 권한까지 정사암회의에 부여하려 하였다. 계백 또한 성충과 흥수의 견해에 동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은고는 여명단을 자신의 세력에 넣고 사택가와 대성팔족을 제거할 음모를 꾸민다.
결국 그녀의 음모로 사택비와 교기 일가는 모조리 일본으로 유배를 떠나게 되고...
대성팔족들도 줄줄이 힘을 잃게 된다.
의자왕은 침묵으로 은고의 도륙을 묵인했고....
이 일을 계기로 성충과 흥수, 계백은 의자,은고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계백과 성충, 흥수는 은고를 제거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고민 끝에 계백이 나서 의자에게 은고를 국정에서 배제하라는 뜻을 알리지만...
의자는 은고 또한 자신의 충신이라며 이를 수용치 않는다.
흥수는 은고를 비밀리에 제거하자 하지만...
계백은 집권 초기에 분열을 야기해서는 안된다며 은고가 실정할 기회를 기다리자고 하며 말린다.
강력한 왕권을 거머쥔 의자는 일사천리로 삼국일통의 발걸음을 내닫는다.
계백, 성충, 흥수를 위시해 모든 맹장들을 동원해...
일거에 미후성을 포함한 신라 서쪽 40여개 성을 해일처럼 덮쳐버린다.
이어 신라가 당으로 가는 길목인 당항성을 고구려와 연합하여 공격하고...
얼마 뒤에는 여름에는 계백과 윤충이 신라 대야성을 함락해
김춘추의 딸 고타소와 사위인 품석을 죽이는 큰 성과를 거둔다.
대야성을 빼앗긴 것은 신라에게 치명적이었다.
백제의 기세에 무너질 것 같은 위기를 느낀 김춘추는 고구려로 가 원군을 청하나....
오히려 옛 고구려의 영토인 죽령 이북땅을 내놓으라는 연개소문에게 볼모로 잡히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고구려를 탈출한 김춘추는 이제 기댈 곳은 당 밖에 없음을 절감한다.
지속적으로 당항성을 공략하던 의자는 마침내 당항성을 점령하는데 성공한다.
신라가 당나라로 향하는 결정적 요충지를 막아버린 것이다.
그런데 당 태종은 신라를 괴롭히지 말고... 당항성을 돌려주라고 한다.
의자는 격노하여 더 이상 당의 간섭을 받지 않겠다며
만약에 당나라가 공격해온다면 일전을 불사르겠다고 선언한다.
자주노선 선언을 한 것이다.
계백과 성충 흥수는 일제히 이를 반긴다....
계백과 성충 흥수는 자주노선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의자가 자신들의 개혁안을 일부 받아들여 강력한 국가체제를 밀어부칠 수 있었다.
과거를 통해 훌륭한 인재들을 모았고,
지방 방령들에게 흩어졌던 조세도 중앙으로 모았다.
경제가 튼튼해졌고, 군사력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당나라가 쳐들어온다고 해도 물리칠 자신이 있었다.
아니, 당을 정벌할 수도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런데, 은고는 의자에게 아직은 삼국의 형세에서 당나라를 이용할 가치가 있다며 의자를 설득한다.
의자는 결국 당항성을 신라에 내주고 다시 당과의 교류를 트게 되는데...
이 일을 계기로 성충과 흥수는 은고를 제거하기로 마음 먹는다.
신라와의 전쟁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동안....
모든 첩보망을 쥐고있는 은고는 선공을 취해 성충과 흥수를 유배보내고....
사실상 백제의 모든 실권을 쥐게 된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고만 있을 계백이 아니다.
계백과 초영은 성충과 흥수의 유배지를 찾아가 파옥해버리고 두 사람을 구출한다.
헌데, 성충과 흥수가 은고가 있는 한 재출사에 대한 의미가 없다며
계백에게 나라와 의자를 위해 은고를 죽이라 한다.
4중 5중의 경계를 뚫고 은고 앞에 칼을 들이대는 계백...
하지만 끝내 은고를 보호하는 의자를 넘어설 수는 없었다.
살아남은 은고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계백과 성충과 흥수를 죽이기 위해 자객을 보내고....
계백과 성충은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지만 흥수가 암살당하고 만다.
백제가 내분에 빠져 있는 동안....
마침내 신라의 요청으로 당나라 군사들이 황해를 건너 백제의 코 앞에 상륙하게 된다.
당나라 군사가 황해를 건너올 줄 상상도 못했던 의자였다.
번뇌하던 계백은 변해버린 의자에게 바쳤던 충의를 거두고...
백제를 위해 그를 방벌(放伐 - 학정을 일삼는 군주를 내쫓는 일)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를 따르는 군사들과 사비성으로 가 의자에게 언월도를 겨눈다.
이미 은고는 자결하고... 의자는 은고를 끌어안고 통곡을 하고 있다.
은고는 백제가 백척간두에 서자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성충과 계백을 다시 중용하라는 유서를 남겼다.
정신을 차린 의자는 계백에게 백의종군의 마음으로 백제를 지키고, 퇴위하겠다 말한다.
사비가 함락되더라도 천혜의 요새인 임존성을 중심으로 장기전에 돌입한다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계백은 황산벌을 거쳐 들어오는 김유신의 신라군을 막기 위해 황산벌로 향한다....
그리고 660년 햇빛이 작열하는 황산벌.....
그 곳에 계백이 언월도를 들고 우뚝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