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여름방학 어느날 포항에서 섬벗회(海巖을 포함한 울릉도에서 함께 근무한 교장모임)
동무들 내외가 이곳 청송 구천에 온다고 하여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날 따라 대구에
살고있는 고등학교 친구들이 출발하여 이곳에 오고있다고 하기에.............
학교로 오라고 하니 나는 두토끼를 잡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왕 벌린김에 합석도 하고
술잔들을 나누었으나 사모님들이 어색할것 같아 미안한 마음으로 선약된 섬벗회원들과
조금일찍 자리를 비웠는데 대구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친구가
고등학교 동가들 카페에 올린글이 8년전의 그날을 생각나게해 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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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현이의 "구천의 하루"에 실린 글과 사진에 자극을 받아서 바로 다음날 친구들을 불러모았다.
거추장스런 준비도 없이 그냥 떠나는 것이다. 용환이에게는 라면4개와 식용유 튀김가루 소금
그리고 버너를 준비하게했고 나는 코펠과 묵은김치 그리고 된장과 풋고추를 준비하였고
재년이는 그냥오되 가서 필요한 소주나 물을 사라고했다. 그라고 국민학교 동기생인
희용이는 피리잡을 줄낚시와 사발모찌를 준비시켰다.
토요일이라 나는 사무실에 나가면서 이 모든 것을 전화로 갑자기 준비를 부탁했던 것이다.
나는 사무실에 얼굴만 내밀고 10시에 빠저나와 집에서 10분만에 준비완료 하였다.
10시 반에 집에서 만나서 가는 길에 용환이를 마져 태우고 영천쪽을 향하였다.
영천에서 청송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괜찮은 장소가 많은 것을 보아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가가 피크인데다 토요일이라 그를 듯한 곳은 이미 자리들을 차지했고,
아이 어른들 할 것없이 벌써 텐트 치놓고 음식먹고 아이들은 물속에서 장난치느라 야단들이다.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한참을 가다보니 조금만 더 가면 영현이가 있는 구천에 가까운지라 내친김에
사진에서 보았던 그곳에 가기로 맘억고 영현이한테 전화를 하니 무조건 학교로 오란다.
아닌게 아니라 사진에 있던 그곳은 학교 정문에서 불과 20미터 앞에있는 내이고 그곳에는
다리까지 있어서 우리가 찾던 바로 딱 그러한 곳이다. 영현이 내외의 영접을 받고 콩국수
끓여주겠다고 하는 것을 사양하느라고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
우리는 여기에 올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면서 허리굽혀 사양하고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는데, 그래도 영현이 입장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더구나 영현이는 3시에 동료 교장선생 7명 내외가 오기로 되어 있다고하니
이중 삼중으로 맘을 쓰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아무튼 모처럼 우리가 원하는 장소에 왔고, 이렇게 물맑고 공기좋은 곳에 자리를 깔고보니
시장끼가 돌기는 도는기라 용환에에게 취사당번을 시키고 한쪽에서는 줄낚시 놓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영현이도 시간이 조금 남아서 같이 거들고. 줄낚시 놓는 도중에 벌써 성질급한 피래미가 걸려든다.
오늘은 실패하지 않을 것 같다. 용환이도 라면 끓이면서 잡히는 피래미 보고 담아둘 웅덩이를 만들다
보니 어느새 라면은 퉁퉁 불어터지고, 그래도 소주한잔 곁들이면서 라면을 배불리 먹었다.
예전 군대에서는 라면이 훌륭한 소주안주였던 것을 되살리면서.
영현이 손님들이 도착해서 같이 인사들하고 어떤분은
피래미 잡는다고 줄낚시도 놓고 모두들 둘러앉아서 수박 짜게고 맥주 돌리고,
그들도 우리처럼 특별한 스케줄을 가지고온 것도 아닌 것같아
서로간 마음편하게 앉아들 어울렸다.
영현이 사진에서처럼 엄청난 수확을 기대했는데, 갑자기 주변에 피서객들이
모여들어서 아이들이 낚시주변을 뛰어다니고하는 바람에 수확은 신통찮았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내쫓을 수도 없는 사정이고.
우리가 자리를 차지한 것만해도 미안한데 말이다.
신통찮은 수확을 가지고 튀김을한다면
한사람한테 겨우 한 마리씩도 돌아가지 않을텐데
하면서 망설이고 있는데 어느듯 시간은 여섯시가
가까워오고 기다리는 피래미는 오지 않고,
영현이는 이쪽 저쪽 마음쓰랴 우리가 안타까운데, 드디어
영현이 일행들은 저녁식사를 한다면서 모두 자리를 일어섰다.
잘 가라 인사하고 영현이한테는 미안하지마는 곧바로
말려두었던 피래미를 튀기기 시작했다.
바삭 바삭한게 뼈도 씹히지 않고 고소한 맛이 그만이다. 역시 산좋고 물맑은 고장에서
자란 피래미는 깨끗하기 그지없었고 맛 또한 일품이다.
수확은 신통찮았지마는
우리가 먹기에는 충분하다. 또 영현이한테 미안하다. 산쪽에서 어둠이 내려올쯤
시원한 산 바람을 쐬면서 즐거운 하루를 뒤로하고 차를 몰았다.
이 여름이 다 가기전에 조용한 평일을 택해서 다시한번 그곳을 가야겠다.
이번에는 영현도 우리가 대접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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