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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충산장 연합 비무대회 참관기
얼마 전 사오모 첫 정모 이후로는 앞으로 3페이지가 넘는 무림후기는 쓰지 않기로 하였지만 갑충산장의 장주님이 마지막 음악회이니 후대 무림의 역사가들을 위해 꼭 기록을 남겨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하시기에 하는 수 없이 기나긴 무림후기를 쓴다. 한자에 약한 분들을 위해 한글발음을 먼저 쓰고 한자를 썼지만 중간에 사진도 없고 다소 긴 글이니 시력이 약하고 내공이 약한 사람은 그냥 넘기시기를 바란다.
병술년 임진월 신사일 오후 늦은 시각에 한양에서 북쪽으로 수십리 떨어진 자그만 산자락에 자리잡은 갑충산장에서는 강호무림에 길이 남을 비무대회가 있었다. 갑충산장이라 함은 우리 말로 딱정벌레 카페를 가리키는데 이 산장의 장주가 영국의 유명한 비틀즈를 사모하여 지은 이름이다. 비무대회라 함은 서로의 무예를 겨루는 대회를 가리킴인데 여기서의 무예는 물론 가창력과 연주력이 되겠다.
이날 인터넷 사이버상의 여러 문파가 연합하여 참가하였는데 70년대 초에 나타난 사월오월쌍검四月五月雙劍을 흠모하는 무리들이 모여서 만든 사오모파四五慕派, 청개구리의 포크 정신을 지향하는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만든 청와붕우파靑蛙朋友派, 그리고 60년대 후반과 70년대 초에 강호무림에 등장하여 매력적인 비음과 고혹적인 몸짓으로 당시 담배는 청자, 노래는 청자라는 무림 속어를 만들어낸 강호무림 초절정 여고수인 김추자를 사모하는 추자모파秋子慕派, 그 외 갑충산장 장주의 블로그 이웃들이 합동으로 참가하였다.
이 중 청와붕우파의 상당수는 사오모파에서 활약하고 있고 나 또한 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날 사오모파의 장주이신 사월신검님은 회원들을 위하여 친히 미니 관광 뽀~스를 한 대 대절하셨기에 많은 회원들이 편리하게 비무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같이 탑승하였던 사람은 사월신검四月神劍, 사오모서당의 훈장訓長, 하늘을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소리의 감천미성感天美聲 소저, 제비꽃이 그림자를 드리운 듯한 미모를 자랑하시는 자란투영紫蘭投影 소저, 얼굴 가득 환희의 미소를 선사하시는 환희만면歡喜滿面 소저, 멀리 안산의 유채밭에서 오신 유채만발油菜滿發 소저, 소시적에 부산의 오륙도에서 도를 닦으신 오륙도대사五六島大師, 봄바람을 유독 좋아하는 동남풍대사東南風大師, 카운티의 리더이자 마크라는 애칭을 쓰는 기타의 고수 마극길타馬克吉他(중국발음으로 마크기타^^;;), 고원에서 목놓아 노래부르는 고원가인高原歌人, 모든 사람에게 사랑해를 외치는 애정만세愛情萬歲, 그리고 나 총 12명이었다.
관광뽀~스 속에서 다들 즐거운 정담을 나누었는데 나는 특히 카운티의 리드이자 기타의 고수인 마크님과 이런 저런 기타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웃고 즐기는 사이에 우리들의 관광버스는 어느덧 나지막한 산자락에 둘러싸여 있는 갑충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상당히 북쪽에 자리 잡아서 그런지 남쪽에서는 이미 다 저버린 꽃들이 이제야 피어나기 시작하고 파릇파릇한 풀들이 돋아 올라 봄의 향연을 구가하는 갑충산장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도착해보니 이미 몇몇 분들은 먼저 도착하여 주변의 풍광을 즐기고 있었다. 청와붕우파에서 나의 최대의 라이벌로서 평소 기타를 들었다 하면 들국화의 “돌고 돌고 돌고 돌고”를 끝없이 열창하여 좌중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드는 무한회전無限回轉 거사님이 부인과 함께 오셨고, 포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아름다운 시를 가르치면서 포크를 사랑하시는 음유가인吟遊歌人님도 오셨다.
