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고3 아들을 둔 A 씨는 겨울방학을 맞아 입학사정관전형 대비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정시 한 번에 모든 것을 걸기는 위험한 만큼 수시에 대비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입학사정관전형을 정확하게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A 씨는 “한 학원에 갔더니 원하는 대학과 진로에 맞춰 경시대회와 봉사활동 기록이 많아야 한다며 이번 겨울방학이 관련 스펙을 쌓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고 말했다. 학업성적 외에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뽑겠다는 취지로 입학사정관전형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이해는 부족하다. 대학들은 “학교생활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반면 학생과 학부모는 “그래도 스펙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이에 대해 2010학년도부터 모집인원 전체(300명)를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뽑은 포스텍의 권성철 입학사정관은 “입학사정관전형의 핵심은 학교생활에서 비롯된 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라고 강조했다.》 ■ 포스텍 입학사정관이 말하는 입학사정관전형의 성공비결 ○ 잠재력은 학교생활을 통해 지난해 포스텍에 합격한 B 군은 고교 1학년 1학기 때 전교 성적이 정확히 중간이었다. 그러나 2학년 때부터 성적을 꾸준히 올려 3학년 1학기 때는 전교 10등 안에 들었다. 권 입학사정관은 “성적으로만 평가하던 과거 수시모집이었다면 결코 합격할 수 없는 학생이지만 입학사정관이 도입된 뒤에는 다르다”며 “학교생활에 충실하며 꾸준히 노력해 스스로 성과를 낸 만큼 ‘잠재력’을 갖춘 학생이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전형은 잠재력 있는 학생을 뽑기 위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잠재력’이란 무엇일까. 잠재력은 ‘성장 가능성’이다. ‘지금 당장 잘하는가’보다 ‘앞으로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가’를 본다. 이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대목은 학교생활이다. 권 입학사정관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생활에서 잠재력을 보여주는 게 가장 좋다”며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한 줄 한 줄이 내 잠재력을 증명해줄 수 있는 최고의 포트폴리오”라고 말했다. ○ 최고 스펙은 일관성 모든 활동 사항이 지원하는 학과의 특성에 꼭 맞을 필요는 없다. 이과에 지원한다고 해서 수학, 과학과 관련된 활동만 할 필요는 없다. 그 대신 모든 활동 사항은 일관성 있게 ‘자기소개서, 학생부, 추천서’에 연결되면서 잠재력을 증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2011학년도 전형에서 포스텍에 합격한 C 군은 수학과 물리과목에 아주 뛰어나 고교 1학년 때 이미 대학교 교재를 찾아볼 정도였다. 공부도 수학과 물리만 했다. 다른 과목 성적은 썩 좋지 못했다. 물리 원서를 찾아 읽던 어느 날 C 군은 문득 ‘원서를 보려면 영어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 실력 때문에 좋아하는 물리책을 읽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후 C 군은 영어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을 늘렸다. 영어 관련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했다. C 군은 이러한 내용을 자기소개서 중 ‘자신의 관심분야 및 앞으로의 진로계획이 무엇인지, 이를 위해 고교시절에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하라’는 항목에 썼다. 지원 학과와 관련 없는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내용이었지만 신뢰도가 높았다. 실제로 학생부에서 1학년 때까지 수학, 물리 성적에 비해 영어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점점 나아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권 입학사정관은 “영어 공부를 했다는 내용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물리 공부를 위해 이 정도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꾸준히 과학 공부를 할 수 있는 진취성이라는 잠재력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떤 활동 사항이든 그것이 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에 일관성 있게 연결된다면 자신만의 가장 좋은 스펙이 될 수 있다. 때때로 어떤 학생들은 증빙자료로 초등학교 때 반장 임명장부터 각종 경시대회 수상 자료, 봉사활동 시간 실적 등을 수십 장 넣은 라면 박스를 입학처에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권 입학사정관은 “학생부나 자기소개서, 추천서에 모두 나온 일관성 있는 활동을 더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몰라도 단지 ‘이만큼 활동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신의 활동 사항을 입증하기 위한 증빙자료는 동아리 활동을 하며 꾸준히 기록한 일지나 메모면 충분하다. ○ 자기소개서는 수학 증명처럼 자기소개서는 수학 문제를 증명하는 과정과 같다. 지금까지 해온 활동 사항 가운데 이것이 왜 의미가 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기소개서에는 반드시 △동기 △과정 △결과 △의지 및 목표가 들어가야 한다. 대부분 학생의 자기소개서에는 과정은 빠진 채 ‘이러저러한 활동을 해서 좋았다’는 결과만 들어가 있다. 대학별로 자기소개서 양식은 약간씩 다르다. 그러나 어떤 대학의 어떤 질문이든 동기-과정-결과-목표가 들어가야 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자기소개서에 반드시 좋은 내용만 적을 필요는 없다. D 군은 초등학생 때부터 축구부에서 활동하며 축구선수를 꿈꿨다. 그러나 고등학교 축구부 입단 테스트에서 떨어진 뒤 많은 방황을 했다. 운동을 하느라 별로 좋지 않았던 성적은 더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나날이 늘어가는 부모님의 한숨을 보고 그는 ‘축구에 불태웠던 열정만큼 하면 공부도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고3 때 전교 최상위권까지 성적을 올린 D 군은 포스텍에 합격해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생명과학자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권 입학사정관은 “처음부터 뛰어난 학생은 아니지만 자신이 어려움을 극복한 과정을 동기, 결과, 목표와 함께 솔직하게 썼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자기소개서를 쓰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단지 수려한 글쓰기 실력을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리 여러 번 써보는 연습을 하는 게 중요하다. 예비 고3은 이번 겨울방학에 학생부를 옆에 두고 자신이 의미 있게 활동했던 사항을 살피며 미리 써보는 게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내년에는 수시가 8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지금 연습해두는 게 유리하다. ○ 자기소개서에 맞는 추천서 교사추천서는 학생의 활동 사항과 잠재력을 증명할 수 있는 또 다른 포트폴리오다. 그러나 대개 모든 추천서가 ‘착하고, 성실하고 크게 될 학생’이라고 쓰는 등 천편일률적이다. 평소 교사가 학생을 잘 모르고 심지어 학생이 쓴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추천서를 각색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권 입학사정관은 “학생들은 평소 교사와 관계를 적극적으로 구축해서 자신이 어디에 관심이 많은지,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등을 교류해야 한다”며 “그래야 학생이 쓴 자기소개서와 교사가 쓴 추천서가 일치해 또 하나의 증빙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학교생활을 열심히 해서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에 모두 일치하는 활동사항이 있고, 그를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보여줄 때 입학사정관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스펙보다 학교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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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에 동아일보(12,29수)에서 읽었는데 내용을 보기 쉽게 잘 정리하셨네요. 좋은 분들과 이 내용을 함께 공유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