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대에 마크 제이콥스를 건지고
하버시티에 익사당하다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자마자 달려간 곳은 침사추이 역 근처에 위치한 하버시티. 4개의 건물이 하나로 연결된 이곳은 규모가 어마어마해 자칫 미아가 되거나, 쇼핑에 ‘질릴’ 위험이 있다 하여 초보 쇼핑객에게금지되는 구역이지만 쇼퍼홀릭이라 자칭하는 에디터가 이곳을 지나칠 수는 없는 일.
대형 쇼핑몰에서 쇼핑을 한답시고 모든 브랜드를 기웃거리는 일만큼 시간 낭비인 것도 없지만 첫날인 만큼 세일가도 파악할 겸 1층부터 차근히 매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리고 4시간이 지났다. 아직도 1층이다. 세일가 파악이고 뭐고 간에 이러다 하버시티에서 3박 4일을 보낼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몰려든다.
얼른 쇼핑맵을 꺼내 꼭 가보고 싶었던 브랜드 리스트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2층 b2954에 위치한 마크 제이콥스가 첫 번째 코스다. 그 후 30분이 지났다. 아직도 마크 제이콥스에 가려면 10분은 더 걸어야 한단다.
오 마이 갓. 앉아서 쉴 곳도 없고, 4개의 건물이 하나의 통로로 이어져 빠져나갈 구멍조차 없는 이곳은 쇼핑몰이 아니라 하나의 섬이다.
드디어 매장에 도착 하니 50% 세일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홍콩에서 50% 세일은 기본이지.’ 그런데 한쪽 구석에 여자들이 바글바글하다. 틈을 비집고 들어가니 마크 제이콥스 크리스마스 에디션인 티셔츠와 가방세트가 450HKD. 한국 돈으로 5만원대다. 눈앞에서 바람처럼 움직이는 손들 사이로 제품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마지막 남은 제품마저 0.1초 차이로 내 손을 비껴간다.
사고 싶은 옷은 웃돈을 얹어서라도 구입하고야 마는 성격상 쉽게 포기가 안 돼 카운터를 기웃거리는데 한여자가 바로 그 제품을 잠시 테이블에 나둔 채 다른 옷을 구경하고있다.
회심의 미소를 띠며 재빨리 옷을 결제하고 유유히 매장을 빠져나온 내 손에는 그렇게 마크 제이콥스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걷고 또 걸으면, 길이 보이느니홍콩의 쇼핑몰은 코엑스를 연상시킬 만큼 넓고 거의 모든 브랜드가 입점해 있어 쇼핑몰 각각의 특색은 별로 없는 편. 홍콩에서 쇼핑 잘했다는 말을 들으려면 쇼핑몰 동선을 파악한 후 부지런히 발품을 파는 게 중요하다.
둘째 날은 대형 쇼핑몰을 접수하기로 마음먹고 홍콩역의 IFC몰과 구룡역의 엘리먼트 쇼핑몰, 센트럴 역의 패시픽 플레이스에 갔다. 쇼핑몰 사이의 거리가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 밖에 안 될 뿐더러 지하철역과 쇼핑몰이 연결되어 있어 함께 동선을 짜기에 안성맞춤이다.
보유 브랜드의 종류와 분위기 또한 비슷해 맞는 사이즈가 없을 경우 얼른 옆의 쇼핑몰로 이동해 사이즈 체크하기에도 편리하다. 하지만 서로에게 없는 브랜드도 있으니 주의할 것. 나인 웨스트, 클럽 모나코, 클로에, 주시 쿠튀르는 IFC몰에, DKNY, H&M, 비비안 웨스 트우드, 질스튜어트는 엘리먼츠 쇼핑몰에, 마크 제이콥스, 마놀로 블라닉, 막스 앤 코는 패시픽 플레이스에만 입점해 있다.
특히 IFC몰과 엘리먼츠 쇼핑몰은 도심공항터미널과 연결되 있어 한국으로 떠나는 마지막 날, 얼리 체크인한 후 마무리 쇼핑을 하기에 좋다.
셋째 날 에는 코즈웨이베이의 타임스 스퀘어와 소고백화점에 갔다. 코즈웨이베이는 한국의 명동과 같은 곳인데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줄을 서서 한걸음씩 발걸음을 떼야 할 정도다. 키플링 백, 스타카토 슈즈 등 중저가 브랜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아무리 세일률이 높다 할지라도 본래 가격 자체가 저렴한 까닭에 비행기값 버는 쇼핑 장소로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대형 쇼핑몰 단지로만 조성된 홍콩의 쇼핑 스폿 중 유일하게 스트리트 쇼핑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사람 구경과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홍콩의 분위기를 익히는 데 좋다.
Editor’s Advice
사두면 돈 버는 브랜드는 따로 있다
작년 가을, 브랜드 론칭 행사에 갔다가 옆 자리에 앉은 타 매거진 에디터의 베이지 실크 드레스를 보고 군침을 흘린 적이 있다. 백화점에 들러 가격을 확인한 후 브랜드 대비 비싼 가격에 발길을 돌렸는데 바로 클럽 모나코의 28만원짜리 원피스였다. 하지만 이 원피스를 홍콩에서 70% 할인받아 6만8000원에 구입했으니이쯤하면 홍콩 세일이 얼마나 파격적인지 알 만한 셈이다.
클럽 모나코 모든 상품을 50% 세일한다. 4가지 이상 구입하면 여기에 20% 할인을 추가로 해주는데 한국에도 있는 브랜드인 만큼 사두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4벌 이상 질러도 옷 한 벌 가격밖에 안 된다. 특히 한국에서 30만원대인 100% 캐시미어 니트를 7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나인 웨스트 한국에서 20만원 가까이 하는 나이웨스트 슈즈. 홍콩에서는 5~6만원대의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30% 세일이 진행 중인데 두 개 이상 구입시 10%를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
세일을 하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40% 가격인 9~1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으니 노 세일 상품인 봄 신상품을 구입하는 것도 돈 버는 방법 중 하나. 페라가모 슈즈 50% 세일이 진행 중이다. 물론 페라가모는 우리나라 백화점과 면세점에서도 30%의 겨울 세일이 진행 중이지만 세일 상품이 질적으로 다르다. 특히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오드리 슈즈, 바라 슈즈 등 세일은 고사하고 사이즈마저 품절인 라인을 20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DKNY 정식 세일가는 50%다. 하지만 한국 대비 70%의 가격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그 이유는 노 세일일 경우에도 한국보다 20% 이상 저렴하기 때문이다. 평소 DKNY의 시크한 라인을 좋아하는 에디터는 지난가을 80만원대의 가격 압박으로 포기해야 했던 블랙 트렌치코트를 20만원대에 구입했다. 1000HKD 이상구입하면 디자인 감각이 돋보이는 탁상용 캘린더를 선물한다.