이어서 활짝 핀 배꽃처럼 아름다운 만개이화滿開梨花 소저님이 부군과 함께 오셨고, 꽃을 사랑하며 옥처럼 아름다운 애화가옥愛花佳玉 소저님도 가족과 함께 오셨고 나팔꽃처럼 아름다운 나팔화喇叭花 소저님도 저 멀리 광주에서 오셨고, 신묘한 경지의 디자인 고수 신도묘안神圖妙案 소저님, 감천미성님의 부군으로서 감기에 걸린 몸인데도 불구하고 뒤늦게 참가한 수침신공手針神功님, 그리고 강호무림에서 이미 절판되어버린 비급중의 비급들을 소장하고 계신 절판소장絶版所藏님도 사모님과 함께 오셨다. 그 외에 수많은 고수들이 구름같이 모였는데 그 분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론할 수가 없음이 죄송하다.
산장 안에 들어가 보니 밤하늘의 별과 같이 수많은 무림고수들의 비급(LP판을 말함)들이 즐비하였다. 요즈음은 진짜 구하기 어려운 비급들도 꽤 많다고 한다. 카페 건너편 건물로 가보니 그보다 더 많은 비급들이 꼽혀있었다. 주인장에게 모두 몇 장 정도가 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양쪽 합쳐서 무려 이만오천장 정도가 된다고 한다. 실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카페 밖 뜰에서는 고이구이 석쇠가 놓여져 있고 사람들은 서서히 고기를 굽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주최측에서 준비한 맛있는 음식과 다양한 종류의 술을 즐기면서 정담을 나누기 시작하였다. 사오모파 회원들은 카페 안쪽의 큰 테이블에서 둘러 앉아서 놀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주육을 즐기는 사이 밖에 나가보니 꽃이 막 피어난 자그마한 나무 아래의 벤취에서는 고원가인님과 음유가인님 그리고 마극길타님이 고기와 술의 유혹도 마다한 채 서로 음을 맞추어가면서 노래 연습을 하기 시작하였다. 실로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뜰을 잠시 갔다 왔다 하는데 무한회전 신공님이 같이 밥을 먹자고 부른다. 결국 무한신공님 부부와 사모님의 여자친구와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분은 부군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시는 중이라 요즈음 본인도 중국어를 열심히 하신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에게 중국노래를 청하였다. 일주일째 목감기라 목이 잠겨있었지만 팬의 요청을 마다할 수 없는지라 기타를 들고 와서 진추하의 <우연偶然>과 이미 나의 주된 레파토리가 된 <몽중인夢中人>을 불렀다.
다시 실내로 들어와 보니 사오모파 테이블에서는 이야기꽃이 만발하고 술잔이 바쁘게 오고 가고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와인과 맥주 그리고 동동주를 즐기는 가운데 유독 이슬이만 찾는 세 명의 주당이 있었으니 바로 감천미성, 유채만말, 애정만세였다. 감천미성님이야 원래 이슬이만 사랑하는 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유채만발님도 술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너무나 수줍어하고 말이 없더니 이슬이가 몇 잔 들어가자 화통해지면서 재미있게 잘 노셨다. 그리고 그날 처음 나타나신 애정만세님은 사주팔자 명리학을 거론하면서 올해 4, 5월에 운세가 좋아서 이렇게 멋진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고 하시면서 유채만발님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금세 친해지셨다.
그렇게 주흥이 점차 무르익어갈 무렵 갑충산장의 장주님이 들어오셔서 이제 곧 비무대회가 열릴 것이니 모두들 야외무대로 가자고 하셨다. 실내에 이미 지펴진 난로의 열기에 아쉬워하면서 밖으로 나가보니 밖에서도 드럼통에다 장작나무를 때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봄꽃을 활짝 피운 몇 그루의 나무 아래에 만들어진 무대에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글자들이 걸려있었고 해는 서서히 산을 넘어가기 시작하였다. 해가 지니 약간 날씨가 쌀쌀하였지만 이렇게 대자연 속에서 음악회를 즐기는 것은 정말 색다른 느낌이었다.
주인장의 인사 말씀과 함께 첫 무대에 오른 친구들은 일산에서 노래하는 사람들이었다. 저번 북한산에서 만났던 무위자연님이 봉고를 맡아서 치셨다. 그들은 <꿈의 대화>를 첫 곡으로 불렀는데 그 장소와 그 시간에 정말 어울리는 곡이었다. 이어서 딱정벌레 산장의 이름에 걸맞은 비틀즈의 <오블라디오블라다>가 퍼져나오고 신나는 연주와 노래 속에 사람들은 박수를 치면서 따라 부르고 그렇게 서서히 덥혀지는 음악회의 열기는 봄밤의 싸늘한 밤공기조차 뜨겁게 달구기 시작하였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빌리조엘의 <피아노맨>이 밤하늘에 울려퍼질 때 나는 벌써 음악에 취해서 추위를 잊어버렸다.
그러나 사실 날씨가 그리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갑충산장의 장주님은 연주자들을 배려하여 클래식 곡들을 먼저 연주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베레모를 쓴 중년신사와 어여쁜 숙녀가 같이 올라와서 부녀 합주를 하셨다. 우리 집에도 큰 아들 태홍이가 나와 같이 기타를 배웠는데 지금은 고3이라 기타를 잡을 겨를이 없지만 나중에 대학 입학하고 난 뒤에 다시 기타를 잡게 되면 부자합주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마이크를 잡은 중년신사가 무대에 처음 서기 때문에 많이 떨린다고 하셨다. 첫 곡은 <밤과 꿈>이었다. 아버지가 주 멜로디를 치고 딸이 화음을 넣었는데 곡이 시작되어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가 그만 실수를 하셨다. 그냥 넘어가되 될 텐데 곡을 멈추고 말았다. 옛날의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의 내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 같았다. 물론 지금 잘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대로 이제는 중간에 멈추지는 않는다.^^ 마이크를 잡으신 아버지가 너무 떨려서 진정제를 먹었는데도 실수를 해서 죄송하다고 하셨다. 무대에 서는 게 얼마나 떨리는 것인지를 잘 아는 나는 소리쳐서 “괜찮아요!!!”라고 격려해주었다. 다시 곡을 시작하여 그럭저럭 무사히 끝냈다. 다음 곡은 영화 <스팅>에 나오는 주제곡 <엔터테이너>였다. 이 곡도 중간에 두 번 정도 멈추었다. 나는 다시 “괜찮아요”를 외쳤고 다른 관객들도 뜨거운 박수로 격려해주었다.
뒤이어 악기를 무려 13개나 다루신다는 중절모를 쓴 멋쟁이 목사님이 나오셔서 피리를 부셨다. 민요곡 하나와 산조곡 하나를 부셨다. 이미 밤은 깊은지라 깊은 산중에서 울려나오는 피리 소리가 전설 따라 삼천리를 연상시키는지 뒤에서 “전설 따라 삼천리”라고 소곤거리는 분들이 있었다. 이어서 대학생 언니와 초등학생 동생 두 자매가 나와서 바이올린 이주중으로 파헬벨의 <캐넌>을 연주하였다. 그리고 이들 두 자매의 싸부님이자 사오모카페에서 이미 낯이 익은 황금신수黃金神樹 소저님이 나오셔서 플룻으로 <그린 슬리브즈>를 연주 하셨다. 딱정님은 앉아서 클래식 기타 반주를 하셨다. 그리고는 엘렉기타리스트 곽원규님 등장하여 <유로파>라는 멋진 엘렉트릭 기타곡을 연주하셨다. 불어오는 밤 바람에 취한 듯 스스로의 음악에 취한 듯 몸을 흐느적거리면서 열정적으로 연주하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일련의 연주곡 무대가 끝나자 이번에는 다시 포크 노래 공연이 시작되었다. 뚜아에무아 3기로 활약하다 솔로로 처음으로 무대에 오르신다는 김은영님이 첫 순서를 맡았다. 눈부시게 빛나는 하아얀 옷에 옥구슬 같이 아름다운 목소리를 지녔다는 뜻으로 백의옥성白衣玉聲 소저라 부르자. 카운티의 친구들과 음유가인님들도 기타를 들고 나서 반주를 도와주었고 멋쟁이 목사님도 이번에는 플루트를 들고 나와 반주를 도와주셨다. 백의옥성 소저는 현경과 영애의 <아름다운 사람>과 <일곱송이 수선화>를 불렀다. 이 노래는 신혼 초에 설거지 하는 아내를 위해서 부엌방에 걸터앉아 자주 불러주던 노래이다. 아내랑 같이 왔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앵콜을 외치는 뜨거운 박수가 있었지만 다음 순서를 위해서 무대에서 내려왔다.
이어서 카운티 친구들과 음유가인의 무대가 이어졌다. 카운티 친구들이 부르는 안치환의 <귀뚜라미>는 언제 들어도 멋있지만 야외에서 들으니 더욱 멋이 있었다. 봄 밤이라 귀뚜라미 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사람들이 내는 귀뚜르르 귀뚜르르 소리도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게 하는 것임을 새삼 알 수 있었다. 음유시인님이 부른 노래 가운데서는 김광석의 <꽃이 지네>가 기억에 남는다. 나이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른들이 <봄날은 간다>를 부르시는 그 마음을 이해하겠다고 하면서 꽃이 지는 아쉬움을 절절한 가슴으로 불렀다.
이어서 노익장들이 무대에 올랐다. 사월신검님과 기타의 초절정 고수 김광석님이 무대에 오르니 무대가 꽉 찬 듯이 보였다. 김광석님은 낮에 시내에서 음반세션에 참가하신 뒤에 김광희 선생님과 만나서 같이 오셨는데 길을 잘 몰라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고 하셨다. 김광희님은 나중에 뒷풀이 때 부르시겠다면서 무대에 오르지 않으셨다. 먼저 사월신검님의 노래가 있었는데 첫 곡으로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를 부르셨다. 같이 무대에 오르신 게 처음이셨지만 무림 고수답게 서로 호흡이 착착 맞아 들어가면서 그날 모인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아름다운 노래와 절묘한 반주를 마음껏 즐기게 해주었다. 이어서 잔잔한 멜로디와 아름다운 가사의 <등불>이 어두운 밤하늘에 퍼져 나오고 마지막 곡으로 강렬한 리듬의 <화>가 터져 나왔다.
갑자기 감천미성님이 내가 앉아 있는 곳으로 달려온다. 무대에 나오라는 것이었다. 일주일간의 목감기로 몸이 다소 처진 나로서는 그냥 조용히 음악을 듣고 싶었지만 팬들의 열화가 같은 성원을 이기지 못해 무대로 나갔다. 역시 강호무림에서 끈끈한 친화력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사오모파의 여러 동지들이 모두 나와서 무대를 휘어잡았다. 특히나 광주에서 올라온 나팔화 소저는 소시적부터 광주의 무도장에서 철호접鐵胡蝶(Iron Butterfly) 그룹의 <In -A -Gadda -Da- Vida>를 들으며 무도 내공을 쌓아온 초절정 고수로서 작년 풍조風鳥 단합대회에서 나와 함께 무도 대상을 받기도 하였다. 다른 문파의 사람들은 기세에 눌려서 그저 바라볼 따름이었다. 차가운 밤공기를 맞으며 격렬한 춤을 추었더니 기침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아무튼 밤중에 야외에서 춤추는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사월신검님의 노래가 끝나고 이번에는 김광석님의 기타 신공이 펼쳐졌다. 처음 펼친 초식은 동요 메들리의 편안한 곡이었다. <찔레꽃>과 <섬집아이> 등의 어린 시절의 감성을 자아내는 단순한 멜로디의 곡이었지만 거기에다 심후한 내공을 담아서 음의 강약과 분위기의 흐름을 절묘하게 조절하니 어떤 어렵고 현란한 곡보다 더 깊은 소리가 나왔다.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밤하늘에 퍼져 나오는 아름다운 기타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다 끝 곡으로 <춤추는 짚시>를 연주하셨다. 아름다운 멜로디를 지닌 이 곡은 이미 여러 번 들어보았지만 정말 숨이 막히게 하는 곡이다. 손으로 기타를 가볍게 두드리는 기법으로 시작하여 중간에 격정적인 박자, 손가락이 보이지 않은 현란한 주법, 그리고는 다시 이어어지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멜로디 등이 적절히 배합되어 그야말로 기타의 입신의 경지에 이른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초절정 무공이 펼쳐졌다. 캄캄한 밤하늘에 펼쳐지는 무림 절정 고수의 환상적인 무공에 사람들은 모두 경이를 넘어 탈혼의 경지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모든 출연자들이 무대에 나와서 합창을 하면서 무림대회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 곡으로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를 때는 이미 앞에서 춤 맛을 들인 사오모파의 춤꾼들이 대거 뛰쳐나가고 이에 다른 몇 분들도 참가하면서 광란의 군무를 연출하였다. 나는 그때 저 뒤에 숨어 몸을 사리면서 광란의 현장을 지켜보았다. 자란투영 소저님의 요염한 춤사위, 이슬이만 좋아하시다가 드디어 무도계에 처음으로 등장한 유채만발님의 다이나믹한 몸짓이 특히나 눈에 띠였다.
이번 비무대회는 매우 특이한 대회이다. 아직 강호무림에 정식으로 명함을 내밀지 않은 초짜에서 강호무림에 명성이 드높은 초절정고수까지, 그리고 나이 어린 초등학생으로부터 60이 가까운 노고수에 이르기까지, 학생, 교사, 가수, 목사, 주부, 기업가 등등 다양한 내공, 연령, 직업의 사람들이 그저 스스럼 없이 나와서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공연자와 관객이 혼연일체가 되어 즐기는 공연이다. 후대 무림의 역사가들은 반드시 주목해야 할 주요한 비무대회라고 할 수 있다.
정식 공연이 끝난 뒤에 일부 사람들은 돌아가고 남은 사람들은 삼삼오오 이야기도 나누고 불을 쬐곤 하였는데 깊은 내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오르지 못한 무한회전 거사는 우리끼리 놀자며 기타를 잡고 노래를 부른다. 나도 옆에서 몇 곡 거들고 어느 문파인지 정확히 알수 없는 무림 기인 한 분이 끼어들어 재미있게 놀았다.
그러는 사이 안에서는 새로운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으니 김광희님과 김광석님, 사월신검님이 기타를 잡고서는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언제 들어도 잔잔함과 숙연함을 느끼게 하는 노래에 사람들은 넋을 잃고 빨려 들어갔다. 사월신검님이 강호무림의 불멸의 명곡으로 뽑기를 주저하지 않는 <세노야>를 비롯하여 김민기의 <친구>, 본인의 <나의 친구> 등 주옥같은 곡들이 계속되었다. 도중에 김광희님이 목소리가 조금은 갈라진다고 하시자 평소 소주를 감로로 여기는 감천미성님이 목소리를 푸는 데는 소주가 최고라며 소주 한 잔을 진상하였다. 과연 감천미성님의 정성 덕분인지 아니면 소주에 내공이 담겨있어 그런지 소주 한잔을 마신 뒤에는 목소리가 갈라지지 않고 맑은 목소리가 나왔다. 그만 부르겠다는 김광희님의 사양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성화는 계속되었다. 방금 전의 무림기인 한 분은 김광희님에게 “선생님은 마술사예요. 저희들 마음을 이렇게 사로잡으시니.”라는 극찬을 하면서 앵콜을 간청하였고 만개이화 소저의 부군이신 황장군님은 “원래 교수님은 학생들이 원하면 그 요구를 들어주어야 합니다.”라는 강력한 주장을 하시면서 앵콜을 요청하였다. 이에 김광희님은 곽성삼의 <귀향>과 본인의 <나 돌아가리라>를 부르셨다.
김광희 선생님의 노래가 끝난 뒤 나는 피곤한 몸을 추스르느라 잠시 밖에 나와 군불을 쬐고 있었다. 안에서는 어느 분의 목소리로 <명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잠시 뒤에 <제비꽃>이라는 노래가 나오는 것이었다. 노래 실력과 연주 실력이 만만치가 않아 안으로 고개를 돌려서 보니 四季一心 님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저번 북한산 등반대회 뒷풀이 때에 버벅거리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을 환영하는 바이다.
11시가 넘자 사람들은 서서히 떠나갈 채비를 하였다. 같이 타고 온 사오모 관광 뽀~스가 인원이 가득 차자 나는 무한회전 거사님이 집에 까지 바래다준다고 유혹해서 그 쪽에 붙기로 하였다. 그러나 관광뽀~스가 떠나자 무한회전 거사님은 용인에서 모처럼만에 올라왔는데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고 다시 들어가서 놀자고 하였다. 아뿔사 하였지만 이미 빠스는 떠난 뒤였다. 사실 목감기와 아직 낫지 않은 새끼 손가락 때문에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하는 수없이 무한거사를 뒤따라 다시 실내에 들어가니 뚜아에모아의 백의옥성 소저와 황금신수 소저님, 음영가인, 고원가인, 마극길타, 갑충장주과 봉고를 두드린 무위자연님이 남아있었다.
잠시 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갑충장주이 들어와서는 오늘은 그만 집으로 돌아가자고 하였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음악회를 마쳐서 이제 피로가 막 밀려온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미 철야를 위한 만반의 태세를 갖춘 음영가인이 밤드리 노닐 것을 강력하게 놀 것을 주장하자 마음씨 좋은 갑충산장님은 마음을 비우고 같이 놀자고 하였다. 저렇게 피곤한 갑충산장님도 신나게 놀기로 작정하셨으니 나도 목과 손가락을 개의치 않고 그냥 놀기로 하였다.
그때부터 각자 기타 하나씩 들고 합주를 하면서 신나게 노래 불렀다. 7080의 불멸의 명곡인 <젊은 연인들>과 <나 어떻해>를 시작으로 주옥같은 노래들을 몇 곡 불렀다. 그러다가 내가 독주로 <애인>을 전주와 간주를 넣어서 불렀다. 사람들 앞에서는 처음 불러보는 곡이다. 곡이 끝나자 음영가인님이 한 마디 하시기를 포크는 모름지기 필이 있어야 하는데 필이 조금 부족하다고 충고하였다. 사실 아직은 박자와 음정을 맞추는데 급급하다보니 필을 잘 넣지 못하는 것이 나의 한계임을 알고 있기에 좋은 충고로 받아들였다.
중간에 백의옥성 소저님이 등려군의 <위에량따이비아오워더신>을 듣고 싶다고 해서 한 곡 불러드렸다. 자기가 혼자서 발음을 배워서 불렀는데 발음이 많이 다르다고 하였다. 중국어 발음이 혼자서 배우기에는 조금 어려운 면이 있다. 우리는 백의수창 소저에게 뚜아에모아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하였더니 그런 건 너무 많이 불러서 좀 그렇고 고경훈의 <밀밭>을 부르겠다고 하였다. 악보를 펼치자 무한회전 거사님이 옆에서 반주를 도와주었다. 처음 듣는 노래였지만 너무나 분위기 있고 좋은 노래였다.
1시가 되자 황금신수 소저와 백의옥성 소저는 먼저 가야한다고 일어나고 그리고 무위자연님도 사라지고 마침내 최후의 6인이 남았다. 그리하여 6인의 밴드를 만들어 각자 기타 한 대씩 다 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중간에 무한회전 거사의 제안으로 갑충장주, 나, 무한회전 세 사람이 7080팀으로 음영가인 고원가인 마극길타 세 사람이 8090팀으로 해서 서로 경쟁하기로 하였다. 7080팀이 첫 곡으로 택한 곡은 사월과 오월님의 <바다의 여인>이었다. 반주도 서로 잘 맞고 노래도 잘 맞기에 미리 연습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지만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이어서 8090팀에서는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재미있게 놀았다. 그러다 아무래도 7080팀이 조금 밀리는 기색이 들자 무한회전 거사님이 갑자기 박진감 있는 반주를 시작하였다. 사랑과 평화의 <그대는 나에게>였다. 무한회전 거사님의 기타 반주의 내공이 묻어나오는 곡이었다. 옆에서 마극길타님은 애드립을 넣어주고 신나는 우리들은 옆에서 같이 반주를 따라가면서 신나는 연주와 노래를 하였다.
그날 밤 우리가 부른 노래는 수도 헤아릴 수 없다. 사이먼과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 "Elcondopasa", 씨씨알의 "Have you ever seen the rain", "Cotton field" 등을 위시해 국내가요로는 <옛사랑>, <그리워라>, <아하 누가 그렇게>, <돌고 돌고>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 4시가 조금 넘자 드디어 무한회전 거사가 집에 가자고 하였다. 나는 그제서야 발동이 걸려 더 놀고 싶었지만 운전을 해야 하시는 사모님을 생각해서 그냥 나왔다. 젊은 친구들은 그대로 남기로 하였다. 떠나기 전에 뜨거운 포옹을 하면서 노래로 맺은 깊은 우정을 다졌다. 길을 몇 번 헤매는 바람에 집에 도착하니 5시 10분 정도, 실로 잊지 못할 엄청난 무림대회였다.
박석서생博石書生 남김.
어머나!너른돌님...인사를주셨군요...^^;;이야기 하긴 너무 멀었지여 자리가....ㅎㅎ.. 네...담에 뵙게 된다면 한마디라도 제가 꼭 해볼라합니다~~~ 안녕하세여?인사라도...실전에서 제가 좀 버벅대서리....^^*
네, 저도 다음에 뵐 때는 멀리서 고개로만 인사할게 아니라 꼭 가까이 다가가서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할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